[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저도 추울 때 읽어야 더 와닿을 것 같았어요. 날씨가 다는 아니지만, 지금은 너무 숨막히게 더워서 책에서 사람들끼리 방한복을 이불처럼 깔고 그 곳에 들어가서 체온을 나누는 장면에서 전 끈적임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장면, 기억납니다. 언제나 감상하는 환경은 작품과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맛도 달리 다가온다 싶습니다. 모쪼록 열대야와 한낮 찜통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아 그렇군요. 오히려 저는, 그 이상한 동침에서 더욱 냉기를 느꼈어요. 이렇게 독자마다 다르게 읽히는 이 장면. 이상한 장면이죠.
그러네요. 저도 무심코 펼쳐서 이리저리 뒤적이다 맘에 드는 제목의 챕터를 골라서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론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었어요. 소설이 어렵다라는 게 아니라 자꾸만 개인적 경험, 과거를 환기시켜야 해서요. 제가 기억의 저편으로 묻어버린 코로나 시기를 다시 생각해야 해서 괴로운 점이 있었어요. 몇 번 멈칫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계속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하는 건, 작가님 필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사실 성격이 급해서 속독하는 편인데, 표현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본 게 오랜만이었어요. 휙 넘어갔다가도 다시 되새겨 읽게 되는 소설. 오히려 여름인 지금, 이 책을 추천하고 다녔어요. 제목처럼 차가운 소설이라고 ㅋㅋ 시종일관 차갑다, 시리다, 얼음장 같은 느낌을 지배적으로 받았거든요. 서평은 나중에 잘 정리해서 블로그에 따로 쓸게요 ㅋㅋㅋㅋㅋ
대명사만 존재하는 소설. 그래서 등장인물은 마치 하얀색 가면을 쓰고 있는 얼굴을 한 것 만 같다. 그 대상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다. 가면을 썼다는 건, 표정이 없다는 거고, 그것은 감정이 읽히지 않는다는 뜻인데 소설을 읽는 독자의 감정은 그렇게 가려지지가 않는다. 몹시 혼란스럽고, 당혹스럽고, 위험이 느껴져서 불안하기도 하고 때때로 답답하며 끔찍하기도 하다. 작가는 정말 '냉담'한 소설로 나의 마음을 더 끔찍하게 만든다. 상대가 아무런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데 나혼자 이렇게 미치고 팔짝팔짝 뛰어야 한다니!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나도 마치 책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내 감정을 책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3-5. 작가에게 질문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작가가 직접 답글 달아 줍니다!
<동반자>라는 차기작이 있던데 언제 나오나요?ㅎㅎ <냉담>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니 얼른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조금 걸립니다... 냉담이 잊히면 찾아오겠습니다.
차기작은 어떤 소재로 나오게 될까요??
차기작의 소재는 '스펙터클'입니다.
이런 문장이 제 웃음혈을 찌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중대한 질문은 아닌데 궁금해서요. 혹시 작가님은 천주교 신자였던 적은 없으신가요? 세례를 받았지만 지금은 냉담자라든지요…? ㅎㅎ 왠지 무신론자이실 것 같지만 어릴 때라도 성당 문턱을 넘었던 적은 없으신지 궁금하네요. 저야말로 지금은 냉담자지만 늘 손목엔 묵주팔찌를 하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종교 소설’인가 였어요 ㅎㅎ 두 번째 질문은 ‘냉담’은 ‘冷淡’이 맞나요? 그렇다면 ‘ callousness’로 번역되는 게 맞을까요? 혹시 ‘차가운 벽’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냉벽’이라고 쓰기엔 이상하니까 ‘차가운 담벼락=냉담’ 이런 건 아닐까 싶어서요. 아니면 중의적인 걸까요? 제가 너무 벽의 틈새에 꽂힌 걸까요 ㅎㅎ
세례명은 있으나 냉담자라고도 하기 힘든 나이롱(!)입니다. 20대 초반에 호기심으로 성경을 읽고 성당에 입문하여 속성으로 세례성사까지 받기는 했습니다. 떠올려 보건대 저는 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성인들의 수난 과정에 관심이 많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쓸 때마다 그 배경을, 언제나 어떤 마법이나 신앙, 그러니까 신도 악마도 없는 시대로, 즉 현대로 상정합니다. 제 생각에 소설 제목인 '냉담'의 영어 제목은 종교적 냉담보다는 정신의학에서 쓰는 단어인 'Apathy'가 될 것입니다. 그게 현대의 냉담이라 생각해서요. 물론 제 소설은 종교적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고도 여겨지기도 하고 성경에서 영향받은 부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국내 단행본에서는 한자나 다른 외국어 표기 없이 여러 의미로 자유롭게 보라고 한글로만 냉담인 것입니다. 차가운 벽은 솔직히 생각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국내에 트루먼 커포티 단편 전집으로 출간된 책 [차가운 벽]을 제목으로서나 표제작으로서나 많이 좋아하는데요. 그렇게도 볼 수 있다면 저는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참고로 (벽의 틈새)는 구상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제가 격리소 경험이 없었기에 한 분의 자문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오… Apathy… 생각지도 못했어요 ㅎㅎ indifference까진 생각해 봤는데 ㅋㅋ 이건 단어 길이가 길기도 하고, apathy가 간결하니 소설 맥락이나 주제에도 더 어울리네요. 이렇게 또 배워갑니다. 🙂
이름에 대한 건데요, 편집자님과의 인터뷰에도 유사한 질문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등장인물들이 단지 이름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특히나 2부에서는 나와 너가 저는 정말 어려웠어요. '나'와 '너'라고 한 이유가 있나요? 둘을 꼭 성별이 다른 커플처럼 엮어 보이게 하려고 했나? 싶기도 했다가 그냥 친한 동료인가?도 했다가... 그냥 단지 대명사로 부르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이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장안나 님, 질문 외에도 감상 잘 읽었습니다. 느끼신 혼란을 작가로서 부족하게나마 설명드릴 방법은 없습니다만, 왜냐면 이제사 작품을 좀 더 조리있게 풀어내기란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불가능해 보여서요. 저 역시도 장안나 님의 감상에 공감하며(!) 또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그 독서의 혼란 속에서 조금의 효용이라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와 '너'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런지요. 우리는 그 호칭에 따라 인물과 어떤 심리적인 거리감을 가집니다. 보통 '나'는 가깝고 내밀하며, '너'는 그다음, 그는 가장 멀게 느껴지죠. 그런데 한 인물에 대해서 말할 때 항상 '나'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근시안적으로 세상을 대하기만 하는 듯합니다. '나'라는 테두리를 못 벗어나니 나 자신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으로 못 다루고요. 그래서 화자가 2부에서부터 '그'라는 시점으로 좀 더 독자에게서 멀어지고 또 소설 속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동시에 '나'를 타자화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함이라고 생각하심은 어떨런지요. '너' 또한 마친가지입니다. 나 자신을 친근하고 내밀한 상대로 타자화한 '너' 역시 화자가 관찰해야 했던 자기 자신이지요. 인터뷰에 적힌 말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만 장안나님께 좀 더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여튼 꼭 설명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정말로 그렇게 정해졌다기 보다는 작가의 편의적인 설명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작가님 이렇게 직접 장문의 답변을 주시니 너무나 황송(다른 단어가 차마 생각이 안나요 ㅠㅠ) 합니다. 말씀을 주시니 저의 혼란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작가님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맘속에 정해 버렸는데 소설은 객관적인 묘사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차이를 줄여가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편견에 휩싸인 사람이었어요. 다시 한번 저도 조금 떨어져서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갑용 작가님. 일단, <냉담> 너무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소전서림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을 알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보면 작가님은 도서관을 "숨막히고 공동묘지 같은 공간"이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작품속의 도서관은 가운데를 마치 집의 중정처럼 두고 나무를 둔 다음, 사방을 두른 건물에 유리벽을 두어서 자연을 바라보면서도 굉장히 개방감이 있고 빛이 환한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굉장히 건축미가 있는 건물이라고 생각되었는데 나중에 인터뷰를 읽고보니 작가님의 마음속의 도서관과 제가 생각한 이미지가 매우 다르더라구요. 도서관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혹시 참고하신 실제하는 건물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실비향기님. 인상깊게 읽으셨다니 작가로서 참 기쁩니다. 또한 도서관 이미지의 레퍼런스를 질문해 주셔서 매우 의외입니다. 그동안 묻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소설 속 도서관을 바깥에서 바라본 모습은 작중 언급에서 드러나듯, 우리가 흔히 아는 공립 도서관들처럼 개성없는 관공서와 구별되지 않는 외양이라 그 레퍼런스를 굳이 말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실내의 수직 공동과 공동 내에 심긴 메타세쿼이아가 도서관 내부의 큰 개성입니다. 수직 공동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인 <필경사 바틀비>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진에 찍힌 구절에서 사무실 한쪽 끝 채광용 수직 공동의 안쪽을 마주본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냉담>과는 달리 공동 내에 시선을 빼앗을 나무 하나 없으니 건너편 벽만 내다보이는 아주 삭막한 풍경인 겁니다. <냉담>의 도서관은 '바틀비'적인 삭막한 건물과 그 안의 수직 공동에 단지 '시각적 기만'을 더한 것뿐이라고 저는 여겨집니다. 실비향기님의 인상이 이치에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한 도서관이 실제로 있다면 제 눈에도 그리 보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저는 그 도서관의 숨겨진 기만을 항상 염두해야 했기에 마치 바틀비가 마주해야 했던 흰 벽처럼, 이곳 도서관의 삭막한 반대편 벽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제가 그동안 겪고 체감한 도서관들의 주관적 인상이 소설 쓰기에 반영되었을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이 소설이 책으로 나오고 나서부터 쓰던 과정에서의 기억이 매우 희미해져 저 또한 유추하여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제 개인적 인상이 그렇다는 거지 실비향기님의 도서관, 나아가 실비향기님이 바라보는 <냉담>의 도서관은 또 다른 모습일 테고 저와 같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실비향기님이 건축적으로 예리한 시선으로 살펴서 저 또한 기억을 더듬으며 여러 모로 답변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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