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2-6. 소설의 마지막 장이자 결말인 <숲으로>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들려주세요.
저는 전염병으로부터의 물리적, 심리적 해방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주인공의 무력함과 자포자기적인 심정도 언뜻 느껴지는 것 같았고요. 해석은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마지막 부분까지 다 읽으셨군요! 드디어 해방! 1부의 첫문장과도 연결될 수 있겠습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처럼 숲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전체라는 패러다임에 갖히는 영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체로 돌아간다. 공동체로 돌아간다, 전체라는 패러다임에 갇히는 영혼. 멋진 표현입니다. 그러나 전체라는 패러다임은 더욱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여기서 그녀와 주인공(그)의 행보는 달라지는데요, 왜 다른 행보를 선택하는 걸까요?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숲'은 나무들이 울창하고 개방된 곳이지만 마치 군중 속에 숨어들 수 있는 광장 같은 곳이죠. <그>는 문 밖으로 나가 '숲'으로 간 것으로 보이는데, 세상 밖으로 군중 속에 섞여들어간다는 걸 암시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완전히 녹아들 것 같진 않아요, 적당한 거리로 세상과 냉담자가 될 것 같습니다.
소리와 상관없이 그녀가 확실했다. 발소리가 현관문 앞에 멈춰 섰는데도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설레고 심장이 빨리 뛴 나머지 몸이 고장 난 것 같았다. 아직 문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음에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재회하여 온기를 나누고 다정하게 대화하면서 우러나오는 숨 멎을 듯한 기쁨을 이미 다 누린 기분이었다.
냉담 p277, 김갑용 지음
277쪽의 발췌한 문장만 읽어보면 희망적이지만, 이는 서술자인 '그'의 바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너'의 죽음과 '그'의 죽음에 대한 깨달음은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는데요, 고립과 외면의 대상인 이들이 죽음이라는 절망스러운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 저는 이 소설이 무척 비극적으로 읽혔습니다. 실제로 팬데믹 시기뿐 아니라 고독사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요.
아! 고독사로도 바라볼 수 있겠군요. 최근의 통계에서 30대의 40% 가까이가 자신의 고독사 가능성을 예상한다더라고요. 작가님의 나이도 30대니까 그 나이대의 전망이 무의식 중에 발현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골과 굴>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골과 굴>에서 <나>가 쓴 글 중 아래 부분을 보며 <나>도 <너>도 모두 <그>(주인공)의 분열된 자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75쪽] 나는 문을 연다. 거기에는 내가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짐이 있다. (중략) 온갖 약으로 가득 찬 약통. 나의 유서. 그리고 아래 구절에서는 65쪽에 나온 장면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을 읽으며 어쩌면 65쪽 이후부터 아래 구절까지의 내용이 주인공의 긴 꿈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276쪽] 매트리스와 벽 사이 틈으로 손을 비집어 넣자 달달 떠는 핸드폰이 붙잡혔다.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이미 몸이 알았다. (중략) 그녀가 전화를 받자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 토하듯이 통곡했다. <숲으로>의 아래 구절을 보면서는 이 모두가 꿈이었거나, 혹은 주인공의 환상(?망상?)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289쪽] 그는 안간힘을 다해 생각했다. 이 모든 건 내가 지어낸 거야.
아주 인상적인 구절들을 짚어주셨어요. 화자 자신이 소설을 통해 분열된 스스로와 세계를 인식하는 듯하죠! 소설이 스스로의 작위를 의식하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일 수도 있겠어요.
[골과 굴]에서 그는 인쇄된 활자를 읽게 되고 [숲으로]에서 그녀를 만납니다. 이 과정이 서서히 그가 죽어가는 과정을 다루면서도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느껴지기도 했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녀를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묘사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골과 굴>의 하다 만 이야기와 <숲으로>의 그녀와의 재회를 연결시켜 바라볼 생각을 못했는데 정서적으로 연결해서 바라볼 여지가 있겠어요. 어쩌면 '나'의 이야기는 하다 만 것이 아니라 <숲으로>의 죽음으로 이어진 것일 수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7. 「도래한 미래」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에세이일까요? 소설일까요?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지 편안하게 감상을 공유해 주세요.
저는 당연히 소설이겠지 생각하고 읽었는데, 이 질문을 보니까 에세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저는 그 반대로 생각했었는데!
소설 말미에 으레껏 있는 '작가의 말' 대신에 이름 붙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문학 장르적 구분을 하자면 수필, 에세이가 맞는데 작가 노트를 집대성한 '맺음말'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맺음말이라는 단어 선택이 마음에 들어요. 참고로 다음 책에서도 소설 본문 바깥의 '맺음말'을 쓸 예정이라고 해요!
부록 <도래한 미래>는 소설 형식을 빌어 쓴 작가 후기로 읽히기도 하고, 혹은 소설의 본문인 1부와 2부가 부록의 화자가 쓴 소설로서 서술자 '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도래한 미래>를 읽으며, 사랑에 대한 참 아름다운 에세이라고 읽었습니다. 작가의 삶의 어떤 경험들이 어떤 식으로 절묘하게 소설에 녹아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만약 이 <도래한 미래>가 에세이가 아닌 소설이라면(!) 작가는 지금까지의(즉 <숲으로>까지의) 소설을 쓴 가상의 작가, 즉 <도래한 미래>의 화자까지 창조해 낸 천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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