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실비향기님. 인상깊게 읽으셨다니 작가로서 참 기쁩니다. 또한 도서관 이미지의 레퍼런스를 질문해 주셔서 매우 의외입니다. 그동안 묻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소설 속 도서관을 바깥에서 바라본 모습은 작중 언급에서 드러나듯, 우리가 흔히 아는 공립 도서관들처럼 개성없는 관공서와 구별되지 않는 외양이라 그 레퍼런스를 굳이 말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실내의 수직 공동과 공동 내에 심긴 메타세쿼이아가 도서관 내부의 큰 개성입니다. 수직 공동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인 <필경사 바틀비>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진에 찍힌 구절에서 사무실 한쪽 끝 채광용 수직 공동의 안쪽을 마주본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냉담>과는 달리 공동 내에 시선을 빼앗을 나무 하나 없으니 건너편 벽만 내다보이는 아주 삭막한 풍경인 겁니다. <냉담>의 도서관은 '바틀비'적인 삭막한 건물과 그 안의 수직 공동에 단지 '시각적 기만'을 더한 것뿐이라고 저는 여겨집니다.
실비향기님의 인상이 이치에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한 도서관이 실제로 있다면 제 눈에도 그리 보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저는 그 도서관의 숨겨진 기만을 항상 염두해야 했기에 마치 바틀비가 마주해야 했던 흰 벽처럼, 이곳 도서관의 삭막한 반대편 벽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제가 그동안 겪고 체감한 도서관들의 주관적 인상이 소설 쓰기에 반영되었을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이 소설이 책으로 나오고 나서부터 쓰던 과정에서의 기억이 매우 희미해져 저 또한 유추하여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제 개인적 인상이 그렇다는 거지 실비향기님의 도서관, 나아가 실비향기님이 바라보는 <냉담>의 도서관은 또 다른 모습일 테고 저와 같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실비향기님이 건축적으로 예리한 시선으로 살펴서 저 또한 기억을 더듬으며 여러 모로 답변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