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수나 장님에게 가벼운 경사를 따라 흐르는 듯한 시간은 마치 지하수처럼 흐른다. 자신의 은둔 생활을 반쯤 마친 아레돈도는 한 차례 이상 거의 시간 없는 시간을 경험하곤 했다. 집에 있는 세 개의 마당 중 첫번째 것에는 바닥에 두꺼비가 살고 있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그는 단 한번도 영원의 경계선에 있는 그 두꺼비의 시간이 자신이 찾고 있는 시간이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적이 없었다.
이제 목표의 날짜가 얼마 남지 않게 되자 그는 초조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워진 그는 거리로 나갔다. 모든 게 다르게 보이고 더 커보였다. 한 모퉁이를 도는 순간 그는 불빛을 보았고, 그 주막으로 들어갔다. ”
『셰익스피어의 기억』 124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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