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

D-29
물론 전후에 값싼 사치가 발달한 것은 우리의 통치자들에겐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피시 앤드 칩스', 인조견 스타킹, 연어 통조림, 할인 초콜릿, 영화, 라디오, 진한 차, 축구 도박 같은 것들이 혁명을 막은게 사실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이따금 실업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게 전부 지배층의 교활한 술책이라는 (일종의 '빵과 서커스'라는) 말을 듣는다. 내가 본 바로는 우리 지배층에게 그만한 머리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말하자면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제조업자들과 값싼 고통완화제가 필요한 배고픈 사람들의 형편이 그럭저럭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자산 조사’가 끼치는 가장 큰 해악은 이산가족을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 제도 때문에 노인들이, 그중에도 때로는 병석에 누워 있던 노인들이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다. 이를테면 홀아비인 노년의 연금생활자는 대개 자녀들 중 하나의 집에서 함께 사는 경우가 많으며, 그가 매주 받는 10실링은 가계의 생계비로 쓰이고 그는 그럭저럭 보살핌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런데 ‘자산 조사’라는 제도는 그를 ‘하숙인’으로 보며, 그가 자녀의 집에서 함께 살면 자녀의 실업수당을 삭감해버린다. 때문에 일흔이 넘은 노인이 진짜 하숙집으로 나가 살면서 하숙집 주인에게 연금을 다 넘겨주고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경우를 여러 번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자산 조사’ 덕분에 그런 일이 지금 이 순간 영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그것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안락과 고독뿐 아니라(노동 계급의 집에선 고독하기도 어렵다) 마음의 평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업이라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는, 무엇엔가 전념한다는 것도 무언가를 창조하는 데 필요한 ‘기대감’을 발휘한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C-3. 오웰은 ‘전후의 값싼 사치’들의 예시로 피시 앤드 칩스, 인조견 스타킹, 연어 통조림, 할인 초콜릿, 영화, 라디오, 진한 차, 축구 도박 등을 열거합니다. 당시 좌파 지식인들 사이에는 그런 값싼 사치가 혁명을 막고 있으며, 그런 값싼 사치재들을 내놓은 것이 지배계층의 모략이라는 주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웰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고,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제조업자와 값싼 고통 완화제가 필요한 배고픈 사람들의 형편이 그럭저럭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하지요. 2020년대 한국에도 고통 완화제가 필요한 저소득층을 위한 ‘값싼 사치재’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예시를 들어주세요.
커피가 아닐까요? 무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1,500원이면 마실 수 있고, 커피믹스도 앵간한 회사 탕비실에 쌓여 있고요. 레쓰비도 1,200원(편의점을 잘 안 가서 800원이 마지막 기억인데요 천 원이 넘군요 ㅜㅜ)으로 살 수 있네요. 제 주변에 현생에 허덕이는 많은 분들이 대체로 커피 없이 못 살더라고요. 커피를 안 먹는 저는 아이스크림을 엄청 먹습니다... 돼지바 누가바... 최근에는 요맘때 딸기맛 콘에 빠져있어요.
요즘은 워낙 고물가 시대로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었는데 @도리 님이 쓰신 글을 읽으니 커피, 맞는 것 같습니다.
영상물? 유튜브든 넷플릭스든 원하면 뭐든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면서 내가 컨텐츠를 선택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그러나 사실은 중간광고와 ppl을 소비하고 있는....
C-3 6장의 먹거리에 대해 읽으면서 스마트폰이 떠올랐습니다. 정작 고소득층의 IT 개발자들은 자녀에게 유아기에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꽤 오래 전에 들었는데요,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이 질문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도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요샌 다이소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캡슐을 팔더라고요. 카페에서 한 잔 6천원에 파는 게이샤 커피를 10잔이나 마시고도 천원이 남는다니. 이런 값싼 사치재가 또 어디 있을까요.
저는 다이소가 생각이 납니다. 과거에는 단순한 문구류나 생활용품 등을 주로 팔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유명 뷰티 브랜드나 패션 브랜드 등이 중심으로 해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사치재'라는 말에 어울리는 물건들이 많아지고 여전히 값은 싸서 현대의 '값싼 사치재'들의 공간이 다이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C-3 한동안 법원 발 뉴스가 사회를 뒤덮었습니다. 학원 폭력부터 대기업 회장의 이혼 소식까지. 저는 이 양상이 오늘날 값싼 사치재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웰이 예시로 든 예시들은 고통을 완하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오늘날에는 예시등은 그 역할을 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대신에 저는 사회가 분노하는 데 그 역할을 대체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해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 나의 흠보다 타인의 흠집에는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람들, 조리돌림을 하는 여론, 시시비비를 가려 나의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것 들까지. 날카로운 분노를 통해 사회의 불만을 표출하는 대신 모두가 모두에게 겨누는 시대. 그 끝에는 모든 사건이 법정으로 끌고 가는 양태가 오늘날의 값싼 사치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지도층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맞아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사회 진보를 이룰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언급한 가장 값싼 사치인 도박을 보고 떠오른 것인데요. 로또도 하나의 사치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돈 천 원에 며칠 혹은 일주일을 일확천금의 희망과 기대로 살 수 있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 경우에도 커피랑 로또인 것 같아요. 카페에서 돈 쓸 때랑 로또 살 때는 지갑이 너무 잘 열리네요.
c-1 '값싼 사치재'하면 쇼핑몰의 할인특가 물품이 생각납니다. 특별히 필요하진 않지만 싸다는 이유로 사들인 물건들이 집안 여기저기 있네요. 광고에 현혹되기도 하지만 반짝세일, 특가라는 저렴한 물건을 살 때 그저 산다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것 같아요.
C-3. @도리 님이 언급하신 커피와 @홀씨 님이 언급하신 다이소에 공감이 되네요. 손쉽게 만족감을 얻는 것은 음식만 한 것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맛집에 줄을 서는 건가 쉽기도 해요. 저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 생각도 났네요.
C-3. 책에서는 도박이 나오던데.. 저는 자연스레 로또가 연상 되었습니다. 저는 절대 로또를 사지 않습니다. (복권 기금이 좋은 곳에 사용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큰 운에 기대는 태도를 지양하고 있기에..) 그러고 보면 여러.. '자기계발서', 힐링 서적 등도 따지고 보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내가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어~ 따라하고 경제적 자유를 누려야지~"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한데..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은 되도록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냥 언젠가부터 거부감이 들어서요.
커피, 로또, 다이소 등에 동의하게 되네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SPA 브랜드의 의류도 떠올렸어요.
치킨, 달콤한 빵과 음료, 구독서비스, 인터넷 쇼핑이요. 빠르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것들.
저도 구독경제가 새로운 '값싼 사치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구독경제로 지출하는 돈들도 합쳐보면 꽤나 나가게 되는데, 일종의 문화자본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끊기가 힘들걸 보면 말이에요. 거기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때 그곳에서 볼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가 꼭 나오고, 무언가 배우는데도 구독으로 신청하게 되니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라도 이런 값싼 사치재에 더욱 매달리게 되는것 같아요 ㅜㅜ
영양실조가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지점은 모두들 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랭커셔에 가서 타고난 성한 이를 가진 노동 계급을 만나보려면 한참을 찾아봐야 한다. 실제로도 아이가 아닌 한 이가 성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리고 아이들일지라도 이가 무르고 푸른빛이 도는데, 내가 보기엔 칼슘 부족이 아닌가 싶다. 치과의사 몇몇은 내게 산업 지대에서는 서른 넘은 사람치고 이빨이 성한 경우는 비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위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치아는 되도록이면 일찌감치 “없어져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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