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

D-29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 부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혁명이란 그들이 어울리고 싶어 하는 서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똑똑한 '우리'가 하층 계급인 '그들'에게 부여할 일련의 개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으로 단련된 사회주의자를 감정이란곤 없는 냉혈한으로 본다면 잘못이다. 착취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의 증거는 많이 못 내놓는다 해도, 착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좀 괴상하고 이론적이며 공허한 증오)는 아주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242,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지금 현재 기계가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뻗쳐오고 있는지는 그냥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274,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우리가 인간의 자질로 찬미하는 것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재앙이나 고통이나 어려움에 맞서는 과정에서만 발휘될 수 있다. 그런데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재앙이나 고통이나 어려움을 제거하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12장 사회주의는 어떻게 파시즘을 키웠는가,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영국 가톨릭교도의 경우 자의식이 대단히 강하다는 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들은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하는 듯하며, 그것 말고는 아무 글도 안 쓴다.
전형적인 사회주의자는 두려움으로 덜덜 떠는 노부인들의 상상과는 달리 기름투성이 작업복에 목소리가 걸걸하며 인상 험악한 노동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5년 뒤면 부잣집 딸과 결혼하고 가톨릭교도로 개종할 가능성이 다분한 젊고 속물적인 과격파다. 아니면 그보다 전형적인 경우로, 비국교도 출신에 절대 잃을 생각이 없는 사회적 지위를 지녔으며, 은근히 금주주의자인 데다 종종 채식주의자인 경향이 있으며, 사무직 종사자인 작고 깐깐한 사람이다.
다른 별을 식민지화하면, 기계적 진보의 게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결함 없는 지구 대신 결함 없는 태양계를, 나아가 결함 없는 우주를 추구해야 하니 말이다. 기계적 효율이라는 이상에 매달리다 보면 유약함이라는 이상에 매달려야 한다. 그러나 유약함은 역겨워 보이고, 그래서 모든 진보는 절대 도달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목표를 향한 광적인 발버둥으로 보이는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우리가 함께 목표로 삼고 단결할 수 있는 이상은 사회주의의 바탕이 되는 이상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정의와 자유다. 허나 이런 이상은 거의 완전히 잊혀버려 '바탕'이란 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 이상은 이론 일변도의 독선과 파벌 다툼과 설익은 '진보주의'에 층층이 묻혀버렸다. 똥더미 속에 감취져버린 다이아몬드가 되어버린 셈이다. 사회주의자가 할 일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의와 자유 말이다! 이 두 마디야말로 온 세계에 울려퍼 져야 하는 나팔소리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p.290,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기계의 기능은 일을 덜어주는 것이다. 완전히 기계화된 세상에서는 모든 지겨운 고역은 기계가 해줌에 따라, 우리는 보다 흥미로운 것들을 추구하기 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참 근사한 일 같다. 마땅한 기계를 쓰면 단 몇 분 만에 해치울 수 있는데도, 배수관 묻을 도랑을 만드느라 대여섯 사람이 죽도록 땅을 파는 모습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그런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들은 가서 다른걸 하는 게 낫지 않은가. 그러나 금세 이런 질문이 나온다. 다른 무얼 한단 말인가? 그들은 '일' 아닌 무엇을 할수 있도록 '일'에서 해방된 듯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일이고 무엇이 일이 아니란 말인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우리는 기계와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진보'는 지속되어야 하고 지식은 절대로 억제되어선 안 된다는 관념에 감염되어 있다. 우리는 말로는 기계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 사람이 기계를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계의 발달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지식에 대한 공격이며 곧 일종의 불경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그리고 설사 온 인류가 갑자기 기계에 반발하여 보다 단순한 생활양식으로 돌아갈 작정을 한다 하더라도 실행하기는 너무나 힘들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돌이킬 수 없는 기계의 발달에 대한 이 문장을 읽고 있으니, 기후위기가 목전에 닥쳤음에도 지금의 생활방식과 산업구조를 결코 멈출 수 없는 현 시대의 우리 모습이 떠오릅니다.
F-2.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환경을 안전하고 편하게 하는 것인데, 정작 거기 사는 사람은 자신을 용감하고 강인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다. 앞으로 맹렬하게 돌진하는 동시에 뒤로 절박하게 물러나려고 하는 꼴이다. 그러니 결국 진보의 옹호자가 시대착오의 옹호자가 되는 셈이다. p269
우리가 함께 목표로 삼고 단결할 수 있는 이상은 사회주의의 바탕이 되는 이상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정의와 자유다. 허나 이런 이상은 거의 완전히 잊혀버려 '바탕'이란 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 이상은 이론 일변도의 독선과 파벌 다툼과 설익은 '진보주의'에 층층이 묻혀버렸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사회주의는 적어도 이 섬나라에서는 더 이상 혁명의 냄새를, 압제자 타도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괴팍스러움과 기계 숭배, 미련한 러시아 숭배의 냄새를 풍긴다. 그런 냄새를 한시 빨리 지우지 못한다면 파시즘이 승리할지도 모른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서는 파시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자면 파시즘이 상당한 해악뿐만 아니라 약간의 장점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파시즘은 악랄한 절대 권력이며, 권력을 잡고 유지하느라 쓰는 수법도 워낙 악랄해서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마저 그 이야기는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파시즘의 근간이 되는 정서, 즉 사람들을 처음 파시즘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정서는 그리 한심한 게 아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나아가 대부분의 중산층 사회주의자들이 이론적으로는 계 급 없는 사회를 위해 애쓰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구질구질한 사회적 위신에 악착같이 매달린다는 추악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F-3. 12장은 기술문명에 대한 비판으로도 아주 흥미롭게 읽힙니다. 오웰의 시대에도 지금도 ‘힘든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여가를 즐기면 된다’는 식의 기술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오웰은 매우 강력한 반박을 내놓습니다.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노고와 창조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본성을 좌절시킨다’는 겁니다. 기술이 인간의 일을 모두 대체할 때 인간은 삶의 의미를 잃을 수 있다는 게 오웰의 생각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힘들고 의미 없는 일’만 선택적으로 기계에게 맡기는 게 가능할까요?
A사의 F로 시작되는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을 종종 사용합니다. 며칠 전엔 S로 시작되는 AI 작곡 툴을 이용해서 노래를 하나 만들었어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이과 출신인데도 손쉽게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여겨졌던 예술 분야에서도 AI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결국 '힘들고 의미 없는 일'뿐만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모두'를 기계가 할 수 있겠죠.
저도 이렇게 생각해요. 전에는 그래도 기술문명의 이익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요즘엔 AI가 너무 발전하니까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긴 창작의 영역, 글쓰기까지 AI가 멋지게 수행하는데 인간이 인간으로서 뭘 남길 수 있나 싶거든요.
F-3 기계의 발전으로 힘들고 의미없는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은 가능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특히 의미없는 반복적인 일을 기계가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옆에 비전문직종의 사람들이 기계의 일을 보조한다는 현실에 조금 아이러니한 생각도 듭니다.
F-3 '힘들고 의미 없는 일만 선택적으로 기계에게 맡기는' 시대는 이미 훌쩍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개인이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는 있겠지요. 오웰이 12장에서 짚어낸 것처럼 '어떤 일'이냐고 아니라 '어떤 입장'에서의 일이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짧은 순간에 많은 것들이 변했고, 현재 코로나 재유행뿐 아니라 이름도 어려운 전염병들이 수시로 발병하고 있으니 오히려 기계화가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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