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함께 읽기 (7.17.~8.17)

D-29
노인의 구부러진 몸, 그것은 삶의 침하물이다. 서글프라고 자연이 그렇게 만들었다. (...) 늙은이란 생각하는 폐허, 우르수스는 그러한 폐허였다.
웃는 남자 - 상 p.24,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웃는 남자 - 상<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숨겨진 걸작으로, 위고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뛰어난 소설이라고 평했던 작품이다. 시와 소설,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걸작들을 남긴 대문호의 탁월한 재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권 초반에 [알아야 할 유일한 것들] 이하 잉글랜드의 귀족의 품계와 특권, 영토 소유 규모 등을 길게 나열한 부분을 읽으면서 일종의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일리아스」2권 아가멤논의 꿈에서 함선들의 지휘자들과 함선 목록이 여러 장에 걸쳐 나열되는 장면이 떠올랐거든요. 이게 위고적 유머인가 싶습니다:)
1편 296쪽까지 읽었습니다. 한 아이가 도망가는 배에서 어른들로부터 버림받고 밤새도록 눈보라 속에서 맨몸둥이로 허기진 자신을 이끌고 헤매다가 우르수스 수레오두막을 만나는 장면이 1편이었습니다. 눈보라, 안개, 바람의 움직임을 서술하면서 사람의 감정과 세상 이치들을 녹아내는 서술력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약 6시간 정도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약 300쪽으로 완성하다니 . . . !!! 아이는 자기도 곧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 갓난아기를 구출합니다. 그런데 그 덕분에 아이는 더욱 심해지는 허기와 눈보라속에서 또다른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다 우르수스를 만납니다. 우르수스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와 아기에게 자신의 한 끼니를 기꺼이 건네 주면서 그들을 끌어 안아줍니다.
우박은 때리고, 들볶고, 상처를 내고, 귀를 아프게 하고, 부순다. 그러나 눈송이는 더욱 치명적이다. 냉혹하고 부드러운 눈송이는,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할뿐이다. 눈송이를 탐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면 즉시 녹아버린다. 위선자가 천진해보이는 것처럼 눈송이는 순결해보인다. 순백이 천천히 쌓이고 쌓인 눈송이는 눈사태에 이르고, 위선자는 범행에 도달한다. 제 3부 어둠속의 아이, 1. 체스힐 p.231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해변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함정이다. 바위는 미끄러웠고, 모래톱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의지할만한 곳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덫이다. 마치 유리판을 걷는 격이다. 모든 것이 발 밑에서 갑자기 갈라질 수 있다. 그러면 갈리진 틈으로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제 3부 어둠속의 아이, 1. 체스힐 p. 214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겨울과 무덤은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이다. 시신이란 인간으로 만든 얼음덩이이다. 벌거벗은 젓가슴은 비장하게 보였다. 그 젓가슴은 이미 제 할 일을 다 했다. 그리고 삶이 결여된 존재가 준 숭고한 생명의 낙인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위에는 처녀의 순결함 대신 모성의 위엄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쪽 젖꼭지 끝에 하얀 진주 하나가 얹혀 있었다. 꽁꽁 안 젖 한 방울이었다.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제 3부 어둠속의 아이, 2. 눈의 효과 p. 244 ”,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결코 넘어져서는 안된다. 넘어지고 나면 영영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극도로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납덩이 같은 암흑이, 이미 죽은 여인처럼,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리면, 얼음이 살아있는 그를 땅바닥에 접합시켜 버릴 것 같았다. ~ ~ 단순한 넘어짐은 곧 죽음이었다. 잘못 헛디딘 한 걸음이 무덤의 뚜껑을 열지도 몰랐다 그러기 때문에 결코 미끄러지지 말아야했다.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제 3부 어둠속의 아이, 3. 괴로운 길은 집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진다. 249 ”,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따스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것 만큼 인간의 심장을 딱딱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제 3부 어둠속의 아이, 4. 황무지의 다른 모습 p. 256 ”,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기갈이 심한 배는 듣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는 남자가 심한 욕설을 내뱉어도 신경쓰지 않았다. 게다가 욕설은 남자가 베풀어준 자비로움으로 인해 완화되었다.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제 3부 어둠속의 아이, 5. 인간 혐오증이 가족을 만들다 p. 271,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인생이란 아주 길어. 우리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우리가 존재하는 것에 만족하는 멍청함을 간직할 수 있도록, 온갖 밧줄과 못을 이용해서 목을 매 자살할 멋진 기회들을 우리가 이용하지 못하도록, 자연은 가끔씩 인간을 보살피는 척하지. 오늘 밤은 그것조차 하지 않았어. 음험한 자연은, 밀을 성장하게하고, 포도를 무르익게 하며, 꾀꼬리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하지. 이따끔씩 비추는 서광 한 줄기, 혹은 진을 한잔 마시는게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야 제 3부 어둠속의 아이, 5. 인간 혐오증이 가족을 만들다 p. 282 ”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얼마나 읽어나가고 있는지요? 현재 읽고 있는 쪽수와 인상깊은 문구들을 기록해 주시기 바랍니다.
8월 1일부터 열흘 휴가여서 그 기간에 쭈욱 읽을 예정입니다:)
저는 현재 580쪽까지 읽었습니다. 주말에 진도 쭉쭉 빼고 있습니다. 우선은 읽고 기록은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몰아서 하는 편이라 자주 못 올리네요. 저녁에 소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800년대 위대한 작가는 하룻밤 동안 있었던 일들, 또는 어떤 사람의 한 가지 내면의 고민을 거의 20쪽으로 서술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약 600쪽 넘게 3부까지 읽은 소감이다. 1부에서 버려진 아이가 그웬플랜이 되어 3부에서 웃는 남자로 성공하는 광대, 연기자?가 되어 우르수스의 오두막이 풍요로워진다. 버려진 아이가 주워온 아이는 데아가 되어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작가의 시선이 서로 다른 것을 서술하는 것 같지만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성이 매우 신기하다. 왕실과 권력, 배신과 질투 등이 조시안 여공작 중심으로 서술되는데, 결국 여공작이 그웬플랜과 연결된다. 우르수스 오두막을 벗어난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그웬이 어떻게 여공작과 이어질까 궁금해 지고, 배신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바킬페드로가 조시안 여공작의 뒷통수 치는 방법이 궁금해 진다. 신분제, 방랑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지금 민주적 시민사회에서도 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사람 사는 방식은 선하든, 악하든, 잘살던지 못살던지 상관없이 늘 같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작한지 10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진행상황이나 소감을 공유해 주시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운 날 선풍기 앞에서 다른 것 다 잊고 책읽는 상황이 꽤 괜찮은 경험이네요. 모두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 . .
다른 분들의 진도를 알 수 없어서, 스포가 될까 소감을 말하기 조심스럽네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그냥 읽어나가게 되네요.
자신과 마주하고 자신을 친구로 삼아 살아가는데 늑대 한마리가 그속으로 다정하게 주둥이를 집어 넣은 것 뿐이다. ~~ 혼자 사는 사람은 문명세계가 인정한 야만인의 축소판이다.p 45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은 시민이 해야 할 일이다. 개인의 사적인 취향은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임무는 지켜지기를 원한다. 누군가가 헌신해야 한다. 공공의 기능을 최대한 따르는 것이 진정한 충절이다. p.304 신분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꼭 필요할 것 같긴 하다. 어쩌면 민주사회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원리로 위와 같은 통념은 필요한 것 같다.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무지는 덕의 수호 여신이다. 통찰력없는 곳에는 야심이 없다. 무지한 이들은 필요한 어둠속에 있고, 그러한 어둠이 시야를 없애는 동시에 욕심도 없앤다. 그것에서 순수함이 생겨난다. 읽는 사람은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리를 분별한다. 사리를 분별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의무이자 또한 행복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전혀 없는 진리이다. 사회는 그러한 진리 위에 있다. p. 309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어떠한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그 행동의 냄새를 맡아보려고, 그것을 상당히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는 것은 근시안적 행동이다. 그러한 행동에서 원인 모를 구역질이 난다. 그렇게 섬세해서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지나친 양심은 퇴화되어 장애가 될 수 있다. 거머쥐어야 할 왕홀 앞에서의 죄책감은 거세된 남자다. 양심의 가책을 경계하라. 그것이 달갑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분별잃은 충성은 지하로 향하는 계단처럼 내려간다. 한발한발 내딛다보면 어느새 캄캄한 어둠속에서 서 있게 된다. 약삭빠른 자들은 다시 올라오지만 어수룩한 이들은 거기에 남는다. 양심이 비사교적인 상태가 되도록 경솔히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정치적 정숙함이라는 어두침침한 색깔에 살그머니 젖어들게 된다. 그 때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것이 클랜찰리경이 겪은 일이었다. 원칙이 마침내 깊은 구렁이 되고 만다. p. 316 정치의 격변기에 소신과 원칙을 지키다 소외되는 상황을 표현한 . . . 너무나 절실하게 와 닿는 표현이다. 웃는남자에는 이런 순간이 너무나 많다.
웃는 남자 1~3 합본 (스페셜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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