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버섯을 따라 만나는 자연의 경이, <숲 아래서> 읽기

D-29
<숲 아래서>는 프랑스 미생물학자가 '나무와 버섯의 함께살이'에 주목한 자연에세이입니다. 식물과 미생물의 동맹을 규명하는 게 주제지만, 버섯의 생태와 자연에서의 역할을 부드럽게 소개해 주기도 해 반갑더라고요. 이런저런 조사를 하며 자연의 경이를 탐구하는 저자의 열정에 감화(?)되는 느낌이고요. 저자와 함께 세계 곳곳의 숲길을 거닐며, 자신이 보고 느낀 경이로움을 분방하게 나눠봅니다.
■ 1장: 나무 세계 한 그루 나무에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유기체를 이루는지 생각하면 과연 '나무 세계'라 할 수 있겠군요. 나무와 버섯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게 된 맥락보다도 과학자로서의 열정과 사명감을 밝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유용하고 이로운 지식을 제공하는 일'을 하며 '(기후 문제로) 내부고발자가 된 과학자'라니. • "버섯에게는 공생, 분해, 기생이라는 세 개의 얼굴이 있다. 그래서 버섯은 한없이 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잔인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하다."(p.21) • "나무와 버섯을 이야기할 때 지나치게 의인화하는 일이 없도록 나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지만,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이들을 다소 친근하게 묘사하더라도 동료 과학자들은 살짝 눈감아주기를 부탁한다."(p.25) *충적 평야(p14): 하천이 운반 퇴적한 토사가 쌓여 이뤄진 평야.
■ 2장: 뽕나무버섯 숲 이곳저곳에 핀 버섯이 여러 개체가 아니라 한 개체일 수 있다니. 그것도 8천 5백 년 전에 하나의 포자에서 발생한. 얼핏 어떤 분께 이야기 들었던 것 같지만 새삼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구나 싶습니다. 같은 서식지, 같은 나무와 공생하는 자주졸각버섯과 마른산그물버섯의 번식 전략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버섯도 개척자형, 한우물형이 있고 그 삶이 참 다양하구나' 싶네요. * 책에서 소개한 뽕나무버섯이 우리나라에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멀루어 국유림의 뽕나무버섯이 우리나라의 뽕나무버섯(Armillaria mellea)과 같은 종인지 학명부터 찾아봤는데요. 멀루어 국유림의 뽕나무버섯의 학명을 위키에서는 Armillaria ostoyae로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 학명 버섯을 화살표버섯도감(p.204)에서는 '잣뽕나무버섯(조개뽕나무버섯)'이란 국명으로 소개하고 있네요.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사이트는 Armillaria ostoyae 학명을 이명 처리하고 Armillaria solidipes를 정명으로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국명은 '다발뽕나무버섯'이라 하고요. 어떤 국명과 학명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한반도에 있긴 한가 봅니다.
아쉽지만 혼자 읽은 독서 기록만 뒤늦게 정리합니다. ■ 3장: 참나무 '수지상체'라는 접점에서 식물은 당을, 균류는 무기양분인 질소와 인산을 전달하는군요. 이 균근 조직은 영양 교환의 장일뿐만 아니라, 단백질의 일종인 글로말린을 방출해 토양의 알갱이 형성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요.   참나무가 북방으로 이동할 때 트러플도 동행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PCR 및 유전자 지문검사로 유전자형을 밝히는 내용은 별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과학자로서 대중과 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자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나무뿐만 아니라 풀꽃과 난초도 균근 공생을 하죠. 최근에 '노루발풀'이라는 들풀을 알게 됐는데, 균근 공생해 잔뿌리가 거의 없는 빈약한 뿌리로 척박한 토양에서 자란다는 걸 알고 신기했습니다. ■ 4장: 광대버섯 하등균류 / 고등균류 - 담자균문, 자낭균류 같은 분류 이야기 / 버섯의 부위 설명 / 균근 공생의 역사가 광대버섯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섞여 알찬 장이었네요. 읽으면서 왜 버섯은 우산 갓으로 비로부터 포자를 보호하는지(p64) 궁금했는데, 젖어서 멀리 못 가면 포자끼리 경쟁하겠군요. 그나저나 생김새와 생태의 비밀은 늘 신비롭습니다. "외생균근의 포자는 삐죽삐죽한 침으로 장식된 경우가 많다. 미세한 침을 이용해 톡토기 등 절지동물의 껍데기에 걸린 포자는 동물의 이동 경로를 따라 부엽토 속에 파묻히거나 잔뿌리까지도 다다를 수 있다." (p69) ■ 5장: 흑송 "흑송 주변에서 균륜(fairy ring)을 그리며 피어나는 버섯은 악마의 발현이 아니다. 소나무의 잔뿌리와 연결된 균사가 원을 그리며 발달하는 숙주의 뿌리를 따라간 것이다."(p85) Q. p86 나무의 잔뿌리 근처 충분히 양분을 섭취한 균사에서 포자가 형성된 후 그것이 분열하다 어느날 버섯으로 돋는다는 서술이 있는데, 무성생식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또 버섯의 품종 개량과 교잡 이야기도 궁금한데 관련 설명이 없어 살짝 아쉬웠습니다. ■6장 포플러 식물의 감각 이야기가 재밌던 장이었습니다. 중력에 따라 가라앉는 전분 입자로 위아래를 감각하고. 표면 세포막의 전기 자극에 반응해 형성층과 목질을 활성화하고. 잎의 리놀렌산이 애벌레의 몸속 글루타민과 결합해 볼리시틴이 되어 나오면 메틸 자스모네이트를 방출해 기생벌을 유인하고... 무엽란, 대흥란과 같은 일부 난초과 식물이 균근 조직에서 당을 '슬쩍'한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는데, 일부 진달래과 식물도 그렇다니  흥미롭네요.  ■ 7장 광릉젖버섯 "10년에 한 번 꼴로 자실체를 내는 종도 있는 까닭에, (...) 많은 수가 사실상 잠을 자고 있는 상태이며 특정 여건이 갖춰질 때만 번식을 개시한다. 균학자들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했음에도 매번 답사를 나갈 때마다 새로운 종을 발견하는 현장도 있다. 이렇게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희귀 균류는 가뭄 등으로 숲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교란으로 주요 균류가 멸종하는 예외적 상황이 발생할 때 비로소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p117~118) * 산불이 나면 번성하는 이끼들(post-fire moss, 지붕빨간이끼, 표주박이끼, 은이끼 등)이 있듯이 버섯도 재난에 번성해 숲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버섯들이 있겠군요. Q. 재난 상황에서 빠르게 개척하는 버섯은 어떤 종이 있을까요.  "젖버섯은 질산염, 꾀꼬리버섯은 인산염 흡수에 특화되어 있고 그물버섯은 가뭄이나 기생균의 공격으로부터 뿌리를 보호한다. (...) 여러 균류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며 동일한 역할을 맡아 기능이 중복되고 한 종이 환경적 스트레스나 기생균의 등장으로 사라지면 곧장 이웃 균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p119) * 균근 공생으로 양분 교환만 생각했지 균근균마다 특장점이 있군요. 버섯계에도 역시 생물학적 니치가 있네요. "나무에서 돋아난 새싹은 처음에는 하나의 균하고만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내 그 수가 두 개, 세 개로 늘어나 종국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류와 소통한다."(p120)
■ 8장: 모래밭버섯 "혼외 결합이 용이한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배우자에 대한 정조를 굳건히 지키며 그 어떤 사사로운 정도 용납지 않았다."(p131) 기주특이성 이야기가 나오네요. 같은 모래밭버섯 계통이라도 서식지에 자생하는 수종을 우선해 공생했다니! 공생균의 기주특이성은 열쇠 격인 신호, 의사소통 단백질, 공생 유전자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해 이뤄지는군요. Q. 외래 수종의 도입과 함께 공생균의 변화도 언급되던데, 기후 변화로도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해외 자작나무와 함께 빨간 광대버섯(Amanita muscaria)이 우리나라에 등장할까 싶었습니다. ■ 9장: 보라발졸각버섯 "당시 알려진 사실과는 반대로, 균근균이 식물 내부에 단백질을 주입한다는 것은 용감한 균류가 숙주를 조종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상리 공생을 위해 사랑으로 맺어진 나무와 버섯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146p) 균근균이 나무와 '공생'한다고 하지만 적어도 보라졸각버섯은 나무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거절을 사절해 왔군요.. ■ 10장: 덕다리버섯 "의심할 나위 없이, 죽은 나무는 무시무시한 전투장이다."(p155) 균근 공생균 이야기만 나와 단조로워질려던 차에 갈색부후균, 백색부휴균 같은 나무 분해균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물 사체에 청소부들이 찾아오는 순서가 있듯이 죽은 나무도 찾아오는 순서가 있군요. 숲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도시에 나무로 된 집을 분해하는 버섯의 이야기, 목재부후균의 리그닌 변화가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도 흥미로웠습니다. ■ 11장: 양송이버섯 이끼도 분변에만 자라는 게 있고 심지어 일부는 동물 분변 종류를 깐깐히 가리는데 버섯도 마찬가지군요! '분생균'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이 분생균의 튼튼한 포자는 동물의 소화기관을 통과해야만 분변에서 발아하고 생장한다는 사실도요. 공원에서 본 먹물버섯이 사실 개똥의 산물이었을려나요. ■ 12장: 트러플 "트러플이 발산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총체를 합성 분자를 이용해 재현하려는 시도는 헛된 꿈에 불과하다. 식품 가공업이 개발한 '트러플 향'이라고 부르는 화학 향료는 한껏 무르익은 진짜 트러플에서 나는 향에 비하면 밋밋하기 짝이 없다."(p194) 트러플의 향은 휘발성 분자뿐만 박테리아가 작용하는군요. 또 트러플에게도 암수 성별이 있고, 또 나무마다 특정 성별과 균근을 맺는데, 거기에 균근과 약간 떨어진 곳에서 암수 균사가 잘 만나고, 때맞춰 성숙해야 트러플이 나온다니. ■ 13장: 난초 난초와 공생하는 균은 나무 균근균과 달리 유기물 소화 효소을 가져 스스로 양분을 얻을 수 있군요. 일부 균근공생 난초를 두고 예전에는 부생식물이라 불렀던 이유가 퍼뜩 이해가 됐습니다. 그나저나 나무가 균근균에게 보낸 당분을 난초가 일부 섭취한다는 걸 생각하면, 나무가 참 부양하는 식구들이 많네요. ■ 14장: 지의류 용암에서도 지의류가 자라는군요.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지만 균류와 조류의 공생은 아직 대기오염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 15장: 흰개미버섯 이 챕터에 소개되는 버섯을 꼭 구글에 검색해 보세요! 큰 건 정말 어린이용 우산으로 써도 되겠더군요. 공생의 여러 측면이 인상적이었네요. 곤충들이 공생균을 이용해 나무에 고사시키기도 하고, 어떤 개미는 균을 증식시켜 접착제처럼 쓰고.. "체내 온도가 35도 이상인 포유류는 기생균이 선호하는 숙주가 아니다. (...) 몇몇 균을 제외하면 인간은 다행히도 곰팡이균의 공격을 거의 받지 않은 편이다."(p226~227) ■ 16장: 숲의 미래 미래 기후에 적합한 나무를 찾아 육성해 기후 변화를 대비해야 하겠지만, 수종이 바뀌면 나무와 연관된 생물다양성도 바뀌겠군요. 그간 여러 버섯균, 곤충, 지의류, 난초 등이 나무와 연관 되어 있다는 점을 살피니 서두에 제시된 '나무 세계'란 말이 확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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