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

D-29
미를 추구하는 이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자들이 서로 죽일 수 밖에 없다니, 역시 큰 능력은 파괴적이군요. 이 과정을 세세하게 설득력있게 써 낸 작가도 대단하다 싶고.
어쩌면 이상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두 관점은 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뭐라 표현하기 어렵네요. 파괴적인 느낌이 들게 소설에서 묘사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제 맘대로(!) 이해(!)했어요. 그레코 : 초월적 가치 (완전 무결한 참된 진리)를 중시함. 인간을 미워한다기보다 인간은 진리와 무관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냉담함. 마치 사람이 길바닥의 벌레를 미워해서 일일이 찾아 내 밟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지도 모르고 밟게 되어 결국 벌레를 죽이게 되는 것처럼요. 레이놀즈 : 휴머니즘 중시. 인간을 위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수련하여 얻은 가치가 무슨 의미인가. 벌레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벌레를 밟을 수 없다.
이런 정리 재밌네요. 확 와닿습니다.ㅎㅎ 근데 인간을 위하지 않는 가치가 무슨 소용인가, 라고 하는 레이놀드가 앞으로 인간을 계속 해치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 중 몇몇은 그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107쪽), ‘그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114쪽)) 인간에게 냉담하지 않은, 벌레의 마음을 아는 레이놀즈가 오히려 살인을 하게 되는 역설이 있네요. - 새섬님의 두 사람 비교 정리 글에 대한 답글인데 이상하게 올라가졌어요...-
저도 레이놀즈가 좀 실망스러웠어요. ㅎㅎ ‘그들 중 몇몇은 그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107쪽) => 인류 역사에 히틀러가 다시 등장한다면 레이놀즈가 그를 죽일테고, 그레코같은 이도 다시 등장할테니 그도 없애겠네요. ‘그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114쪽)) =>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는 마음일까요? 공리주의 위에 우리의 세계가 서 있고 이 때 매번 등장하는 트롤리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는데 초지능인 레이놀즈도 별반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것 같았어요.
트롤리 딜레마, 처음 들었는데 덕분에 알았습니다. 진짜 레이놀즈는 딱 이 경우군요. 인류(다수)를 위해 그레코를 없애겠다.. 트롤리 딜레마는 결국 양으로 인간의 생명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느냐인데, 한 명이라도 그런 이유로 버릴 수 있다면 그 한 명으로 버림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오후에 계속 생각해 보는 딜레마였습니다.
그나저나 일반 인간을 해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초지능 인간끼리는 ‘이해’를 통해서만 해칠 수 있으니, 이 소설의 주제는 다른 무엇보다, ‘이해’ 또는 ‘언어’인 것 같아요.
정말로 무엇보다 언어, 그리고 언어를 통한 이해가 주요 화두인 소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 언급되는 다양한 언어들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기는 어렵더라구요. 상상력의 한계.. 리언(그러니까 그레코)은 새로운 언어를 설계하려고 하고(86쪽~) 그 시도에 한계를 느껴 네 번째 앰풀을 쓰죠. 언어가 사고를 표현하지만 동시에 사고가 언어를 제한하기 때문에 사고의 확장은 언어의 변화를 추동하게 된다는 건데, 이런 언어관이 이 소설집 전반에 깔려 있다는 생각을 여기 실린 다른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과거에 상상했던 그 어떤 것보다 더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언어’를 알게 되고 이게 전반적인 이해의 확장? 업그레이드? 로 이어지고, 아마도 그래서 마지막에 죽게 되는 거겠죠? 레이놀즈의 자기파괴적 커맨드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 @김새섬 님의 네덜란드 비유, 정말 찰떡!) 두 사람이 대화할 때 ‘일상적인 신체 언어의 단축 버전’을 쓴다고 하는데(105쪽) 이건 약간 텔레파시 같은 건가?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텔레파시도 써본 게 아니니 모르고 ㅎㅎ 114쪽 그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해해” 이 장면도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레이놀즈가 말하는 자기 파괴 커맨드는 실제로 그런 게 존재한다기보다 그게 존재한다는 생각을 심어줌으로써 작동하게 되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여하튼 참 읽으면 읽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소설이네요 하하하;;
말씀하신 대로 이 책에 나오는, 초지능이 되어갈수록 나타나는 언어적 특성이 정말 흥미롭더라구요. 언어에 관한 부분들을(의사소통도) 다시 봐야겠다 싶었어요. 테드 창 작가님 역시 대단하신..
언어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 동의해요. 이책의 다른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일관되게 언어로 인해 인간의 능력이나 가능성이 제한된다는 관점을 갖고 있는 듯 해요. 앞부분에 등장하는 의사들을 통해 보통 인간세계에서는 유능한 부류이겠으나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인해 명확한 한계가 있는 걸 묘사했다고 느꼈어요. 초지능을 획득한 주인공은 언어의 한계에 갖히지 않도록 스스로 언어체계를 만든다… 뭐 이런식으로 이해했어요.
오! 제가 어제 바쁘기도 했지만 이 소설의 뒷부분이 아무리 해도 이해가 잘 안 되어 입꾹닫 하고 있었는데 세 분의 대화를 읽으니 좀 이해가 되어요! 저도 @joy 님처럼 지능이 좋아지는 것의 묘사가 흥미로웠는데 마지막에는 결국 그 ‘이해’가 파괴로 작동한다는 것의 역설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는 말은 뭘까 그런 고민이 남았어요. 리언이 지능의 탑을 쌓아(이 비유 어색하지만) 초인간을 추구하는 게, 좀 억지스럽지만 어딘가 ‘바빌론의 탑’을 연상케도 했구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소유 님이 말씀하신 인간관(두뇌를 온몸으로 움직이는 사령탑으로 본다는 것)이라는 점이 확 드러나는 것 같아요. 리언이 두뇌를 발달시키는 과정이 마치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과연 인간의 두뇌발달에 한계가 없나? 뉴런이 저렇게 많아지면 뇌가 터지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구요. 저도 처음에 두 사람이 왜 반드시 서로를 파괴해야 할까 싶었는데 @소유 @김새섬 님 말씀을 읽고 이해가 되었어요. 다만 왜 리언과 레이놀즈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파괴해야 한다고 전제하는지(105쪽)는 조금 의문… 아직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왜 리언과 레이놀즈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파괴해야 한다고 전제하는지(105쪽)는 조금 의문… 아직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 이해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개념도 범인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는 0.001 나노 세컨즈만 필요했을지도요...
아하…!!! 0.001 나노세컨즈 ㅎㅎㅎ
좀 늦었지만 같이 읽고 싶어서요. 벌써, 오래 전(!!)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 님이 테드 창 소개해줘서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완전 문과생인 제가 그 제목이 너무 멋져보여서, 그리고 신뢰의 이동진이니까^^) 알게 된 테드 창.. 완전 천재라고 생각해요~^^ 그 뒤로 계속 따라읽고 있어요.
홀연 님 반가워요.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숨‘에 실린 작품이죠?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테드창의 상상력은 가히 장난 아니다 싶어요. 시냅스 양의 임계량(한계)에 따른 능력의 발달 과정을 보여 주는데.. 그 과정이 거의 끝장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느꼈습니다. 바르트의 텍스트론에 따르면 에크리튀르(감옥?)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우리는 어떤 언어적 세계관의 한계에 구조적인 노예로 살고 있다란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무구한 언어라는 것이 존재 할 수 있는가란 질문도 있었던 것 같구요. 그런 언어의 설계. 유체이탈한 나가 다중인격화된 나 자신을 구획해 조망할 수 있는 경지. 자기 객관화의 끝장 버전인듯. 현상들의 배후에 있는 데이터들을 파악해서 어떤 법칙을 발견한다는 것이 엄청난 거라는 것을, 넷플릭스에서 다큐로 본 벤포트의 법칙이 있는데요. 그러한 사람들의 관찰력이 얼마나 뛰어난가 싶더라구요. 함 보시면 재미있습니다. 복잡계의 세계에 어떤 논리적 코스모스를 지속적으로 연결지어 구축. 어떤 증명이든지 절대 증명할 수 없는 공리를 하나이상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 불완전성 정리?? 인걸로 알 고 있는데... 유기적으로 논리적 체계가 변화하는 방식으로 책에서 설명 한 것 같은데.. 이해는 못하지만... 괴델이 말하는 불완전성 정리의 논파(?) 위와 비슷하게 논리철학에서는 어떤 명제의 참은 어떤 논리적 세계에서 참이지만, 그 논리적 세계를 벗어나면 그 어떤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라는 맥락이 있는데.. 어떤 전제를 끝까지 묻고 나가다 보면 근거의 근거없음을 발견한다라는.. 뭐 대충 그런 내용인데.. 사후적으로 우리는 뭔가를 이해하지만, 시간의 요소가 계속 치고 들어 오니까.. 사전적으로는 완벽히 알기 어렵다??여서..?? 결국 마지막에는 뇌의 임계량의 한계를 떠난 인공뇌의 개발을 시급히 이루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고뇌까지..  '나는 미를 사랑하고 레이놀즈는 인류를 사랑한다' 로 진행되는 후반부는 또 다른 맥락에서 흥미로운 전개가 되어서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ㅎㅎㅎ 일단 레이놀즈가 싫었어요. ㅋ 이건 유토피아 논쟁으로 다룰 법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완전한 유토피아는 완전한 디스토피아와 동일한 거니까..(?) 우리는 어떤 관념을 벗어 날 수 없지만, 이데올로기(관념)은 그저 폭력이니까...요.. 레이놀즈가 생각하는 미래상이 주인공이 하는 일과 배치되는 측면에서 그를 죽인다라는 것이 조금 납득은 되지 않았어요.. 나는 성인은 아니지만 구세주가 되겠다...라.. 왜 이렇게 배치 했나 생각해 보게 되네요. 미와 인류의 대결구도...주인공이 미를 사랑하지만 ... 인류를 해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숭고함을 추구하는 것이 결국 인류를 해하는 방향이 된다라는 건가..?? 아마도 논쟁 지점을 포착해서 보여 주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긴 하네요.. 재밌습니다.
저도 레이놀즈가 싫습니다.ㅎㅎ 유토피아는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요. 모든 게 통째로 함께 존재하는 세상에서 누군가의 통제로 그 세상을 유토피아화한다? 초지능을 가져서 세계의 전체 모양을 알게 된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일까? 의문을 가졌었어요.ㅎㅎ (“클라라와 태양”에서 인공지능 클라라는 무한히 현명해지는데, 무한히 수용적이고, 그러면서 우리가 모르는 것을 말없이 알고 있고, 우리가 이해 못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만 나왔던 기억이..) 그래서 테드 창이 천재적이긴 하나 그 시대를 벗어날 순 없었던 거라고 저는 생각했어요.(작품을 쓰던 시대) 인간에 대해서도 지능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있구나 하고. 그레코가 자기 뇌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인공뇌가 시급하다 하면서, 개인이 보조로 쓰는 인공 신경망 얘길 했는데, 요즘의 방식은 인공뇌도 굉장히 집합적이잖아요. 인간도(몸과 정신 모두) 집합적으로 존재하고(집단 무의식까지 포함..) 인공지능의 존재방식도 그러니까. (인류가 주는 무한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발달하고 존재하는..) 여튼 저도 잘 모르기 땜에 혼자의 상념에 가깝습니다.ㅎ
말해주신 언어의 특성이 흥미롭습니다. 논리 철학 이야기도.. 감사합니다~.
바르트의 텍스트론, 논리철학 흥미롭네요! 저는 읽을 때는 레이놀즈에 대해 반감이 없었는데 @ssaanngg 님과 @소유 님 대화를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레이놀즈보다 그레코가 인류에 덜 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다시 작품을 들여다 보게 하네요. @ssaanngg 님이 이야기한 자기 객관화의 끝장 이라는 점 너무 공감합니다. 저토록 초인지가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이토록 표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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