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

D-29
다른 작품과 달리 기억이 아주 생생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을 때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당신'이 누구인지가 너무 궁금했어요. '당신'이 화자의 죽은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알쏭달쏭한 일화들은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현재 일어나는 일과 병렬 배치되지요. 그러면서도 혼란스럽지 않게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끌어가는 테드 창의 솜씨가 정말 멋집니다. 끝 부분에 둘이 춤추다 아이를 갖기로 하는 것도 정말 로맨틱한 감성을 자아내고요. 결과를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여러 SF 들이 다뤘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저에게 큰 감동을 줬어요.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저녁 노을을 볼 때의 슬픔이나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 때 느꼈던 어떤 그런 먹먹함이 책을 덮고 난 뒤 오래 남았습니다. 일시적인 기분이었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재독할 때도 다시 벅찬 감동이 ^^
'0으로 나오면'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떼어놓는 종류의 감정이입"의 의미에 조금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르네의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르네는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몰입되어 있어서 칼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칼이 르네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된 이유는, 르네의 세계 안에 자신이 차지하는 영역이 없음을 체감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140페이지에 보면 칼에게 두 가지 직관이 찾아왔다고 나와 있어요. "첫번째 직관은... 자신은 그녀가 왜 그런 행동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인식" 두번째 직관은 르네의 행동에서 과거의 자기를 연상하게 되었을 때 찾아옵니다. "칼은 수치심으로 얼어붙은 채 르네가 바닥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그였던 당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145페이지엔 이런 대목이 나와요. "위선자.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칼 자신이 바로 그런 입장에 서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의 고통에 완전히 몰입한 채로 다른 사람들의 인내심을 시험했지만, 그중 한 사람은 줄곧 그를 돌봐주었다. 르네와 헤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결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터였다." 고통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하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 옆에서 사랑하면서 그를 지키고 돌봐줄 수 있는지는 그와 다른 문제일 거에요. 칼은 르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그런 고통 속에 있는 르네를 사랑할 수도 없고 함께 있는 것을 견딜 자신도 없어서 헤어지기로 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을 때는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었지만 자기는 힘들어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결정한 거니까요. 르네가 그런 자기만의 몰입 속에 머물렀다면 오히려 자신을 정당화하기가 쉬웠겠지만, 르네가 뒤늦게 마음을 열어보이자 칼은 아픔을 느낍니다. "그만둬. 그는 빌었다. 말하지 마. 제발." "칼은 르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자기도 정확하게 알며, 그 자신도 그녀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이것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떼어놓는 종류의 감정이입이었고, 그녀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헤어짐은 고통스러워 하는 르네에 대한 사랑을 칼이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르네가 마음을 열고 관계 회복의 의지를 보이지만 이미 칼은 르네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 결론내린 것이겠지요. 저도 약간은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분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문장들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니 새로운 해석들을 하게 되네요.
오도니안님의 해설을 읽으니 칼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더 이해가 잘 갑니다. 칼의 입장에서의 칼과 르네의 관계를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르네가 자신의 절망에 빠져 칼에게 내어줄 자리가 없었고 이로부터 촉발되는 둘의 문제(칼 입장에서의 문제)인데, 마지막에 르네가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군요. 칼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둘의 관계를 정리하는(결별 쪽으로) 시점인데 말이죠.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저는 칼의 그러한 깨달음이 너무나 비극적으로 느껴졌는데, 오도니안 님이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 하니 왠지 맘이 아프네요. 물론...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안다는 것과 자유의지는 양립할 수 없었다.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는 결코 그 미래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아는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세월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218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햅타포드의 경우 모든 언어는 수행문이었다. 정보전달을 위해 언어를 이용하는 대신, 그들은 현실화를 위해 언어를 이용했다. 그렇다. 어떤 대화가 됐든 햅타포드들은 대화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지식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대화가 행해져야 했던 것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219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루이스 뱅크스는 페르마의 원리와 햅타포드B를 통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를 알게됩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들에 대해 돌아보기도 하고 또 다음엔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이쪽이야, 이걸 선택해, 바로 저기, 이런식으로 힌트를 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또 다시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되네요. 미래를 알고도-아이가 죽는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다 등- 동일한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사유방식에 감탄하고 존경하면서도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양가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시적 의식의 맥락에서 보면 자유는 의미가 없고 강제 또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라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말일까요? 또 수행문으로서만 발화되는 햅타포드의 언어를 우리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어떤 수련의 과정이 필요한 걸까요? 저는 테드 창의 소설 속 수학,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삶에 대한 작가의 어떤 일관된 태도나 세계관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제 삶에도 끌고와서 대입해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더 정확히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이번 모임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jjaann 님께서 인용 두 부분을 해 주셔서, 그 문장들을 새롭게 읽어 봐서 좋았습니다. 햅타포드들이 수행문으로만 언어를 발화하는 이유는 그들이 동시적 인식으로 삶을 통째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미 다 아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 언어여서일테고, 사고와 언어의 관계에 관심 많는 테드 창님이 이 부분을 그들의 언어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고 있지요. jjaann님께서 ‘수련’이 필요한 걸까요? 라 얘기해 주셨는데, 선형적 언어에 익숙한 우리가 이걸 어느 정도라도 실천해 보려면 모종의 훈련이 필요할 것도 같아요. 직관적 세계 인식? 통째로 보려는 노력?(명상처럼 말이죠.) 그리고 자유가 의미가 없는데 강제도 아닌 이유는, 이렇게 통째로 아는 세상을 완전히 수용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후를 동시에 통째로 안다는 것은 곧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걸 아는 걸 테니까요. 이 부분은 정말 생각해 볼 거리인 듯요! 저도 이 아름다운 이야기 속 삶의 방식을 제 삶으로 끌어오고 싶네요. 이 책에서 이 소설이 저에겐 아름답고 감동적인,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어요.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움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저절로 바뀐 거라고 생각해요. 언어는 사고의 수단인 동시에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헵타포드의 언어를 안다는 것은 헵타포드의 사고방식을 익히는 것인데 헵타포드의 언어는 말을 시작할 때 이미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발화하는 형식이기에 결국 헵타포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다는 거죠. 그게 아마 '동시적 의식'인 것 같아요. 그러므로 동시적 의식의 맥락에서 보면 자유는 의미가 없겠죠... 왜냐하면 이미 일어날 일을 알고 있고 그대로 수행하게 되어 있으므로. (인용해 주신 '세월의 책'처럼요.) 그리고 세월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미 일어날 일을 아는 동시에 아는 대로 수행하게 되지만 그것이 강제가 아니라는 것, 그냥 선험적으로 아는 것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강제도 의미가 없다고 한 게 아닐까 합니다. 결국 헵타포드는 일어날 일을 모두 알고 있기에 그들이 하는 모든 말은 수행문인 거죠.... 우리도 루이스처럼 헵타포드의 언어를 익히면 동시적 의식을 가질 수 있을 텐데... 그럴 수가 없네요... ㅎㅎㅎ
저의 해석(감상문)을 올려 봅니다. 좀 길어서 민폐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 안 읽으셔도 됩니다.ㅎ ————— 엄청 좋다. 감동. 외계인들이 선물하고 간 것은 '헵타포드B'였고, 그것은 예를 들어 루이즈에게 전달되었다. (아마 다른 몇몇 언어학자도..) 루이즈는 외계인의 언어, 사고를 체득한다. 그래서 그것으로 산다.(살아낸다.-수행performance) 이 소설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도 그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루이즈가 '헵타포드B'를 체득하여, 사고도 변환되어 그렇다면,(사고에는 기억, 세계관, 운명 수용, 체험 등이 포함된다.) 독자는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읽으며 그러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이 유행시킨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이 말을 이 소설에 적용하자면, '사랑'은 애정을 뿜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이다. 이 '완전한 수용'이 전체로서의 세계를 동시에 알고, 결과를 알면서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며, 이때 보이는 것은 자유의지를 체험하는 선형의 사건 진행이 아니라, 전체의 세계이다. 있는 그대로 통째의 세계. 루이즈는 헵타포드의 문자 언어를 완전히 체득하지는 못하여(우리 인간의 선형적 언어에 여전히 물들어 있기에) 가끔씩 미래 순간을 문득 문득 아는 듯이 그려져 있다. 물론 미래에서 과거를 감전되듯 알기도 하고.(논 제로섬 게임) 그리고 후반부에 헵타포드들이 떠나갈 때, 연극을 수행하듯 정해진 것들을 정확하게 알면서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거의 순간 순간 그렇게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독자도 이 이야기를 몸으로 흡수하듯 읽었다면, 같은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너'를 사랑하는 루이즈의 마음이 이 소설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이 고통과 슬픔이 모두 사랑이라는 한 단어의 일부인 것처럼(거대한 한 원을 그리고 있는 헵타포드의 문자처럼), 그래서 이 문장(문단)의 모든 요소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서로를 굴절시키고 있듯. -- 또한 이 소설에 나오는 '너'에게 말하는 루이즈의 모든 말들이 그렇게 독자에게 경험된다. 아름답게. 그래서 삶이 선물인 것이다. 헵타포드들이 자신들의 문자와 문자에 담긴 통째로 보고 그대로 살아가는 수행을 선물로 주었듯이. 루이즈의 문장들은 그렇게 독자에게 체험된다.(선물로) 이 소설에는 두 가지 서술 방식이 있다. 우선, 루이즈가 외계의 언어를 공부하도록 부름받고, 게리를 만나고, 게리와 '너'를 얻는 밤으로 죽 흘러가는 일직선의 서사.(이 부분은 언어도 순차적이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과거, 현재, 미래가 섞이고, 또 그것들끼리 서로 간섭하며, 언어적으로도 대화체와 과거에서의 미래형(짐작형)등의 부드럽게 섞이는 형태로 흘러가는 원형적 서사. 이 둘은 자연스레 섞이며 흘러가고 있다. 예전 어느 순간 읽을 때에는, 일직선으로 진행하며, 언어면에서도 '~다'로 직선적으로 서술되는 부분이 딱딱하고 경직되게 느껴진 때도 있었는데, 오늘 보니 둘 다 좋다. 각 부분은 다른 종류인 그 부분들을 서로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리하여 이 세상은 완벽한 걸까. 어쨌든 "세월의 책"에는 '당신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쓰여 있는데, 그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 그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게 되는(즉 자유의지에 의해 변형된) 모순이 있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람만 그 이야기책의 독자일까? 라고 루이즈는 말했다가, 후반부에 다시 "세월의 책" 이야기가 나오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해도, 미래를 아는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이것도 너무 아름답다.(좋다.) 어쨌든 이 소설은 다소 체험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소설이면서. (이건 마치 소설 속 루이즈가 어느 정도는 선형적 사고를 하면서, 또 일부 비선형적, 전체적, 체험적 사고를 하는 것과 같다.)
저도 이 소설집 전체에서 이 소설이 가장 좋아요. 자세히 풀어주신 소유 님의 글, 감사합니다. 저는 예전에 이 소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서 그믐 블로그에 올렸었어요. 그것도 공유해 볼게요~ 아래 링크입니다. https://www.gmeum.com/blog/12891/4404
오 긴 의견은 이렇게 블로그에 쓰면 되는 것이었군요!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았네요. ‘자유의지는 운명에 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래를 아는 것이 그렇게 살아야 할 의지를 불러오는 것이다’, ‘그들은 보기 위해 왔다.~그러니 그들이 ‘지독히도 호기심이 없을’ 수밖에’, ‘인간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사는 게 아니라 살아야만 비로소 죽을 수 있는 존재.’ 자유의지와 운명,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감상이네요. 우리도 ‘보기 위해’, ‘실제로 살아내기 위해’(수행, 경험, 실제화) 태어난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한 가지 덧붙이는 제 생각은, 최소 혹은 최대에 대한 것인데, 빛의 경로에 대한 그 방정식(이름 까먹음)이 특이하게도 최소 혹은 최대를 지향한다 했고(우리에겐 그게 정반대인데 빛에게는 그게 같다는 것) 루이즈가 마지막에 내 삶이 최소를 향할까? 최대를 향할까? 라고 자문했는데, ‘경험하기 위한’(보다, 수행하다와 같음.) 삶이라면 그 둘은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루이즈는 질문은 했지만 어느 쪽이 더 좋다고는 판단하고 있진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최소 혹은 최대를 모두 반기는 ‘경험하는 자’의 삶을 살고 싶네요.
아, 소유 님의 덧붙인 의견이 매우 와닿네요. '최소이든 최대이든, 경험이라는 면에서 그 둘은 같은 것'! 마치 손등과 손바닥처럼 말이죠...
블로그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은 것을 받은 뒤 그것을 빼앗겼을 때의 상황은 극대화일까요? 극소화일까요? 우리들의 앞날에도 앞으로 많은 기쁨과 그보다 더 많은 슬픔이 있겠지요. 흰벽님의 글을 읽으며 기쁨을 기쁨대로 또 슬픔을 슬픔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기쁨도 슬픔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마음가짐… 삶을 사는 데 매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외계인들이 선물하고 간 것은 헵타포드B였다' 오, 저는 이렇게는 생각 못했었네요...! 과연, 헵타포드B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간관? 사고방식? 을 선물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루이즈가 헵타포드B를 습득함으로써 일반적인 지구인들과는 다른 시야를 갖게 된 것, 그것은 '환희의 극치'인 동시에 '고통의 극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리고 '루이즈의 문장들이 선물로 독자에게 체험된다'는 설명도 지금 다시 읽으니 이제서야 눈에 들어옵니다. '선물'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겼었는데... 뭔가 소설의 의미를 확장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어요!
영화에는 헵타포드의 선물이라고 나왔던 것 같아요. 루이즈가 배운 언어가...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이기도 하지만, 헵타포드가 왜 왔을까? 생각해 볼 때 단지 '보기 위해' 왔다기보다 정말 '선물하러' 오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 외계인이 인류에게 문명을 전해주었다는 설은 꽤 있기도 하지요.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도 그런 아이디어가 있고요. 이런 설도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헵타포드 B를 배워, 미래를 알지만 수행적으로 살아가는 루이즈의 삶은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리가 떠나고 사랑하는 딸도 떠나간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말입니다.(마음은 아프겠죠...) 헵타포드 B를 통해 극적으로 표현하였지만, 실제 우리 삶에도 미래를 다녀 온 듯 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죠.. 사람 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춤, 무도, 음악에서 키우려는 어떤 역량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신체적 삼매를 하는 훈련들, 관절의 움직임 하나까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지하면서 행동(명상 기법)하다 보면 어떤 쾌를 느끼지 않나 생각합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과거와 미래로 음악이 들리고요. 그리고 흥얼거리고.. 그리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그런 훈련을 하며 살아 가고 있는 것을 소설에서도 넌지시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순차적인 의식 양태 에서도요.) 어린이 언어 습득에 관한 구절이요.. honored, maid of honor, made of honor(165page) 이집트어 ken은 작다, 크다 두가지 뜻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예는 무지기수로 많고요. 그때 그때 가장 적절한 한가지 뜻을 지닌 기호를 사용하면 될 터인데, 인간은 그러지 않고요. 그때 그때 파악해야 하는 혹독한 시험들이 가득합니다. 이런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힘들어 지기도 합니다.(우치다 타츠루의 소통하는 신체에서 발췌했습니다.) 이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은 선택에 있어서도 왠지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인 것을 미리 아는 사람처럼 행동하죠..어떻게 보면 이 소설에서 표현하듯이 연극적이죠. 우리는 뭔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될 수 밖에 없다. 되어야 하는 삶은 지금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될 수 밖에 없는 삶은 지금의 삶을 환희의 극치로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베가본드 만화책 보면 타쿠앙 스님이 비 속에서 외치는 말이 생각났어요. '사람의 운명은 결정되었지만,  그렇기에 자유롭다.' 문학에서 겉으로는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인 문구들이 넘치죠..
소통하는 신체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그 위태로움에 대하여우치다 선생이 모든 책에서 던지는 이야기는 결국 커뮤니케이션론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하는 이야기다. 40년이 넘도록 날마다 합기도를 수련하는 것도, 레비나스 철학을 공부하는 것도 거기에 맥이 닿아 있을 것이다.
‘되어야 한다’의 고통과 ‘될 수 밖에 없다’의 환희로 대조하니 이해가 더 잘 갑니다.ㅎㅎ 우치다 타츠루의 책도 관심이 가네요. 저도 우치다의 다른 책에서 무도를 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읽는 듯 검을 쓰는 이야기 읽은 거 생각나고요..
아까 올려주셨었는데, 내리셔서 제가 다시 올립니다.^^ 저.. 우치다 광팬입니다.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아우름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제는 ‘수업(修業)’이다. 수업(修業)의 사전적 의미는 ‘기술이나 학업을 익히고 닦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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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8월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어 낭독합니다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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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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