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읽기

D-29
집에 넘쳐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독서의 본질은 구매라지만, 그래도 읽도록 하자.
면도날은 10년전부터 책장에 있던 책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서정가제 시행 막판에 이 책을 구매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표지도 제목도 작가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고, 페이지도 많은 면도날에 손이 가지 않은 동안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었고, 이제는 고전문학작품을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달과 6펜스를 읽었으면 면도날도 읽어보라는 지인의 말을 들은지 어언 일년. 이제 숙제를 하듯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면도날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읽는다. 예전에는 책을 읽기전에 검색도 해보고 영상도 찾아보고는 했지만, 이제는 그런 사전작업 없이 책을 대면한다. 면도날의 화자는 서머싯 몸이다. 자신이 최근에 달과 6펜스로 명성을 얻었다고 쓰고 있다. 계속 나오는 등장인물에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하다. 아마 래리일것이라는 느낌이 왔고, 앞부분은 예전에 조금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측이 맞고 있으니) 서머싯 몸의 필력은 대단하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읽었는데, 출근하기 싫었다. ( 일하기 싫은 영세자영업자 슬프다) 저녁에 집에 가서 마저 1장을 읽고 싶다.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사람들은 흔히 작가가 되기도 한다네."
면도날 59,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어. 『오디세이아』를 원문으로 읽는다는 게 얼마나 가슴뛰는 일인지 몰라. 뭐랄까, 발끝으로 서서 손을 한껏 뻗으면 별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면도날 116,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이 소설에서도 엘리엇이 계속 주장하듯 문화의 선진국은 프랑스 파리였기에 이사벨과 래리는 불어를 배웠다. 거기에 래리는 라틴어와 그리스어까지 배워서 원문으로 『오디세이아』를 읽는 기쁨을 누린다.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나의 어휘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 고민한다. 이럴때 영어라도 잘 하면 원문으로 읽을 수 있을텐데, 래리가 넘 부러울 따름이다. 적은 수입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생활을 하는 래리, 앞으로의 삶이 많이 기대된다.
제 마음이 약해져요. 뭐랄까, 일종의 아픔 같은 게 느껴져요. 몇 달 동안 한 번도 승마를 안 하다가 갑자기 오랫동안 말을 타고 나서 근육이 뻣뻣하게 아픈 것과 비슷하달까요…….
면도날 150,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두려워서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등줄기가 싸늘해짐을 느꼈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진실한 감정을 마주했을 때 흔히 그러는 것처럼 약간의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면도날 155,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그레이는 이제 한 푼도 없어요. 그리고 지금 제 수입은, 옛날에 래리가 저한테 청혼했을 때 갖고 있던 수입과 비슷해요. 그땐 그 돈으로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이둘까지 키우는걸요. 조금 우습죠?" "그렇게 여유 있게 웃어넘길 수 있다니 다행이군.”
면도날 230,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나는 그레이를 만나 본 인상을 설명해 주었다. 래리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깊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태연하고 침착하게 들었다.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내 말을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어떤 날카로운 귀로 듣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묘하면서도 왠지 불편한 기분이었다.
면도날 243,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이사벨은 과거의 그를 잃었다.
면도날 256,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하지만 그건 천국과도 같은 고통인걸요. 게다가 래리가 어떤 사람인지 선생님도 잘 아시잖아요. 태양이 나타나면 어둠이 사라지듯 어느 날 갑자기 슬며시 사라져서 다시 몇 년 동안 못 보게 될 수도 있다구요.
면도날 270,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그리고 솔직해져야 돼요. 사업에서는 교활한 수완이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예술에서는 정직이 최선의 길이자 유일한 길이라구.
면도날 295,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자영업자로 교활한 수완이 없으니 난 영세 자영업자로 계속 있는건가보다. 더구나 솔직하지도 정직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으니 예술가도 못 되고 말이다.
저도 하마터면 저 사람을 사랑할 뻔했거든요. 차라리 수면에 비친 그림자를 사랑하지. 아님, 햇살이나 하늘의 구름 따윌 사랑하던가. 저도 정말 가까스로 빠져나왔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정말 위험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니까요.
면도날 299,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래리가 그렇게 매혹적이고 위험한 남자인가?
자연적인 본능은 어느 정도 있었던 거예요. 말하자면, 다른 데 몰두해서 밥 먹는 것도 잊고 있다가 상을 잘 차려 놓으면 맛있게 먹는, 그런 남자였던 거죠.
면도날 307,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왜 네가 모든 걸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단지 래리의 앞길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를 놓아줬으니까요." "거짓말은 그만두라구, 이사벨. 네가 래리를 포기한 건 다이아몬드와 모피 코트 때문이었잖아."
면도날 343,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막상 결혼 날짜가 다가오니까 예수 그리스도 같은 그 사람한테 마리아 막달레나가 되어줄 수 없을 것 같더라구요. 자신이 없었어요. 선생님.
면도날 365,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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