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정진영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대단한 습관은 없습니다. 가능한 한 집에서 먼곳으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래야 글을 쓸 수 있어서요. 집에 있으면 유혹이 너무 많아요. 드러누워 자고 싶고, 술을 마시고 싶고,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를 보고 싶고. 일이 급하다 싶으면 무조건 나갑니다!
직원들과 청렴 독서토론회를 나누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의 북콘서트를 봤었거든요. 처음부터 균열은 예상되어 있고 젠가에 빠져들수록 겉잡을수 없이 위태로움은 커져가죠 부패와 붕괴로부터 나를 지키기란 쉽지 않아요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기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흥을 되새길수 있어 좋네요
이 작품 덕분에 청렴과 관련한 모임에 자주 불려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감사 업무를 맡는 분들과 종종 뵙는데, 작품의 내용이 자기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해주실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이 소설이 소설로 끝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 현실과 다를 게 없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거든요. 이 소설이 소설로만 읽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50쪽 쯤 읽으니 제목이 왜 <젠가>인지 알겠습니다 반드시 붕괴되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뜻인가봐요 제목이 장남감 명칭인데 왜 사회부조리와 연결되는가 했거든요 잠깐 읽었는데도 몰입감이 뛰어나고 왠만한 스릴러물보다 긴장되네요~ 저도 서울에 살다 직장 때문에 오랜시간 지방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서울만의 지연 학연이 있지만 지방은 더 끈끈한 지연 학연이 있지요~~~ 너무 실감나고 무섭게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22쪽 김원용 대표의 대사' 인생은 절대 한방에 꼬이지 않아요 서서히 잔잔하게 꼬여가지 살아남기 위해 눈을 가리고 앞으로만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꼬여있는 게 인생이야' 음~~혹시나 저의 생활에서도 그런 지점이 있을까봐 무서워지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에 관한 뒷이야기가 있는데 원래 제가 지은 제목은 <아비지옥>이었습니다. 제목이 좀 세다 보니 출판사가 난감하게 받아들였는데, 그때 제가 제안한 새로운 제목이 <젠가>였습니다.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무너지는 젠가였거든요. 보통 제목은 편집자가 짓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다 보니 이 작품의 제목은 제가 짓게 됐습니다. 인생은 절대 한방에 꼬이지 않는다... 제 지난날을 돌아보니 그렇더라고요. 왜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추적하다 보면 그 이유가 한둘이 아니었어요. 인생은 서서히 잔잔하게 꼬이는구나. 저를 보며 한 반성의 말이었습니다.
와! <젠가>소설 제목에 대한 뒷이야기까지! 알려주시고 정말 감동입니다~^^ 보통 소설을 읽으며 궁금한 점들이 있는데 이렇게 작가님을 직접 대면하듯이 말씀을 듣다니 너무 조으네요~~~ 보통 사느라 정신없이 살게 되는데 인생이 꼬이는 일 없도록 서서히 잠식되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겠네요~~~
저는 젠가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소설 내내 젠가라는 단어가 한 번도 안나오는데 제목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아비지옥은 무간지옥하고 다른건가요? 제목을 아비지옥으로 했으면 영화 무간도가 떠올랐을 것 같긴 합니다.
아비지옥과 무간지옥은 같은 의미입니다. 불교의 팔열지옥 중에서 가장 아래층에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이라더군요. 무간지옥은 아무래도 영화 <무간도>가 떠오르는 제목이어서 피했습니다. 출판사는 지옥이라는 표현이 너무 세다는 의견을 내서 <젠가>라는 제목을 제안했는데 다행히 마음에 들어하더라고요. 저는 <젠가>라는 제목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희철의 이야기도 와닿았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학업을 마치고 서울에서 그런데로 살 수 있으리라 꿈꾸었지만 그렇지 못했지요 내일전선에 입사하면서 미래전선에 가기위한 징검다리라 생각했지만 그 위에서 13년이나 머물렀구요~ 연고없는 지방에서 서희철의 삶은 서서히 꼬이기 시작하고 이사람의 잘못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서희철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삶이 실은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이럴 때 어떻게 살아가는게 좋을지 궁금해지네요~ 내일전선의 조직생활이 너무 살벌하네요!!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의문스럽네요~~~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정의로우며,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비겁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 대한민국 사회 아닌가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니, 비슷한 조직 문화가 대한민국 조직을 지배합니다. 소설이 해결 방안을 마련해 줄 순 없습니다. 그럴 의도도 없고요. 그래도 소설에 의의가 있다면, 그런 조직 사회의 모습과 문제점을 한 번쯤 되새기게 하는 데 있을 겁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보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의식하고 사는 게 변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네~ 작가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빨리 해결방안을 찾기보다 그런 조직사회에서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 부터가 시작이겠지요~'예전부터 그래왔어'와 같은 타성에 젖어 지내기보다 힘들지만 그 안에서 깨어있기!! 혹시 누군가가 문제점투성이 인 곳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려면 막고 짖밟기보다 함께 찾아보기 등등이 있겠죠~~ 솔직히 살다보면 지쳐서 그냥 눈 감고 싶을 때도 많은데 그렇게 타협하다보면 '내일전선'(아비지옥) 이 눈 앞에 펼쳐질거 같네요~
드라마 '허쉬'의 원작이었던 '침묵주의보'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젠가'도 읽어봤어요. '침묵주의보'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놀랐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어봤는데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특히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읽고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지 않은 건 당연한데 그걸 작가님 소설을 읽고 새삼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젠가'처럼 살벌한 소설을 쓰신 분이 이런 가슴 뭉클한 소설을 쓰셨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젠가' 이야기를 하는 공간에서 다른 소설을 자꾸 언급해서 죄송하지만 올해 읽은 모든 소설 중에서 최고였어요.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소설을 쓰실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비결은 따로 없고요. 관심사가 다양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쓰다 보니 그리됐습니다. 장르나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침묵주의보>나 <젠가> 같은 사회파 소설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사회파 소설가로 남고 싶진 않습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제가 가장 아끼는 작품입니다. 쓸 때도 고생을 많이 했고, 출간할 때도 원고를 받아준 문학 출판사가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나온 후에는 다른 제 작품보다 독자 반응이 좋아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작품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 은 월례모임이나 동인지가 따로 있는건지요? 문득 궁금해져서 여쭙습니다.
내년에 첫 동인지가 나올 계획입니다. 참여 작가분들과 함께 동인지에 실을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오오옷! 월급사실주의 동인지라 기대가 됩니다!
저를 포함해 여러 작가가 참여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75쪽에서 기자 김진원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에서는 지역 언론사에 관한 나옵니다~ 언론사에 관한 부분도 충격적이더군요~~^^;; 지역방송과 지역민방은 협찬이나 광고비를 챙겨주면 된다는 이야기나 메이저 언론사와 마이너 언론사는 겸상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나 내일 전선 홍보팀에서 언론사에 따라 기념품과 술자리를 차등두는 것도 몰랐네요~ 내일전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쓰고 광고비를 받지 못하는 김진원 기자 이야기도 화가 나네요~ 예전에는 메이저 언론사나 미디어만 과점 형태로 있었는데 요즘은 온갖 유튜브에 sns까지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혼란의 틈바구니에 있습니다 ~ 고진시의 지역 언론사도 행태가 이러한데 요즘 같은 온갖 거짓과 진실등이 여기저기에서 떠드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기자로도 지내신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정보를 선택 취합하시는지요?? 진실된 정보만 찬찬히 정리해서 전달해도 이해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같은 시대에서는 어떻게 기사를 접하고 이해해야 할지 혼동스럽더라구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해집니다~
제가 지역지에서 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본 풍경을 가감없이 그대로 소설로 옮겨 놓았습니다. 중앙 언론사에서만 일했던 기자들에겐 낯선 풍경일 겁니다. 제가 현직에 있을 때와 시차는 조금 있지만, 지금도 크게 풍경이 다르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유튜브, SNS 등이 활성화돼 있어도 지방 이슈는 지방 언론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습니다. 중앙 언론사와 달리 지방 언론사의 매출은 관의 홍보 예산에 정말 많이 의존합니다. 지방에는 홍보 예산을 쓸만한 규모의 기업이 별로 없고,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은 대부분 B2B 기업이어서 딱히 언론을 통한 홍보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관을 까는 언론사는 당연히 매출에 큰 타격을 받겠죠. 언론사가 기업이라면 기사는 상품입니다. 중앙지든 지역지든 언론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상품인 기사를 돈을 주고 사서 읽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모든 언론사가 알아서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게 될 테니. 하지만, 그런 문화가 과연 만들어질까요? 저는 앞으로 언론의 역할에 관해 매우 회의적으로 봅니다. 더 좋아지진 않을 겁니다. 특히 SNS가 AI를 통해 사실상 뉴스를 필터링하는 현실 속에서 읽고 싶은 기사만 읽고 접하는 폐쇄적인 환경이 더 공고해질 겁니다. 솔직히 대안이 있을까 싶습니다. 언론에 목숨 걸만한 가치나 희망이 있었다면 저도 떠나지 않았겠죠.
정진영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소설을 좋아하는 일본사람, 노리키치즈루라고 합니다. 장강명작가님의 열팬이며 책걸상 독지가이기도 합니다. 한국문학을 일본 사람들에 소개하는 번역가가 되고 싶은데 아직 실력이 모자라,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 중에서도 사회의 현실을 다루거나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그린 다큐소설을 선호하며, 제 자신이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젠가"는 정말 몰입해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책걸상에서 조만간 작가님이 다시 오실 거라는 얘기를 가끔 듣고 있어서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답니다. 책걸상 독지가 모임에 오셨을 때 진행을 맡으신 진공상태님을 통해서 "이형규는 자살이 아니지 않나?" 라고 질문한 자가 저였습니다. 그 때 작가님은 "자살이 맞다"고, "딴 속셈은 없다"고 하셨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형규의 죽음은 작가님이 나중에 "그게 자살이 아니었다"고 해서 다음 작품을 이어 쓰실 수 있는 복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제게 소설을 쓰는 능력이 있다면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같은 작품을 (작가 본인이 작품 속에서 이렇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불구하고 다르게 추리하는) 써보고 싶은데 그런 실력이 안되니까, 언젠가 정진영작가님께 다른 작품 속에 다시 김진원기자를 등장시켜서 그 때 있었던 뒷 얘기를 밝혀주셨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 앞으로도 재미있는 작품들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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