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재미가 없다. 자세만 있다. 이런 소설이라면 한 장을 쓰든 백 장을 쓰든 똑같다. 하지만 그 사실은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쓰는 동안 뭔가 하나쯤은 괜찮은 게 나오겠지 낙관하고 있었다. 나는 재수 없는 놈이다. 나는 재수 없는 놈이지만, 뭐 하나라도,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지 않을까. 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문장에 절망하면서, 뭐 하나라도,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을까 오직 그것만을 여기저기 뒤지며 찾았다. 그러다 나는 조금씩 경직되기 시작했다. 지쳐 쓰러져 버린 것이다. 아아, 소설은 무심하게 써야 한다! 아름다운 감정으로 사람은 나쁜 문학을 만든다. ”
『다자이 오사무×청춘』 어릿광대의 꽃, 120쪽,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