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연인 사이에서는 ‘함께 죽는다’는 행위가 사랑에 대한 증명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은 들기는 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로맨틱한 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읽은 소설 중에서도 인상적인 연인들의 동반 자살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하나는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쿠오 바디스』에서 페트로니우스와 해방 노예인 에우니케의 동반 자살입니다. 소설 전체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데, 실제로 이런 인물을 만나면 저는 그다지 존경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에우니케도 살아 있는 인간 같지는 않고요. 그래도 무척 우아하고 아름답게 그들의 죽음이 묘사됩니다.
또 하나는 여러 의미로 악명 높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인데, 저는 이 커플의 죽음을 솔직히 우습게봅니다. 그런데 미시마가 정말 유려한 문장으로 그 죽음을 매혹적으로 보이게 잘 묘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동반자살 장면이 나오지는 않지만 동반자살에 대한 상상이 언급되는 소설, 그리고 그렇게 동반자살을 꿈꾸는 심리를 제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입니다. 거기서 주인공 하지메는 짝사랑도 아니고 첫사랑도 아닌 미묘한 관계의 여인 시마모토가 자신과 함께 죽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그리고 하루키는 그런 마음이 왠지 유혹적으로 느껴지게끔 썼습니다. 이 소설은 어딘지 미완성인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고, 이걸 하루키의 대표작으로 부르는 사람도 없는데 기묘한 매력이 있어서 가끔 생각납니다.

쿠오 바디스 1190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쿠오 바디스>가 수상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되었다. 고대 로마의 가치관과 새로운 기도교 사상의 갈등, 그 해소를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폴란드어 원전에서 직접 번역한 최초의 한국어 판으로, 화가 얀 스티카사 <쿠오 바디스>를 주제로 그린 연작 화보가 수록되어 있다.

쿠오 바디스 2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상실의 시대》의 완결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발표 당시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작품에서 일관되게 고집해온 1970년대를 떠나 ‘현재’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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