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며칠에 한 편씩 읽고 있는데, 의외로 책과 책 사이의 기분전환이 됩니다. 막 힘겹게 한 권 끝내고 다자이 상 월드에서 '오잉?'한 후에 다른 책을 읽으면 더욱 더 힘이 나더라고요. (왜지?)
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꽃의요정

꽃의요정
저는 남은 분량은 까먹을 걸 대비해 16일에 전부 읽으려고 남겨뒀어요. 아쿠다가와 님의 작품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

장맥주
「부끄러움」은 ‘뭘 쓰려고 했는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읽는 나는 좀 부끄러웠습니다, 다자이 센세’ 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여기에도 「여학생」의 그림자가 드리운 느낌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 있는 인간은 이런 식으로 말할 거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연해
오랜만에 진도에 맞춰 글을 올리는 것 같아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부끄러움>도 되게 묘했는데요. 어, 음, 어느 쪽을 부끄러워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화자가 부끄러워하는 건 알겠는데요. 도다의 모습이 다자이 오사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거든요. 소설가로서 자신이 쓴 글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독자들을 향한 일침 같은?
근데 제가 소설가가 아니니까,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도다가 주인공이 되었어도 될 텐데, 가즈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겠죠? 그래서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담판을 짓겠다고 호기롭게 찾아간 가즈코의 모습에서 청춘의 불같은 면모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물론 그럼에도 이불킥은 피할 수 없겠죠.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왜인지 모르겠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영화 「아가씨」의 이 문장들이 자꾸 떠올라요.

아가씨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에게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찾아온다.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 인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인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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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남자들은 여자들의 무지에 대해 각별해하는 것 같아. 무지한 여자라면 쉽게 정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그렇지만, 무지한 여자를 계몽하는 기분은 특히나 즐기지. 남자들은 여자들의 무지에 집중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개입을 하는데, 그 욕망은 하도 집요해서 차마 다른 경우를 예측할 겨를도 없는 것 같아. 무지한 여자가 무지해 보일 뿐 실은 무섭도록 지혜롭다는 걸, 단지 생존 조건 때문에 무지를 연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눈치챌 겨를이 없지. 때론 자신이 교육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던 어린 여자애가 얼마나 눈부시게 진화해가는지 그 변화를 알아볼 겨를이 없지. 자기 욕망에 너무 취해서. 자기 기분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나는 남자들이 지닌 그런 류의 무지가 참 좋더라. 그런 어리석음은 이용하기가 참 좋아. 이용당하면서도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걸 알아챌 여력이 없는 그 집념이 참 좋아. ”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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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기다리다>라는 작품은 목적 없는 기다림에 대한 상념처럼 느껴졌어요.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르겠고, 뭘 기다리는지도 모르겠고. 마치 음식 메뉴 고를 때, 이거 먹을래? 라고 물으면, 아니. 그럼 저거 먹을래? 라고 물으면 또 아니. 그럼 뭐 먹을래? 라고 하면, 아무거나. 같은 느낌이랄까요.
작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마음 상태를 '기다리다'라고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네요. 많이 꼬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의 몇몇 문장들은 마음에 담고 싶지만, 현실에서 만나다면 곁에 두고 싶지는 않은 사람, 피하고 싶은 사람.

장맥주
만약 「여학생」을 읽지 않았더라면 「기다리다」가 훨씬 더 괜찮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마음. 남편이나 연인이나 친구, 돈, 귀신이 아니라 ‘좀 더 부드럽고, 화사하고, 멋진 것’, ‘예를 들어 봄 같은 것’을 기다리는 마음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화자가 ‘스무 살의 여자애’라서 좀 깹니다. 「여학생」의 후유증이고 부작용입니다. 1인칭 화자가 아니라 3인칭 시점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다자이 가나코는 그런 것을 기다렸다’ 라는 식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ㅅㅅㅈ
<부끄러움>
화자는 왜 처음에 연민을 넘어 약간의 우월감을 느꼈을까요. 나만의 작은 스타 느낌이였으려나요. 미완성이지만 잠재력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는 기쁨이 변질된 지점이 궁금했어요.

ㅅㅅㅈ
<기다리다>
요새 들어 사람은 불안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구나. 그런 생각이 자주 드는데요. 여기 화자는 마치 기도하듯 영웅적인 무언가가 나타나서 불안을 잠재워주길 바라는 듯 해요.
내로
<기다리다>
‘아, 좋다, 그럴 수 있겠다, 청춘 시절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지, 누군가가 나를 구원해주기를 바랐지…’ 하며 읽었습니다.
정확히 345p “어쩌면 저는 아주 음란한 여자일지도 모릅니다.”라는 문장이 나오기 전까지.
‘왜 화자를 여자로 설정한 건지 이해가 안갔고, 그 이후 내용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무엇을 말하려고 한거야… 한편으로는 지난 <여학생>에 대한 @연해 님의 평처럼 어떤 편견에 기반한 내용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닐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이 터진 시점을 배경으로 하니까, 시인 김수영씨 혹은 윤동주씨와 같은 태도를 기대했던 것 같아요. 무능력에 대한 처절한 고뇌, 자기 갱생을 위한 여정, 그럼에도 문학을 통한 승화, 그런 것들이요.
그래도 전반부는 제 과거를 떠올리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연해
오, 제 감상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불편함 있었어요. 어느 순간 같은 류(?)의 느낌을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서 <여학생>이 실제 인물의 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것도 저는 왜 변명처럼 느껴지는지(에휴). 진실은 다자이 오사무만 알고 있을 테죠. 어쨌든 신선한 작품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근데 @내로 님말씀처럼 저도 어느 순간부터 감상자에서 비평자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됩니다(감사합니다).

꽃의요정
<부끄러움>
오! 이 작품은 처음엔 좀 졸면서 읽다가 두 번 읽었는데, 정말 부끄러움에 대한 주제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 읽으면서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습니다. 이런 게 작품이지?하는 생각요.
<기다리다>
이 작품은 다들 그러시겠지만, '고도를 기다리며'의 여성 버전인 것 같고, 단편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이 두 작품을 읽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도리
<부끄러움>
그냥 재밌게 읽었고요. 읽는 제가 다 머쓱하고 그랬네요. 이름과 나이, 부모님 직업까지 우연이라니 주인공이 놀랄 법도 하겠다 싶었습니다. 혼자 이리 저리 생각한 것들을 솔직하게 다 쓰니 진짜 머쓱.. 다자이 상 글 답다고 느꼈어요.
<기다리다>는 평이하게 읽었습니다. 후루룩 읽었으나 이게 뭐지😧 했어요. 진짜 저도 다자이 글에 질려서 제목만 보고 또 온갖 생각과 걱정하며 기다리고 앉아있겠네..했는데 그러느라 덜 이입하며 읽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메리D
<부끄러움>
제목처럼 읽는 내내 진짜 이불킥 하고싶은 기분이 이해가 될것 같이..읽는 제가 다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 귀엽기도 하고요. 가끔..저도 소설 읽으면서 이거 작가 이야기 아니야? 하고 생각할때가 있는데, 어디까지 진실이고 허구인지...궁금할 때가 있거든요. 물론 이 가즈코처럼 편지를 쓸 정도로 열정적이진 않지만요. 아. 청춘이네... 이말이 절로 나오네요.^^
<기다리다>
이 단편도 음..뭔지도 모를 기다림...에 대한 심리묘사가 좋았던것 같아요. 고도를 기다리며..생각도 나고, 근데,어느분이 얘기하셨듯이 < 나는 음란한 여자일지도 모른다> 는 문장에..뭔가 헐...하는 기분이들더라구요. 굳이 이 문장이 들어갔어야 했나? 싶었어요.
메 리D
대체 인간은 스스로 자기를 완성할 수 있는 존재일까요?
『다자이 오사무×청춘』 p.33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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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갑
<부끄러움>
대체 이 작가에게 '여성'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여성을 경멸하는 다자이 오사무, 그는 여성들이 자신을 경멸할까 봐 두려워서 여성을 경멸하고 있다는 생각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불현듯 들었습니다.
<기다리다>
이 작가는 여성의 '음란함'을 언급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 역시 화자가 다자이 오사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누군가 불쑥 나타난다면! 그런 기대와, 아아, 나타나면 곤란하다, 어쩌지 하는 공포와, 그래도 나타난다면 어쩔 수 없다, 그 사람에게 이 목숨을 바치자, 내 운은 그때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 체념과도 같은 각오와 그 밖의 갖가지 괘씸한 공상 등이 이상하게 얽혀서 가슴이 벅차올라 질식할 정도로 괴로워집니다.' 이 문장은 정말 다자이 오사무 본인이라고 밖에 읽히질 않았습니다.

꽃의요정
완독파티 신청은 안 하신 거 같지만, 저 왠지 독갑님을 기다렸어요~

독갑
저를 기다려주셨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저도 @siouxsie 님을 꼭 뵙고 싶어요... 그믐 활동을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생기겠...죠?
리틀조이
제가 이 게시판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ㅠㅠ 온라인 모임이 있었나요? 한번도 참석은 못했는데, 완독을 하면 완독파티엔 갈 수 있는건지 싶어서 문의드려요 ^^

비욘드
지금 현재 리틀조이 님께서 글을 써 주신 이 곳이 바로 온라인 독서 모임입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읽고 완독 파티까지 함께 해요. ^^
오프라인 파티 참석 가능하시면 저의 공지글에 답글 달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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