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진실은 하나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참 듣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얻기도 한다. 그들의 잰 체하는 말 속에 이따금 깜짝 놀랄 만큼 솔직한 울림을 느끼는 일도 있다. 조심성 없이 흘리는 말 속에야말로 진정성이 담기는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9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젠체'가 더 맞는 표현 같네요. '재다'에도 '으스대거나 뽐내다'의 뜻이 있어서 '재는 척'한다로 생각했는데, 자체로 '잘난 체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젠체하다'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음 쇄에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앗,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괜히 혼란을 드린 게 아닌가 싶어 죄송스러워요. 다음 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책이 많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럼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여러모로 기묘하게 닮아 보였던 화자와 세이센의 이야기였어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덕분에 몰입해서 쭉 읽었습니다. 세이센은 보고 있자니 안쓰러워요. 자신이 알맹이 없는 사람이란 거 아마 본인이 제일 잘 알 거거든요. 한번만 제대로 된 궤도에 올라타면 될텐데, 그게 이상하게 잘 안 풀리죠.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완전히 놓아버리게 되고요. 화자는 세이센에게 천재성을 기대했다가 이내 실망하는데요. 화자 역시 알맹이가 없는 사람이지 않나 싶어요. 내가 아무 것도 아닐 때, 특별한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니까요. 저도 저랬던 적이 있어요. 막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꿈도, 야망도 크게 가지고 주변에 이야기도 하고 다니는데 사실 내실은 없어서 진짜 해낸 건 없는, 그런 껍데기 같은 모습이요.
저도 세이센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6일을 애쓰지만 결국 1일은 나약하게 자빠져 있는, 사실 1일이 제 진짜 모습 같은데 말이에요.
저는 보통 4~5일은 자빠져 있었는데요.. 조금 존경심이 듭니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죄송합니다. 이사가 늦어졌습니다. 보증금 없이 짐부터 옮기는 세이센을 보면서, 그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다음부터는 자리부터 잡고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단편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면서, 별안간 비슷한 속성을 가진 사람은 서로를 (은연중에 또는 은근히) 싫어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최근에 개그맨 조세호씨가 어떤 모임에 참여했을 때, 자신만큼 말 많은 사람이 있으면 이상하게 경계하게 된다는 데, 이게 예시가 될까요? 음, 제 이야기가 더 적절할 것 같네요. 저와 같이 일하는 분이 계시는데, 여러모로 재능이 있고,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이에요. 카카오톡 하트 표시도 계속 눌러주실 만큼, 저에게 매우 친절한 분인데, 언젠가부터 그분을 싫어하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아내에게도 내가 왜 그분을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이유를 “나와의 비슷함”에서 일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외모는 비교될 정도로 다르게 생겼지만, 말의 속도나 억양, 뉘앙스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대체로 비슷하달까요? 뭔가 “내로는 내로뿐이어야 해”와 같은 어느 정도의 고집이랄까요? 그분과 섞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아닌데 비슷해지는 것을 혐오하고,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아닌데 무리가 되고 싶지는 않은. 이처럼 나와 닮은 사람을 경계하는, 그런 게 어떤 본성처럼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뭔가 스스로 아주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독불장군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껴들었거든요.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바람기 같은 설렘이 우리를 긴장시켰고, 무지한 웅변으로 더 많은 것을 상대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듯한 초조함을 우리는 서로에게서 느꼈던 것 같아.
다자이 오사무×청춘 p30.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나는 왜 소설을 쓰는 걸까. 신진 작가로서의 영광을 바라는가. 아니면 돈을 바라는가. 연극 투는 빼고 대답해라. 둘 다 바란다고. 너무나도 바란다고. 아아, 나는 아직도 뻔뻔한 거짓말을 내뱉고 있다. 이런 거짓말에 사람들은 쉽게 걸려든다. 거짓말 중에서도 비열한 거짓말이다. 나는 왜 소설을 쓰는 걸까. 곤란한 말을 꺼내 버렸군. 하는 수 없지. 변죽을 울리는 것 같아 싫지만, 대충 한 마디 대답해 놓자. “복수.”
다자이 오사무×청춘 어릿광대의 꽃, 100~101쪽,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얼얼하네요. 다자이 오사무 이런 작가였던가? 갑자기 빠져듭니다.
이 소설은 재미가 없다. 자세만 있다. 이런 소설이라면 한 장을 쓰든 백 장을 쓰든 똑같다. 하지만 그 사실은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쓰는 동안 뭔가 하나쯤은 괜찮은 게 나오겠지 낙관하고 있었다. 나는 재수 없는 놈이다. 나는 재수 없는 놈이지만, 뭐 하나라도,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지 않을까. 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문장에 절망하면서, 뭐 하나라도,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을까 오직 그것만을 여기저기 뒤지며 찾았다. 그러다 나는 조금씩 경직되기 시작했다. 지쳐 쓰러져 버린 것이다. 아아, 소설은 무심하게 써야 한다! 아름다운 감정으로 사람은 나쁜 문학을 만든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어릿광대의 꽃, 120쪽,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어릿광대의 꽃> 작가의 주석이 재밌네요. 따지고 보면 다 자기비하에 기운 빠지는 말들인데 이상하게 귀여워요. 그래서 그런지 어릿광대가 작가 자신을, 꽃은 이 작품 자체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어릿광대의 꽃」을 읽으면서 좀 감탄했어요. 100년 전 메타픽션이자 오토픽션에 아무 위화감이 없네요. 『인간실격』을 진저리내며 읽으면서도 엄청난 솔직함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소설은 작품 자체가 일종의 위장임을 드러내고 있어서 그런 솔직함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이 아쿠타가와상 유력 후보로 올랐다가 수상에 실패한 이유도 자기 이야기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었죠? (그 지적을 한 게 가와바타 야스나리이고.) 그리고 다자이의 파탄에는 아쿠타가와상 수상 실패가 원인 중 하나이니까, 좀 과장하면 다자이의 정직함이 그를 파멸로 몰아넣은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 그리고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와 「어릿광대의 꽃」 모두 마지막 문장이 탐날 정도로 좋습니다.
그랬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확실히 이번 단편을 읽으며 그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여러모로 이 단편을 빠르게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마지막 문장이 어떠했는지 다시 살펴봐야겠어요!
아,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일본의 문호입니다. "설국" 한번 읽어보세요. ^^
설국 (리커버 특별판, 양장)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이 민음사 제작, 알라딘 특별판으로 출간되었다. <설국>은 이미 10여 종이 넘는 한국어 번역본이 나와 있으며 그간 수십만 권이 팔렸을 만큼 국내에서 애독되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소설이다.
오, 감사합니다, 주문했어요. 다행히 알라딘에 리커버 중고가 있었습니다. 기대됩니다!
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을 꼽으라고 하면 늘 수위를 다투는 책입니다. ^^;;; ("설국"을 이렇게 설명하는 게 좀 웃기긴 한데요...)
어! 저도 지금 막 끝문장 읽었는데 <어릿광대의 꽃> 마지막 문장 명문입니다!!!
「어릿광대의 꽃」을 읽고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이 아닌) 동반자살을 하는 심리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다른 사람과 함께 죽으려는 이유는 뭘까요? 죽음이 덜 두렵게 느껴져서일까요? (그렇다면 가만히 뒀다면 죽음을 선택하지 못했을 겁쟁이 두 사람이 함께 한 덕분에 죽을 용기를 얻은 걸까요?) 죽기 직전 상대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서일까요? 죽으려는 사람(대체로 남자)이 다른 사람을 가스라이팅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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