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여자는 죽지 않는다. 죽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나처럼 생활에 짓눌리지 않는다. 아직 살아갈 힘을 남겨 두었다. 죽을 사람이 아니다. 죽으려 했다는 것만으로 이 사람은 세상의 도의는 지킨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사람은 용서받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 혼자 죽으면 된다. ”
『다자이 오사무×청춘』 p.17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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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ㅅㅈ
말씀을 보니 왜 이 작품에서 묘한 재미를 느꼈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블랙 코미디라는 표현이 찰떡이네요.
연해
<여학생>
이 작품은 읽는 내내 불편했어요. 다자이 오사무는 여학생이라는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학창 시절에 어떤 여학생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여학생이라는 주인공을 앞세워 여학생들을 통틀어 멸시(?)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불결하다, 더럽다, 교활하다, 진중하지 않다, 여자는 제 운명을 결정짓는 데 미소 한 번으로 충분하다, 여자가 싫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라는 표현들. '젊은 여성의 결점'이라는 잡지에 대한 글을 언급할 때도, 부정적인 단어를 나열하고 그 끝에 "정말 읽다가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많았다. 결코 부정할 수 없다."라는 문장. 여성들이 별로라는 문장을 여학생 스스로가 부정하지 않게 함으로써 다시 한번 여학생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느낌이랄까요.
보통 개그라는 걸 할 때요. 남을 깎아내리지(비하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개그를 위트 있게 잘 하시는 분들을 보면 센스 있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이 소설은 반대 같았습니다. 여학생 스스로가 자신을 하대하듯 묘사하는데, 그 여학생이 실은 다자이 오사무가 상상하는 여학생의 모습일 뿐이고, 막상 여학생 시절을 겪어온 제 입장에서는 하나도 공감되지가 않았어요. '참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흥'이라는 비뚤어진 생각만 가득했죠 뭐.
이 소설과는 무관하지만, 제가 읽었던 소설 중에 '와 이건 마치 내 이야기 같은데'싶었던 소설이 하나 있는데요. 여학생들의 미묘한 심리전(?)을 소름 끼치도록 잘 묘사한 작가님의 필력에 스산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학창 시절을 다시 겪는 줄 알았어요. 그 책도 살포시 놓아두고 갑니다. 안담 작가님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라는 책이에요. 책 소개 독자 평 중에 “섬뜩할 정도의 묘사에 교실 마룻바닥 위에 터진 우유 냄새가 떠올랐다”라는 평도 있는데, 저도 읽으면서 정말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소녀는 따로 자란다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역대 조회 수 1위, 공개와 동시에 화제에 올라 “섬뜩할 정도의 묘사에 교실 마룻바닥 위에 터진 우유 냄새가 떠올랐다”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대사가 내 마음 같았다”는 독자 평을 받은 안담의 첫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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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나를 무시하고 내가 몰래 경멸하는 여자애들조차 방과 후에 나를 찾는 날이 있다. 한 명, 많게는 두 명이 다툼 끝에 무리에서 탈락하는 때인 것이다. 그 치욕의 시간은 무리의 구성원 모두에게 한 번씩은 공평하게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아무튼, 그네들은 상처 입은 마음을 힘겹게 이끌면서 종례가 끝나고 천천히 책가방을 챙기는 나더러 곧바로 집에 가느냐고 묻는다. 우리 손으로 직접 왁스를 먹인 마룻바닥 위로, 교실 창을 통과한 오후의 햇빛이 깊숙하게도 들어오는 시간. 그 빛이 수색대의 손전등처럼 그들의 얼굴까지 닿으면, 나는 그 눈동자에 그렁그렁 맺힌 자기 연민과 수치심을 낱낱이 볼 수 있다. 별일이 없다면 자기하고 집에 같이 가자고 말할 뿐이면서, 꼭 숨겨진 중립국으로 떠밀려 오고야 만 패잔병 같은 표정을 한다. 내게도 모욕적인 처사지만 나는 그냥 그러자고 대답한다. 분명히 그들에게 더 서러운 날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내게는 떨어져 나올 무리가 없으니까. 거절하지 않는 게 내게도 더 편하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날 나를 세게 꼬집거나 내 책상 밑에 쓰레기를 넣어둘지도 모르는 일이다. ”
『소녀는 따로 자란다』 안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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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다른 사람들은 이런 기억을 어떻게 졸업했는지 궁금하다. 최선을 다해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사실 내 안에는 운동장에 홀로 남겨진 까무잡잡하고 통통한 어린애가 여럿 산다. 생의 어느 지점에는 나였던 애들. 나는 내가 되기 바빠서 그들을 거기 두고 왔다. 가끔은 데리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소녀는 따로 자란다』 안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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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오! 사실 제 소녀 시절이 별로였기에 소녀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레이디버드' 보고 찌질한 파트만 저 같아서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 책도 관심이 가네요~
연해
오, 저는 정작 『레이디버드』는 아직 보지 못 했는데(제목은 들어본 적 있습니다), @siouxsie 님 말씀 덕분에 내용이 궁금해졌어요. 이 영화도 봐야겠네요:)
『소녀는 따로 자란다』는 책 자체가 굉장히 얇은데,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랄까. @siouxsie 님께도 좋은 책이길 잔잔히 바라봅니다.
레이디 버드스스로에게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지어준 크리스틴은 엄마가 자신을 레이디 버드로 부르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 게다가 뉴욕 소재의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하자 시립대에나 진학하라는 말에 발끈한다. 말로는 엄마를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자 레이디 버드는 달리는 차 안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린다. 새크라멘토의 가톨릭 고등학교 졸업반인 레이디 버드는 어떻게든 고리타분한 새크라멘토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우정도 사랑도 엄마와의 관계도 뜻대로 되지 않는 지금 여기에서의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레이디 버드에게 뉴욕행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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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갑
“ 보다 주의 깊게 들으면 우정을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 자신의 사회적 매력에 대한 회의, 의리와 윤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연인과의 계급 격차, 그 격차로 인한 교내 질서 붕괴의 책임 등을 논하기 위해. 아이들은 그걸 꼭 '고민 상담'이라고 부른다. ”
『소녀는 따로 자란다』 p.36 , 안담 지음
소녀는 따로 자란다위즈덤하우 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역대 조회 수 1위, 공개와 동시에 화제에 올라 “섬뜩할 정도의 묘사에 교실 마룻바닥 위에 터진 우유 냄새가 떠올랐다”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대사가 내 마음 같았다”는 독자 평을 받은 안담의 첫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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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드디어 빌려서 읽고 있습니다!!
독갑
덕분에 정말 좋은 책을 읽게 되었네요 ㅎㅎ <소녀는 따로 자란다> 지금 읽고 있는데 진짜 재밌어요! 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읽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너무 오래 지나 이제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요...
연해
크... 이렇게 책 속 문장까지 남겨주시고, @독갑 님도 재미있게 읽고 계신다니 제가 다 기쁘네요.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와닿지 않나요?
저는 그때 그 시절로 (강제) 소환 당하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 나이대 여자 아이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와 감정을 어쩜 저렇게 세밀하게 묘사하셨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꽃의요정
저도 어제 다 읽었는데 학기초 때 얘기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어요. 문장 적어둘걸...
내로
연해님 글을 읽으며 헉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제가 쓴 감상평을 빠르게 확인해보게 되었네요..ㅎㅎ 그리고 저는 다른 부분, 드디어 자살에서 벗어난 이야기어서 '다행이라는 인식' 덕 분인지 전혀 다르게 읽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쿠타카와 글을 읽었을 때와 달리 다자이를 읽을 때, 뭔가 저희들이 다소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책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들 모두가 감상자에서 비평자로 이동하고 있다고 할까요.
고양 이 눈 1권위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재치 있는 환상 소설을 펴내며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여성 작가로 평가받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고양이 눈』이 세계문학전집 424, 425번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애트우드의 대표작인 『고양이 눈』은 화가 일레인 리슬리의 성장을 그려 낸 ‘예술가 소설’이다.
고양이 눈 2권위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재치 있는 환상 소설을 펴내며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여성 작가로 평가받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고양이 눈』이 세계문학전집 424, 425번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애트우드의 대표작인 『고양이 눈』은 화가 일레인 리슬리의 성장을 그려 낸 ‘예술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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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오오, @도리 님도 읽으셨군요!
<고양이 눈>도 도리님이 혼자 읽기로 차분히 이어가시는 거 살짝 보았답니다(하핫).
우리 이제 드디어 오늘 만나네요.
두근 세근...(죄송합니다)
조심히 오세요. 곧 뵈어요:)
ㅅㅅㅈ
“ 아, 이제 질렸다. 이 여 자는 나에겐 너무 버겁다. 좋은 여자지만, 내 손에는 너무 버겁다. 나는 무력한 인간이다. 나는 평생 이 여자를 위해 이런 고생을 해야만 하는 건가. 싫다, 이제 싫다. 헤어지자. 나는 내 힘으로 하는 데까지 했다. ”
『다자이 오사무×청춘』 p.200,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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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이 문장 보는데 갑자기 "야! 됐거든? 난 알아서 잘 살테니 꺼져"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죄송합니다~ 성격 나왔네요. ㅜ.ㅜ 저 문장 보고 갑자기 흥분해서....
ㅅㅅㅈ
옛날 생각이 나서 담아봤어요. 말씀하신 반응을 들었다면 마음 편했을텐데 싶네요.
ㅅㅅㅈ
안녕을 벗고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다. 상대의 얼굴이 모두 다정하고 곱게, 웃는 것처럼 보인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20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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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ㅅㅈ
'진정한 의미에서', '본연의' 같은 형용사를 많이 썼지만, '진정한' 사랑, '진정한' 자각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손에 잡힐 듯 이해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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