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저는 메르스라고 읽히지는 않는데, 자꾸 메로나가 생각나기는 했어요. 읽는 저도 덥고 달리는 메로스도 덥고 둘이 같이 메로나나 하나씩 입에 물고 어디 시원한 언덕에 앉아 있으면 좋겠다... 싶었스니다.
오, 메로나라니, 신선합니다! 제가 아이스크림을 끊은지(?)가 좀 오래 됐는데요. 이상하게 만취(적당히 취한 거 말고 꼭 만취)만하면 그렇게 메로나가 생각나요(다른 아이스크림 아니고, 유독 메로나). 20살 때부터 생긴 버릇인데,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찾지도 않는 걸 왜 그렇게 노래노래 불러대는지 참...(쯧) 메로스에서 시작해 메로나로 끝나는 이야기ㅋㅋㅋ 즐겁습니다. 그래도 8월로 접어들면서 저녁 더위는 한풀 꺾인 기분인데(주말에도 밤에 걷는데 선선하더라고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요. 저 근데 작가님, "메로스도 덥고"를 흐린 눈으로 봤더니 "메로스 업고"로 봤습니다. '힘 좋으시다'생각하다가 다시 읽고 웃었습니다(선선하다더니 더위를 먹었나 봅니다).
메로구이도 좀 먹고 싶네요. 냠냠...
저는 뺨 때리는 장면 좋았습니다. 웃겨서요. ㅎㅎㅎ 특히 세리눈티우스는 이 자식 만나면 따귀 한 대 갈겨줘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던 차 아니었을까요? ㅎㅎㅎ
「젠조를 그리며」는 결말에서 이 장미가 좋은 장미로 밝혀지겠지 하고 예상했고 과연 그대로의 결말이었습니다. 그 단순한 플롯에 이것저것 붙인 솜씨는 인정하겠지만, 사실 큰 감흥은 없었어요. 『인간 실격』과 단편 몇 편을 본 게 전부라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좀 미안하지만, 그냥 계속 같은 인물로 돌려막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들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요. 「달려라 메로스」는 어릴 때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막상 글자로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과 뭐가 다른가 했는데 너무 똑같군요. 다자이는 무슨 생각으로 이 단편을 썼을까, 진지한 마음으로 쓴 걸까 대충 쓴 걸까, 오래 살았더라면 그 놈의 동반자살과 자기혐오 이야기 줄이고 이런 작품을 더 썼을까, 하는 궁금증이 (크지는 않게) 생겼습니다. 이 작품이 일본의 국민소설이라면서요?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린 아이들은 이런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뜬금없이 해봤어요.
완전 극과 극을 달리는 '달려라 메로스'와 '인간실격' 두 작품으로 국민 작가가 된 느낌이네요. "이런 교훈적인 작품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라고 외치고 줄행랑치고 싶습니다.
<달려라 메로스> 메로스는 참 불꽃 같은 사람이네요. 가끔은 이런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고 꿈꿔요.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그 태도요. 근데 현실의 사람은 이럴 수 없죠. 번민도 했다가 비겁해지기도 했다가 합리화도 하고. 메로스도 잠깐 보여주긴 하지만 오히려 메로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넣은 고뇌 같았어요. 여러모로 진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 같은 캐릭터로 읽혔습니다.
<젠조를 기다리며> 초반까지는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랬지..하다가 뭔 자꾸 찌질해서 질려버렸습니다. 와하하.(질끈) 저도 하나에 꽂히면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편이라 가까운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는 주변에서 저를 질려하는데요. 제 지인들이 절 볼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었습니다. 제발 그만 찌질했으면. 술이라도 덜 먹지. 어린왕자에 주정뱅이 아저씨처럼 너 왜 그러냐 ㅜㅜ. 그래도 고향에서 인정 받고 싶고 자의식과잉에 이런 저런 고민하고 끙끙대는 게 와닿긴 했어요. <달려라 메로스> 재밌었습니다. 위에 말씀하신 것처럼 모처럼 훈훈한 결말에 엥? 하기도 했어요. 메로스가 질척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에 한탄하다가 해가 저물어서 그냥 집으로 가며 후회+자책+부끄러움에 자살하려 하지 않을까 했지 말이죠..
<젠조를 그리며>는 읽으면서 연신 '아이고, 아이고, 이 작가야...'했던 작품입니다. 작중 화자의 내면 세계가 너무 불안정해서 저도 손톱이라도 물어 뜯어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장미가 한 그루 당 일 원 이상은 될 만한 제법 우수한 장미라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좋아져 버리는 모습에는 또 그만 미소를 짓고 말았습니다. <달려라 메로스>는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메로스'의 시점에서 그의 생각과 감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어 재밌었습니다. 역시 인간은 불안하고 겁이 많은 존재지만, '결심'이라는 미덕 덕분에 가끔은 빛이 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당신도 조금은 알잖아. 지푸라기 하나에 매달려 살아왔지. 약간의 무게에도 그 지푸라기가 끊어질 것 같아서 나는 필사적이었는데 말이야.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이건 투정이야. 원망이지.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니, 당신조차 내 철면피의 힘을 과신하고, 그 남자는 괴롭다, 괴롭다 해도 척이다, 시늉이다, 하고 가벼이 여기잖아.
다자이 오사무×청춘 p.184,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나는 사랑하면서 멀어질 수 있는, 어떠한 강인한 힘을 얻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조차도 희생해야 한다. 뭐야, 당연한 거잖아.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 당연하게 살아가자.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미치광이가 아니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201,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침은 건강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침은 잿빛이야. 언제나 늘 똑같아. 가장 허무해. 아침 이불 속에서 나는 늘 염세적이다. 염증을 느낀다. 이런저런 추한 후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가슴을 틀어 막아, 몸서리를 친다. 아침은, 심술쟁이.
다자이 오사무×청춘 p.208,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흠, 저는 우선 아침을 좋아합니다. 더 정확히는 이른 새벽이라고 해야겠네요.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보통 4시반 쯤 하루를 시작하거든요.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라는 부제를 응용해서, "아침이 허무한 게 아니라 너의 문장이 그냥 재미있는 거야"라고 답하고 싶네요. 힘내요, 다자이 상.
"아침은, 심술쟁이" "다장이상은, 어리광쟁이"
ㅎㅎㅎㅎ 댓글에 웃고갑니다. ^^
하하, 라임 너무 좋은데요. 역시 @siouxsie 님은 센스쟁이:)
연해님의 라임도 굿~
님들은, 독서쟁이
오~저 보다 일찍 일어나시는 분이 여기 계셨네요~저도 보통 5시 30분쯤에 일어나는데, 전 아침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때 안 일어나면 하루 일정이 전부 엉망이 돼서예요. 늦잠 자는 삶을 사는 게 제 은퇴후의 목표입니다.
혹시 몇 시에 주무시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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