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늦은 모임

D-29
도덕성을 묻는데 불법이 아니라고 반박할 때 그 도덕성은 파산선고를 받는다. p144
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나는 북한 같은 거대한 악 옆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특수한 도덕적 의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특수한 상황 앞에서도 보편 가치를 주장해야 하는 책무다. p161
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이번주는 '2부 어떤 나라를 꿈꾸는가'를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날선 냉철함에 손을 조아려 페이지를 넘겼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냥 다 같이 시시해졌다. p192 사람은 비전을 만들고 거기에 기대 불안을 다스릴 수 있다. 비전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런 비전조차 힘을 발휘한다. p205 '어쨌든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믿음' p131이 유효한 나라를 꿈꿔봅니다.
저도 2부 정리를 한다면요, 역시 "우리는, 그냥 다 같이 시시해졌다.(p.192)"라는 실망이 앞서긴 합니다만... 그래도 작가가 영화 <레 미제라블>을 평하면서 지적했듯, "투쟁하는 듯한 막연한 기분(p.186)"이나 "지적 게으름과 비겁함(p.183)"을 분연히 벗어나서 이 '시시한' 세계의 바닥을 저마다 능력껏 치밀하게 탐구하고 분석하는 게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한 정치인의 말투와 표정과 식상함이 한꺼번에 떠올라 굳이 '새 정치'란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새로운 비전과 그 디테일들'이라는 뜻으로 좁히고 고쳐서 생각해본다면... "새 정치는 차라리 모든 국민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 일에 가깝다. 새 정치는 결코 통쾌하지 않을 것이다" (p.194) "디테일은 넓고 많고 다채롭고 일견 무질서해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력도 많이 든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디테일을 조사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우리는 '공부'라고 부른다" (p.203)
나는 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세도 없고, 고로 사람이 죽으면 썩어서 냄새나는 흙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말을 장례식장이나 예배당에서 하지는 않는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산다. 강연장에서도 그렇다. 이것이 기만인가? 위선인가? 나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미세 좌절의 시대 p.181, 장강명 지음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는가> 저 또한 '세월호'라는 단어를 쉽게 입에 올리지 않고 살았습니다. 당시 가슴이 정말 꽉 막히는 것 같았던 심정이 지금도 떠오르지만 막상 그 슬픔에 값하기에는 내가 너무 한 게 없어서.. "태연한 표정으로 세월호를 말하는 것이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내 감정에 취할 자격이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p.213) "슬퍼하는 사람은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그럴 겨를이 없다." (p.213) "무표정한 얼굴로, 어른의 임무를 생각했다." (p.215) 또 살면서 마주친 여러 죽음 앞에서 내가 이해하기 힘든 애도의 방식을 강요하면서 슬픔을 전유하는 사람들도 일부 보아왔기에 주로 침묵을 지키는 편이었네요. "두려워하는 사람은 애도하지 않는다. 애도는 타인을 향하는 마음인데,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안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살아야겠다는 욕구가 그를 휘감는다." (p.214) 진정한 애도를 위해서는 이제는 그 침묵을 넘어서 냉철하게 바라보고 지켜주고 발언할 것들이 있다고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세상을 고해상도로 봐야 복잡한 현실과 다양한 이해관계가 드러난다. 해상도를 낮출수록 만사가 선악의 대결에 가깝게 보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해야 할까. 어떤 신념과 정의감은 디테일을 모르는 데서 나오는 것 같다.
미세 좌절의 시대 p.203, 장강명 지음
돈은 현실이다. 현실을 외면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미세 좌절의 시대 p.229, 장강명 지음
3부.. ※ 내 인생 최고의 실패 나를 믿었던 취재원의 뒤통수를 세게 치는 기사였다. (중략) 종일 데스크에 사정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다가 저녁에 지방판 마감을 앞두고 원고를 넘기지 않은 채 전화기를 끄고 집에 가버렸다. 그날 밤 사표를 써서 이메일로 보냈다. p224 우리는 미래를 전망하지 못하고 현재를 평가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전망을 할 때도, 평가를 할 때도 겸허해져야 한다. 쉽게 들뜨거나 비관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한 줄로 줄이면, 인생 잘 모르겠다. 거기에 차분한 희망이 있다. p226 취재원의 뒤통수를 세게 치는 기사라니 그럼에도 작가님이 신의를 저버리는 선택을 하셨다면, 물론 이 책을 읽고 있을 리도 없겠지만 현재 읽고 있던 손도 놔버렸을 것입니다. 뒤통수를 세게 맞으면 뒤통수를 친 사람과의 신의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내립니다. 게다가 남은 상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날의 작가님의 선택이 옳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 최고의 실패는 뒤통수를 세게 맞을지도 모르고 신의를 다해 누군가를 도왔던 것입니다.
아이고, 읽어내려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한 대 맞은 기분이네요. 워낙 믿음이 얄팍하고 진득하지 못한 성격이라 남을 믿고 도우며 살지도 않은 것 같아서 갑자기 폐부를 찔린 듯 ㅠ.ㅠ... 진부한 위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꼭 돌려받을 날이 올 겝니다. 누군가의 믿음을 끝까지 귀하게 여겼다는 점에서.. 우리의 장작가님처럼 똑같이 뜻을 이루실 거라는....
감사합니다~ @delispace 님도 복된 나날 되시길요~☆
@GoHo 이 와중 주말에 도서관에 들러서 <거실의 사자>를 냉큼 집어왔습니다. 곁눈질할 상황이 아닐 줄 알면서도 앞부분 살짝 봤는데 엄청 재미납니다. ㅎ 디자인도 맘에 쏙 들어서 이거 참.. 또 책 주문의 충동으로 손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ㅠ.ㅠ
고고한 냥냥님들의 매력에 영혼이 털리는 일은 없으시길..ㅎ
이 책 보고 싶었는데... 두께도 만만찮더라고요 . ㅜㅜ
3부에 들어서니 작가님 목소리 톤이 꽤 다릅니다! 똑똑하고 까칠하며 따지기 좋아하지만 때로는 빈구석도 있고 이웃에 대한 사랑도 깊은.. 정겨운 동네 청년 같은 느낌도.. ㅎ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끼를 '해결'해야 하는 그네들에게 남기는 당부는.. 울컥해지게도 하네요..
정작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돈 얘기도, 꿈 얘기도 안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주로 남 얘기를 한다.
미세 좌절의 시대 230, 장강명 지음
어떤 꿈이 '지금 임금이 밀리고 추행을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나를 위해 참으라'고 속삭인다면 결연하게 거절하라. 꿈은 동반자이지, 삶의 주인이 아니다.
미세 좌절의 시대 234, 장강명 지음
3부.. ※ 언제 개를 키울 수 있을까 애완견에게 목줄과 입마개에 대한 미안함이란 그것이 억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아이와 외출할 때 우리는 아이의 손을 꼭 붙들고 다닙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아이의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의 마음도 듭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습니다.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바이러스라는 위험에 대하여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려는 서로 간의 예의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 목줄과 입마개가 따라야 한다면 억압이겠지만 공공장소에 외출하는 일시적인 상황이라면 좀 달리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애완견 산책 시 견주들이 강아지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시키는 것이 미안한 상황이라기보다는 애완견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공의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완견들도 사람의 인격처럼 격을 지닌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면 인격을 지닌 사람들이 불편을 감내하더라도 공공의 질서는 지켜가려고 하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녀가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원치 않듯이, 애완견도 민폐견이 되는 것은 싫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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