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고] 『산 자들』 작가와의 만남

D-29
작년 겨울 쯤에 길거리에서 호떡을 사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연세가 많아보이시는 아주머니께서 혼자 호떡을 팔고 계셨습니다. 1500원을 주고 한개 사먹었는데 배도 부르고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문뜩 집 앞에 사람도 많이 없는데 이 호떡을 팔면 어느정도 용돈은 벌 수 있겠지만 들인 시간 대비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고 서울 내에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꽤 힘들어보였습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라는 작품은 내용도 이해가 잘가고 스토리도 쉬워서 술술 읽혔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작가님께서 위에 남기신 댓글들을 읽어보니, '무급가족종사자', '한국 산업의 호리병형 구조' 와 같은 꽤 어려운 개념들이 작품 이면에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어 놀랐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불가피한 경쟁이란 소재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떠올랐습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공부로 경쟁 해야 하는 현실 말입니다. 물론 이 경쟁 제도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은 압니다. 경쟁을 통해 학생들을 나누는 것이 어찌보면 가장 효율적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으니까요....ㅠ 현수동 빵집 가게들은 서로서로 원만한 협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망하게 되는 가게가 생깁니다. 우리 학생들은 이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어, 공부에서 경쟁이 불가피할지라도 서로 협력하고 동행하면 모두가 잘 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현수동 빵집 삼국지>를 읽고 비슷한 생각을 한 거 같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모든 결정을 본사에서 제시한 기준을 근거로 내리고, 개인 빵집은 손님이 선호하는 잘 팔리는 빵을 만들고, 결국에 이 이야기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가 의사 결정 권한조차 가지지 못하는 노동을 하고 있었고 저는 이 부분에서 이러한 숨 막히는 노동 상황을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을까를 생각 했던 거 같습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야기 속에 나와있는 거 같습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두 프랜차이즈 지점이 자신들을 괴롭게 했던 폐점 시간을 합의 하자는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을 주고 받은 두 인물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저는 책 속에 나온 것처럼 결국에 힘든 노동 상황을 해결하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차근차근 넓혀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딱 딱 떨어지는 정답과 같은 해결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죠 모든 일들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당장 무엇이든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폐점 시간을 합의 하는 것처럼요.
좋은 의견이시네요 동의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당장 하자! 하지만 하루하루 치열하게 본사의 지시를 따르며 살아가는 가맹주들에게는 약간은 추상적이고 막막한 해결책이네요
저는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의사 결정 권한조차 가지지 못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 책 속에서 두 인물이 폐점 시간을 합의 하는 것과 같이 일단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뭐든 하면서 자신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이야기 했고, 이런 해결 방법이 조금 추상적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 하기에 글의 마지막 부분에 다들 정답과 같은 해결 방법을 원하지만 막상 정답을 찾아서 행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일단 실천을 해보는 해결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는데 이 부분이 그렇게 와 닿을 수도 있는 거 같네요.. 동의 합니다..
이 글에 덧붙여 추가로 제 생각을 더 이야기 하자면 저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자영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에 대한 문제는 과도한 경쟁 보다는 줄어드는 자영업자 수를 어떻게 늘리는가 에 대한 문제로 무게가 실리는 것 같지만 분명 아직도 자영업의 과도한 경쟁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 자영업의 문제와 단기적인 해결 방안들이 변해도 근본적인 자영업의 문제는 넘쳐 나는 자영업 종사자 수 , 그에 따른 과잉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 경쟁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 시키고,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개선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그 후에는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 이야기가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네요..
정부와 기업의 어떠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까요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구체적인 노력에는 뭐가 있을지 궁굼해지네요
자영업의 과잉 경쟁은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21세기 자본주의가 극도로 심화된 시기에, 경쟁 시장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도태되고 누군가는 살아남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편의점, 구두방. 길을 가다보면 참 많이 보이는 곳이고 자주 이용하는 곳인데, 여러분의 말을 들으니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계속해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소감도 좋습니다.
여러분. 위의 글을 올리고 나니, 다양한 글이 올라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여러분의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까지 소통하려는 태도가 기특합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 평소에 삼국지에 관심이 많아서 더욱 관심있게 졸 수 있었고, 이 소설에서 나오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 사회구조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학생으로써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직업도 빵집을 운영하는것 인것처럼 저도 자신이 선택하고자 하는 진로를 선택하고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 이번에도 고민이 담긴 좋은 의견들 정말 감사합니다. 구두 신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해봤는데, 구둣방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저는 휴대폰 대리점에는 어떤 미래가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무척 인식이 안 좋은 업계라 더 연민의 대상이 되지도 못하고 있는데.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과잉 경쟁이 무엇이 문제가 될까요? 애초에 경쟁과 과잉 경쟁을 구분하는 선이 있을까요? 오히려 기업들이 경쟁을 하지 않고 물품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담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큰데, 그렇다면 주영과 하은이 빵집 폐점 시간을 합의한 것도 일종의 담합이고 작은 경제범죄인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이 입시 경쟁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막아야 할 비극일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파고 들어가다 보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평등과 공정에 관한 복잡한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자본주의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 중 매우 큰 장점은 역동성이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서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변하고, 그걸 만들어내는 자원의 양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고, 사람들의 선호도 바뀝니다. 궂은 날이 이어지면 농산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사람들의 입맛이 쌀에서 밀로 바뀌고, 새로운 요리와 개량된 품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옵니다.
계획경제 시스템을 채택한 사회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엄청난 비효율을 낳기 일쑤입니다. 20세기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해도 잘 들었고 비도 잘 내렸는데 농산물 생산과 분배 과정의 비효율 때문에 끔찍한 대기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사람들도 변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개인 각자가 변하는 환경에 맞춰 행동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화를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은 부자가 됩니다. 그러지 못하면 가난해집니다. 이런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또 자연 생태계와 닮아 있어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이 비인간적이라고 느끼곤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그 이상이 잘 구현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이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 나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해서 그 요청을 거절하기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평생 배우고 해온 일이 제빵이나 구두 수선인데 갑자기 코딩을 배워 프로그래머가 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한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과 같은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소비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과 재화를 내놓는 경제주체가 도태되어야만 자본주의의 효율과 역동성이 지켜집니다. 그런데 그 과정 속에 있는 당사자들이 고통을 겪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별다른 자원이 없고, 희망도 없는 상태에 몰리면 사람들은 자기 시간과 노동력을 무리하게 투입하게 되는데 그런 때 육체적으로도 너무나 고되고, 정신적으로도 무척 비참한 상태가 됩니다. 요즘 흔히들 ‘갈아 넣는다’라고 표현하는 상황인 거지요.
사실 사람에게 변화라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이라서, 오히려 몸과 마음이 여유가 있을 때에나 겨우 시도해볼 만하거든요. 그런데 위에 말한 상황이 되면 오히려 더 변화하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집니다. 과잉 경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자기착취라고 부르는 게 옳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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