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고] 『산 자들』 작가와의 만남

D-29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과잉 경쟁이 무엇이 문제가 될까요? 애초에 경쟁과 과잉 경쟁을 구분하는 선이 있을까요? 오히려 기업들이 경쟁을 하지 않고 물품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담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큰데, 그렇다면 주영과 하은이 빵집 폐점 시간을 합의한 것도 일종의 담합이고 작은 경제범죄인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이 입시 경쟁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막아야 할 비극일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파고 들어가다 보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평등과 공정에 관한 복잡한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자본주의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 중 매우 큰 장점은 역동성이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서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변하고, 그걸 만들어내는 자원의 양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고, 사람들의 선호도 바뀝니다. 궂은 날이 이어지면 농산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사람들의 입맛이 쌀에서 밀로 바뀌고, 새로운 요리와 개량된 품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옵니다.
계획경제 시스템을 채택한 사회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엄청난 비효율을 낳기 일쑤입니다. 20세기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해도 잘 들었고 비도 잘 내렸는데 농산물 생산과 분배 과정의 비효율 때문에 끔찍한 대기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사람들도 변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개인 각자가 변하는 환경에 맞춰 행동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화를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은 부자가 됩니다. 그러지 못하면 가난해집니다. 이런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또 자연 생태계와 닮아 있어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이 비인간적이라고 느끼곤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그 이상이 잘 구현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이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 나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해서 그 요청을 거절하기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평생 배우고 해온 일이 제빵이나 구두 수선인데 갑자기 코딩을 배워 프로그래머가 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한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과 같은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소비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과 재화를 내놓는 경제주체가 도태되어야만 자본주의의 효율과 역동성이 지켜집니다. 그런데 그 과정 속에 있는 당사자들이 고통을 겪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별다른 자원이 없고, 희망도 없는 상태에 몰리면 사람들은 자기 시간과 노동력을 무리하게 투입하게 되는데 그런 때 육체적으로도 너무나 고되고, 정신적으로도 무척 비참한 상태가 됩니다. 요즘 흔히들 ‘갈아 넣는다’라고 표현하는 상황인 거지요.
사실 사람에게 변화라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이라서, 오히려 몸과 마음이 여유가 있을 때에나 겨우 시도해볼 만하거든요. 그런데 위에 말한 상황이 되면 오히려 더 변화하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집니다. 과잉 경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자기착취라고 부르는 게 옳을 상황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본주의라는 큰 방향은 옳지만, 그 안에서 역동성과 효율을 조금 줄이더라도 구성원들이 너무 비참한 처지에 몰리지는 않게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런 의견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얼굴’이라는 게 무엇인지, 역동성과 효율을 어느 선까지 희생해야 할지는 아직 합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 안에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그러합니다. ‘미국식 자본주의’,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라는 명칭으로 여러 가지 논의가 오가는 중입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그렇다면 아마 그 구체적인 형태와 거기까지 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여러분 세대의 과제 중 하나일 듯합니다. 연구와 공부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작업이겠지요.
젊은 학생 분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오늘은 「사람 사는 집」을 읽는 날이죠. 날씨 좋은 5월의 토요일에 읽기에 참 어울리지 않는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결말이 제일 우울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 재건축이나 재개발 과정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은 없을 거예요. 사실 성인 독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사람 사는 집」을 읽고 놀랐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이 단편을 쓰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도나 시장 상황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보성고 학생들께 질문 (9) 나중에 살고 싶은 집과 그 이유에 대해 들려주세요. 구체적으로 도시 이름이나 거리 이름을 적어주셔도 좋고, 주변 풍경을 묘사해주셔도 좋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단독 주택’이라든가, ‘전망이 탁 트인 뉴욕의 고층 펜트하우스’, ‘커다란 개를 키울 수 있는 정원이 딸린 집’, ‘회사로 걸어서 출근할 수 있으며 근처에 문화시설이 많은 주상복합건물’, ‘자전거길이 한강까지 이어지는 집’ 같은 식으로 적어주시면 됩니다. 왜 그런 곳에서 살고 싶은지, 이유에 대해서는 두 줄 이상 설명해주세요.
저는 아파트가 없고 저층 주택들이 많은 유럽지역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층 주택들이 쫙 양쪽으로 깔려있고 그 가운데로 하천, 강이 흐르는 지역 말입니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고, 다리 위로 지는 노을의 모습도 바라보고, 주변의 가지 각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주택들을 지나가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유럽에는 주변에 유적지나 관광지, 축구 스타디움 등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주변에 상업시설, 학교, 즐길거리도 많은곳(서울과 가까운 곳)이 적당히 있는 정원이 있는 대저택에서 살고 싶습니다. 정원이 있는 저택에서 도시 와 떨어져 있는곳에서는 편하게 좋은 공기를 마시며 쉬고싶고, 상업시설과도 가까워서 어떤 물건을 사러갈때 편하게 가고싶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만약에 자녀가 생기면 교육문제도 생각해야하기 떄문에 서울 내의 학교와도 가까운곳에 위치한 집을 가지고 싶고, 생활에 심심함을 느낄수도 있기 때문에 즐길거리도 많은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기대되는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밖에서 집을 생각할 때 두근대고 설레는, 그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나라는 자아를 실현시켜주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밖에서 벌어지는 외부적인 요인들 예를 들어 인간관계나 사회적 업무 등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작은 쉼터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이기 때문입니다
보성고등학교 근처에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이 있지요. 다들 가보셨나요? 두 토성 모두 백제의 중요한 유적입니다. 백제의 수도였던 위례성이 바로 이곳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풍납토성이 위례성이었다고 보는 학자도 있고,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함께 위례성이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몽촌토성은 올림픽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보존이 잘 되었고 발굴 작업도 상대적으로 쉬운 바면, 풍납토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풍납토성 유적이 발견되기 전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서, 현재 약 2만 세대가 풍납토성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유적으로 제대로 발굴하고 보존하려면 그 분들이 모두 이사를 가게 한 뒤 그 분들이 살던 집을 허물어야 하는 것이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보성고 학생들께 질문 (10) 풍납토성을 보존하고 제대로 발굴하기 위해서는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전부 이주시켜야 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주민들이 이루고 있는 지역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그 분들의 자녀들이 친구들과 헤어져 전학을 가게 해야 할까요? 이주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하려면 최소한 몇 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 돈으로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결손 가정을 돕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풍납토성이라는 역사유적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고, 제대로 발굴되면 한국 고대사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발견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포기해야 할까요?
10번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저는 몽촌토성의 발굴을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에 대해 찬성합니다. 왜냐하면 그 지역 주민들은 불편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상당히 큰 가치를 지니기 떄문입니다. 우리는 그 주민들의 역사적 삶을 앎으로써 우리 나라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고, 역사 왜곡에 대해 대처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지역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이주를 가기 편하게 해주어야 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오늘날 지역 공동체라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희미해젔기 떄문에 지역공동체의 해체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주시켜서 역사를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치에 맞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이주시키는 것을 반대합니다. 역사 유적의 값어치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가지는 의미 역시 그 가치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이주 비용을 수 조 원 값으로 책정해서는 안됩니다.주민들의 그 공간에서의 추억, 인간관계, 거주지에서 나오는 심리적 안정감 등 물질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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