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런 결과 때문에 우리 인간과 비교해 볼 때 동물은 어떤 점에서, 다시 말해 현재를 차분히 온전하게 즐긴다는 점에서 실제로 현명하다. 동물은 현재의 화신이다. 그래서 인간은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동물을 보고 생각이나 걱정으로 자주 불안에 시달리며 만족을 얻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심지어 앞에서 말한 희망과 예상을 하는 즐거움은 우리가 아무런 대가 없이 얻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희망과 기대를 통해 미리 만족을 누려 실제적인 즐거움을 맛보게 되면 그만큼 나중에 얻는 즐거움이 줄어든다. 희망이나 소망으로 우리의 만족감이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동물은 어떤 즐거움을 앞당겨 즐기는 법이 없어 즐거움이 줄어드는 일도 없으므로 현재와 현실 자체를 완전히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재해는 동물에게 현실 그대로의 무게로 다가오지만, 인간은 다가올 재해를 불안한 심정으로 두려워하고 예측하므로 불안감이 열 배는 커지곤 한다. ”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131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