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는 의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며 의지 또한 현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 어떤 방식으로든 삶을 긍정하는 사람은 삶에 끝이 없음을 확신하고, 죽음의 공포를, 그가 현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공포를 물리쳐버릴 수 있다. 그는 현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공포를 스스로 불어넣은 착각으로 간주한다. 이것이 시간에 관한 착각이다. 공간에 관한 착각은 모두 상상 속에서 자신이 지구의 위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모든 것은 아래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현재를 자신의 주체성과 결부시키고, 이 주체와 더불어 모든 현재가 소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는 현재 없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상의 어느 곳이나 위이듯이, 모든 삶의 형식 역시 현재다. 그리고 죽음이 우리에게서 현재를 빼앗아 간다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다행히 둥근 지구의 위쪽에 있지만 거기서 아래로 미끄러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생각이다. ”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250,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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