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D-29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는데, 찾아 보니 디트리히 본회퍼의 동성애 이슈는 전 세계 개신교단(특히 미국)에서는 상당한 논란거리였나 봅니다. 본회퍼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개신교 전체에서 추앙받는 상징적인 존재이고, 개신교의 반동성애 분위기와 맞물려서 그랬나 봐요. (국내 개신교단 목사님 한 분이 비분강개해서 '본회퍼를 모욕하지 말라' 같은 칼럼도 쓰신 것도 보이네요.) 본회퍼가 동성애 성향, 혹은 동료 남성에게 이성보다 더 낭만적 사랑을 느꼈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가 있고, 이 책에서는 그런 선행 연구를 활용한 듯합니다. :)
요즘은 형식을 규정하지 않는(못하는) 것이 유행인가봐요. 이런 다양성도 좋네요. 이 책을 읽으며 몇년 전 읽은 바르도의 링컨이 생각났어요. 바르도의 링컨도 소설인듯 아닌듯.. 링컨, 링컨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문헌들을 섞어서 소설과 비소설을 오가더라구요.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증오의 시대와 뭔가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ㅎㅎ
바르도의 링컨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뉴욕 타임스」 NPR 선정 올해의 책에 선정된 작품이다. 링컨 대통령이 어린 아들을 잃은 후 무덤에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이 책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 이 책이 훨씬 본격적이었긴 했지만, 말씀듣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거기서도 실제 사료(?) 같은걸 하도 붙여서 ㅋㅋ 역사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구간이 있었는데 ㅋㅋㅋ 뭔가 결은 다르지만 정말 그렇다 싶습니다
@오구오구 @Beaucoup 『바르도의 링컨』은 사실 제가 진행하는 북 토크 팟캐스트(YG와 JYP의 책걸상)에서 유명한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서 견디지 못한 JYP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거부감을 표시했고, 그 다음부터는 이 수식어로 묶이는 카테고리 책의 대표가 되었어요. :) 지.못.미. 손더스;;;
그 방송을 듣고 바르도를 읽었죠~~~ 귀신 씨나락까먹는 카테고리가 제 취향이라는 것을 발견했죠 ㅎㅎㅎ
이 결론을 JYP가 싫어합니다. 하하하!
아 근데 ㅋㅋㅋ 책 전체가 씨나락 ㅋㅋㅋㅋㅋㅋㅋ의 향연 (그런데 씻나락이 표준어라니 놀랍습니다 ㅋㅋ) 저도 상의 권위에 기대어 버티며 읽었는데 손더스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했다가 세상 신선한 경험이군 하며 끝났습니다 ㅋㅋ 하지만 좋았다.........♡
"하지만 좋았다"에 방점을 찍겠습니다. 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8월 13일 화요일은 169쪽 '신즉물주의'의 대표자로 꼽히는 독일 화가 오토 딕스(1891~1969)의 이야기부터 200쪽 헨리 밀러-준 밀러-아나이스 닌의 이야기까지 읽습니다. 여기서 1931년이 마무리되고 1932년으로 넘어갑니다. 점점 파국이 다가오죠. (그런 긴장감을 느껴보는 것도 이 책의 독서 포인트입니다.)
마그누스 히르쉬펠트,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롿오한 유대인 의자이자 성과학자였다고 하네요...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A%B7%B8%EB%88%84%EC%8A%A4_%ED%9E%88%EB%A5%B4%EC%8A%88%ED%8E%A0%ED%8A%B8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부분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악의적인가? 하는 느낌까지 드네요. 불행한 천재... 안스러워요.. 헤세는 또 어떤가요... 아, 위인들에 대해 너무 내밀한 이야기를 알게 되는 당혹스러움이란.... 여러 우울한 이유로 결혼하는 헤세, 혼자 신혼여행을 떠나는 헤세 부인... ㅠㅠ 오마나..
마르그리트는 성경을 내려놓고 나가서 산책도 하고 피오르에서 수영도 한다. 그리고 긴긴 백야에 뜬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오두막에서 나와 자기한테 올라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는 오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의 일기를 보면, 마르그리트의 벌거벗은 몸을 생각할 뿐이라는 이유로 이미 자신을 "돼지”로 여기고 있다. 마르그리트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떠난다. 사랑도 시들 수 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192,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진정한 사랑에는 황금기가 아닌 시대였다. 에리히 캐스트너가 지은, 이 시대를 대변하는 시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즉물적 로맨스’의 시대였다. 우선 잠자리를 함께하고, 그러고 나면 “둘 사이에 사랑은 사라진다. 마치 지팡이나 모자가 사라지듯이”. 겨울이 깊어가면서 포니 휘트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마르고트 슌랑크에 대한 캐스트너의 사랑은 사라져간다. 마르고트는 서럽게 울고, 에리히 캐스트너는 위로한다. 에리히 캐스트너는 그런 사람이다. 그 누구도 뭘 어찌해줄 수 없다. 에리히 캐스트너는 새로운 연인에게 간다. 편지에서 이 새 연인을 “모리츠”라고 부르지만 오늘날까지도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자기는 천재라고 사르트르는 태연하게 말한다. 그리고 이 천재성을 온전히 펼치려면 자유로운 성생활의 기회가 보장된 삶이 필요하다고. 창작력을 북돋우기 위해 말이다. 스물네 살에 벌써 평생 연애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사르트르가 자신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이, 제대로 된 사랑의 밤을 처음 나눈 지 얼마 안 된 보부아르는 자신의 자유가 어떤 모습일지 아직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에게 평생의 자유를 선물하겠소, 시몬.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이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전쟁이 훑고 지나간 육체를 똑같이 냉정하게 바라본다. 초상화가라기보다는 머리사냥꾼의 눈으로. 죽음을 열망하는 1920년대 아이콘으로 그린 베를린 밤 문화의 여왕인 댄서 아니타 베르버가 빨간 원피스를 입은 모습도 눈을 크게 뜨고 응시한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강렬하네요....
정말 강렬하네요...
헨리 밀러는 정처 없이 떠돌고, 운좋게 얻은 프랑을 들고 곧바로 매춘부에게 달려가고, 아는 미국인이 와서 술값을 내주길 기다리며 셀렉트나 로통드에 죽치고 앉아 있는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아무 여자나, 아무 술이나, 아무 침대나 받아들인다. 헨리 밀러는 이제 마흔 살인데 사실상 지칠 대로 지쳐 있다. 결국 소설이 완성되는 때가 온다. 1931년 8월 24일의 일이었다. 뉴욕에서 온 아내 준이 그 원고를 읽더니 깜짝 놀란다. “당신은 모든 것을 자기만의 편협한 남성적 관점으로만 보고 있어. 당신은 모든 것을 섹스 문제로 만들어. 그런데 그런 문제가 전혀 아니야. 중요한 건 희귀하고 아름다운 거라고.”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 8월 14일과 내일 광복절 8월 15일에는 1932년을 읽습니다. 오늘은 201쪽 문헌학자 빅토르 클렘퍼러(Victor Klemperer, 1881~1960)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이야기부터 225쪽 프랑스 작가 루이페르디낭 셀린(Louis-Ferdinand Céline, 1894~1961)까지 읽습니다. 내일 광복절은 225쪽 리 밀러의 이야기부터 243쪽 헨리-준-아나이스의 이야기까지 읽습니다. 이렇게 1932년이 끝나고 1933년 파국이 시작됩니다.
빅토르 클렘퍼러는 유대인 문헌학자.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의 삶을 일기 형식으로 남기는 생애사 집필 실험을 한 지식인으로도 유명하고, 구사일생으로 생존하고 나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서 나치 치하 언어에 대한 연구로도 유명합니다. 독재자의 언어에 대한 책이나 칼럼에 선행 연구로 무조건 나오는 지식인이 바로 빅토르 클렘퍼러입니다. (저도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는 지식인인데, 이렇게 날 것의 삶을 들여다본 건 이 책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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