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D-29
브레히트 에피소드는 진짜 띠용의 연속이네요. 뭐죠, 이 인간. 막연한 존경심이 와장창 사라집니다.
아인슈타인 부분은 좀 유치합니다. ㅎㅎㅎ 첫 아내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서 잘 안 와닿는 건가.
페이지 좀 지났지만 토마스 만에 대한 그리 막연하지만은 않았던 존경심도 와장창...
투홀스키는 리자가 자기한테 “어머니이자, 요람이자, 동료”라고 말한다. 그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다. 오후에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고 난 뒤에 이제 화창한 오후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호수로 리자가 다시 수영하러 가고 나면, 투홀스키는 임시로 마련한 책상에 앉아 파리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그것만 빼면 그럭저럭 지내고 있소. 나는 이곳에서 은둔자처럼 살고 있소.” 음, 글쎄.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피카소는 아직도 가끔 올가를, 자기 아내를 그려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쉼없이 올가를, 그 가냘픈 발레리나 몸매를 그렸지만 지금은 마리테레즈 발테르가 가장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피카소는 말한다. “버림받은 여자가, 내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리고 올가는 이 교체되었다는 느낌을 거의 미친 사람처럼 표현한다. 소리지르고, 펄펄 뛰고, 사납게 날뛰더니 다시 몇 주 동안 우울증에 빠져 저멀리 고요한 호숫가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러나 올가의 분노는 피카소의 창작력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 창작력은 죄책감과 고집으로 유지된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또 여자든 남자든 몹시 마음에 드는 젊은 혁명가들을 만날 때면 그중 대여섯 명을 베를린-브리츠로, 브루노 타우트가 지은 혁명적인 공공임대주택단지 후프아이젠지들룽*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와서는 이 사람들이 모두 자기 집으로 이사 올 거라고 아내 첸츨에게 말한다. 무정부의주의가 고작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면 안 되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면 첸츨은 투덜대며 부엌으로 가서는 두 사람이 아니라 일고여덟 명이 먹을 요리를 한다. 첸츨은 남편이 으레 그중에 적어도 젊은 여자 혁명가 한 명과 침대에서 뒹굴었다는 사실을 안다. 아내 첸츨이 그 일로 울면, 에리히 뮈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본다. 자기는 “자유로운 결혼생활”밖에 할 줄 모른다고 늘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그 누구도 상대방을 비난할 수 없다고. 동의했던 거 기억 안 나느냐고. 첸츨은 말한다. 그래, 그랬지만, 지금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그런 다음 화를 내고, 울음을 터뜨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에리히 뮈잠은 자리를 피해버리고 며칠 동안, 가끔은 심지어 몇 주 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무정부주의자와 결혼하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바람 피우는 인간들 이야기 계속 읽다가 나보코프의 일화를 접하니 청량함마저 느껴집니다.
하하하!
앞부분 읽고있는데....이건....불륜 퍼레이드 인가요...ㅡㅡ;;;;
저랑 똑같은 생각을... ^^
1929년에 피카소가 올가를 그릴 때는 더이상 초상화 그리기가 아니라 퇴마 의식에 가깝다. 피카소는 올가의 영혼을 그리려고 한다. 그것이 올가에게 무엇을 뜻하든 상관없다. 피카소는 그 그림에 <붉은 안락의자에 앉은 누드>라는 제목을 붙인다. 긴 드라마의 대단원이 시작된 것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붓은 마법이 사라진 시대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법 지팡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p.15,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메리D @장맥주 제가 이 책을 함께 읽어볼까, 하면서도 망설였던 이유 가운데 하나였어요; 한편으로는 이 빛나는(?) 인물들의 결핍의 바닥을 문명의 몰락과 함께 같이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앞부분을 읽어나가며 저는 살짝 묘한 상태에 있어요. 저 명사들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지지는 않고 반대로 ‘재수 없네’ 하는 기분이 들어요. 남의 불륜이야 사생활이니 제 알 바 아닌데, 그들이 자신들의 특출한 지성이나 매력을 어떤 특권처럼 행사하고 ‘우린 이래도 괜찮아’ 하면서 뻔뻔하게 구는 거 같아서요. 서술에 생략이 많아서 그렇겠지만요. 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시동 단계라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습니다. 일단 재미는 ‘오지네요’(이 표현이 딱인 거 같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나와서 서로 유혹하고 머리채 잡기 직전 상황에도 빠지다 보니... 야해요(이번에도 ‘선정적이에요’보다 이 표현이 맞는 거 같습니다). ㅎㅎㅎ
저도 그 "특권처럼" 행사한다는 부분에서 공감해요. 나는 이래도 괜찮아. 너무 당당한 느낌이예요. 세세한 서사 없이 얘기가 흘러가서 그럴까요?? 보다보니, 뒷통수를 한대 때려주고 싶은 사람이 여럿이네요.
편견일지 모르지만, 가끔 발라드 가수가 현실에선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과격한 노래를 하는 락커가 되려 점잖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던데, 여기 나오는 예술가, 지식인들도 그러한건가 싶었어요. 나보코프가 의외더군요
그런데 일상생활 중에도 그런 사람들 종종 있어요. :) 반전 있는 사람들.
첫날치 읽고서. 1. 작가가 어느 정도 고증(?), 사실 확인 후 쓴 책인지 궁금해졌습니다. 2. 요즘은 미디어, 각종 SNS 발달로 예술가의 사생활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예술가 개인과 창작품 분리가 잘 안되는 편인데, 1929 -1939년 인물의 사생활은 저한테 그렇지 않다는 말이죠. 그렇게 생생히는 모르는 건데 책을 읽어가면 위에 누가 쓴 대로 ‘와장창’의 순간이 계속 나올 것 같아요. 이 책을 계속 읽어볼 것인가의 기로가 첫날부터! 오늘의 작은 ‘와장창’은 학생 때 열심히 읽었던 에른스트 블로흐가 아도르노 약혼자와 ‘육체적 관계도 맺고’ 있었다는 겁니다. 에른스트 블로흐에 대해서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
기차를 타고 빈에 들어서는 조세핀 베이커를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그와 동시에 파울라너 교회는 지나친 육욕과 죄악의 춤을 지탄하고 “검은 악마”를 경고하기 위해 종을 울렸다. 목사들이 일요일 아침 예배마다 조세핀 베이커가 밤마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혐오스러운 춤의 위험성을 너무나 절절하고 생생하게 경고해서 많은 신도들이 주기도문을 마치자마자 공연 표를 샀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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