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농담>

D-29
나는 내 기억들로부터 달아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기억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농담 4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그렇다, 그 시절은 그 어떤 때보다도 기쁨이 넘치는 때 라고 스스로 선언하고 있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즉시 노동 계급의 승리를 애통해하는 자라거나 또는 개인주의자로서 자신의 내밀한 슬픔 속에 빠져버리는 자(이런 과오가 덜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심을 받았다.
농담 46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데?” - “언제나 묘하게 웃잖아” - “그래서? 난 즐거움을 표현하는 거야!” - “아니야, 너는 혼자서만 마음에 담아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웃어”
농담 4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내 행동과 미소가 지식인(당시 또 하나의 유명한 경멸어) 냄새를 풍긴다고 동료들이 판단을 내렸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오류를 범하고 있고 혁명 자체가, 시대 정신이 틀릴 수도 있으며, 나 하나가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으므로(감히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 말을 믿게 되었다.
농담 4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나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증가해 갔다.
농담 4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농담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말일 뿐이었고 그저 당시 내 기분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등등. 그들은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농담 5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이 이미지(아무리 나와 비슷하지 않다 해도)는 나 자신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실제적이며, 그것은 결코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 바로 나 자신이 내 이미지의 그림자였다. 왜 나를 닮지 않았냐고 그 이미지를 탓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이미지와 다른 것은 내 잘못이었다.
농담 7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진짜로 나는 나의 그 다름을 짊어지기를 원했다. 즉 내가 아니라고 판정된 그 사람으로 계속 사는 것이었다.
농담 7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한마디로 의미 있는 인생의 행로 전체가 끝난 것이었다. 내게 남은 것은 시간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 그것을 나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더 내밀하게 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알았던 (...) 그런 시간이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옷을 다 벗고, 그 자체로, 자신 본래의 진짜 모습으로 내게 오고 있었고, 나로 하여금 그것을 자신의 진정한 이름으로 부르게 만들어(이제 나는 순수한 시간, 순수하게 텅 빈 시간을 살고 있었으므로), 내가 단 한순간도 그것을 망각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그 무게를 느끼도록 하고 있었다.
농담 79-80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음악이 들릴 때 우리는 그것이 시간의 한 양태라는 것을 잊은 채 멜로디를 듣는다. 오케스트라가 소리를 내지 않게 되면 우리는 그때 시간을 듣게 된다. 시간 그 자체를. 나는 휴지를 살고 있었다.
농담 80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이러한 부조화가 마음을 어지럽혔다. 단지 부조화가 이 풍경의 공통 분모 같아 보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거기에서 나는 나 자신의 운명, 여기에 유배된 나를 암시하는 어떤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나 또한 거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 (…) 바로 내가 이곳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악할 만한 부조화의 도시, 이질적인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무자비하게 끌어안고 있는 이 도시,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하는 내 자리라는 것을.
농담 96-9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슬픔, 우울의 공감보다 사람을 더 빨리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말없이 고요하게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이런 분위기는 그 어떤 두려움이나 방어도 잠들게 하며, 섬세한 영혼도 속된 자도 모두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서, 사람을 가까워지게 만드는 방식 중 가장 쉬운 것이면서 반면에 가장 드문 것이기도 하다.
농담 102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가로등 하나가 루치에를 환하게 빛으로 감싸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작은 밤색 외투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얼굴이나 머리카락이 아니라 이 감동적인 외투의 다 닳아버린 천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농담 103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나의 내면은 마치 방처럼 휙 청소가 되고 어떤 사람이 거기에 살게 되었다. 여러 달 전부터 바늘이 마비된 채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갑자기 다시 똑딱거리기 시작했다.
농담 10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루치에, 그녀가 이 역사의 거대한 날개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었겠는가? 그 날개 소리가 희미하게 그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면 아주 어렴풋이 짐작이나 했을까. 그녀는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역사 아래에서 살고 있었다. 역사에 대한 갈증도 없었다. 거대하고 일시적인 일들은 전혀 몰랐고, 다만 작고 영원한 자신의 문제들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나, 나는 그렇게 단번에 해방이 되었다. 그녀는 나를 자신의 회색빛 낙원에 데려가려고 찾아온 것 같았다.
농담 10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3부 8장까지 읽었습니다. 루드빅의 오래된 과거와 길고 복잡한 서사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는 것이 재미있네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던 제목의 의미가 참 궁금했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초반에 속시원히 밝혀져서 좋았습니다. 루치에를 우연히 알게 되고, 첫눈에 반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표현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그 전과의 재질 자체가 확연히 달라, “바보 같은 농담이나 즐기는 치명적 성향”을 지녔다던 주인공이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어찌 됐거나 젊은이들이 연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놓는다. 그러니 그들은 허겁지겁 이런저런 형식과 모델들, 당시 유행하는 것, 자신들에게 맞는 것, 마음에 드는 것, 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 그리고 연기를 한다.
농담 128-12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거의 그녀를 다시 부를 뻔 했다. 그녀를 쫓아낸 바로 그 순간 벌써 그녀가 그리웠고, 루치에가 없는 것보다는 옷을 입고 저항하는 루치에와 함께 있는 것이 천 배는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농담 165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그리고 나는? 역할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나는 혼란스러워하며 이 역할 저 역할을 왔다갔다하던 끝에, 결국 어디로 도망쳐야 하나 어쩔 줄 모르다가 붙잡힌 것이었다. 젊음이란 참혹한 것이다.
농담 130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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