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언제나 끊임없이 죄인이었다. 그때 그녀에게는 완전한 죄사함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다. 죄의 사함, 이것이 바로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 루드빅, 당신에게는 불가해하고 알 수 없는 저 신비로운 정화. ”
『농담』 323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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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나는 루치에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 사랑이 두려웠다.
『농담』 32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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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우리의 운명은 상당히 비슷한데 우리 둘은 얼마나 다른가요! 나는 용서하며 사는데 당신은 화해할 줄을 모르고, 나는 평화적인데 당신은 반항적이에요. 우리는 겉으로는 그토록 닮았는데, 저 깊은 곳에서는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요! ”
『농담』 331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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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어떤 위대한 운동 앞에서도 조소와 우롱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것을 부식시켜 버리는 녹이기 때문이지요. ”
『농담』 332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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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당신의 그런 선한 행동들의 깊은 곳에 있는 동기는 사랑이 아니에요. 증오지요! (…) 당신의 영혼은, 하느님을 모르기 때문에, 용서를 모릅니다. 당신은 복수를 열망하지요. (…) 그래요, 당신은 복수하고 있어요. 당신은 사람들을 도와주고는 있어도 증오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루드빅, 당신은 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지옥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이 가엾습니다. ”
『농담』 33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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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6부는 코스트카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코스트카가 신자이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각도로 당시 시대와 이념을 풀어내는 것 같습니다. 조금 난해해서 완벽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이야기가 고조되면서 거의 루드빅을 향한 설교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겉보기에는 비슷하면서도 실제로는 완전히 극과 극으로 대립을 이루는 듯 합니다. 선과 악의 대립이라고 봐도 될까요. 코스트카는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인물입니다.
5부를 읽을 때는 5부가 소설의 정점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6부를 읽으니 오히려 5부까지의 루드빅의 스토리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사이다 팩폭을 날리는 6부가 클라이맥스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7부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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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나의 패배를 알리는 전보가 십오 년 동안이나 나를 쫓아다닌 끝에 내게 도착한 것이었다.
『농담』 34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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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갈망한 그 육체를 얻는 데는 아주 간단한 일 하나로 충분했던 것인데 말이다. 즉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 쪽으로 향하고, 나에게 와닿는 쪽에서만 그녀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그녀 자체의 모습, 그녀 혼자만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 ”
『농담』 34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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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그것은 당시의 내 나이에 대한 분노였고, 자기 밖에 놓인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너무도 커다란 수수께끼인 그런 나이, 또한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 자신의 감정, 자신의 혼란, 자신의 가치 등을 놀랍게 비추어주는 움직이는 거울에 불과한 그런 바보 같은 열정적 나이에 대한 분노였다. ”
『농담』 34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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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이 모든 것이 꼭 못된 농담 같기만 했다.
『농담』 345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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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이 악단과 이 가무단들이 당신에게 들려주는 것은 단지 민속적 가락을 차용한 그 옛날 낭만주의적 음악의 관념일 뿐이오. 진정한 민중 예술은, 기자 양반, 이미 죽었다구요.
『농담』 34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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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하지만 샘물은, 그것은 조직되는 것이 아니에요. 샘이란 솟아나오든지 아니면 없든지 그러는 것이죠.
『농담』 36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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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내 아들. 가장 가까운 존재. 그애가 내 앞에 있는데, 나는 정말 그애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것도 모르면서 대체 내가 무엇을 안다는 말인가? 그것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대체 무엇을 확신한단 말인가? ”
『농담』 37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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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7부 전반부(1-10장)를 읽었습니다. 루드빅, 야로슬라브, 헬레나 세 사람의 시점이 번갈가가면서 나오는데, 루드빅과 야로슬라브 모두 각각 평생을 바쳐 치러온 싸움의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독자로서 이 기나긴 서사를 함께하며 이입이 많이 되었는지,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크네요. ㅠㅠ 특히 루드빅의 복수, 실패로 끝난거나 다름없는 그 일들이, 제마넥의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니 정말 제가 다 수치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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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나는 굴욕과 수치로 숨이 막혀왔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은 마음, 혼자 있고 싶은 마음, 이 사건 전체를, 이 고약한 농담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헬레나와 제마넥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그제와 어제와 오늘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이 모든 것을 다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마지막 흔적까지 모두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었다. ”
『농담』 385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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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이 쓸데없는 지난 며칠간을 내 인생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고 한들 그것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내 인생의 일들 전부가 엽서의 농담과 더불어 생겨났던 것인데? 나는 실수로 생겨난 일들이 이유와 필연성에 의해 생겨난 일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실제적이라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
『농담』 391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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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내가 여전히 홀려 있는 과거, 내가 해독하고, 해결하고, 매듭을 풀어보려 무진 애를 쓰는 과거, 그리고 나로 하여금 사람 살듯이, 그렇게 앞을 보고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과거,
『농담』 396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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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오늘날에도 벌써 역사는 잊혀진 것들의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가느다란 기억의 밧줄일 따름이지만, 시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제 한정된 개개인의 기억 속에 모두 들어올 수조차 없는 또다른 수천 년의 세월이 이미 지나가 버리고 난 후인 시대가 다시 또 올 것이다. 수백 년, 수천 년이 또한 와르르 모두 무너져내릴 것이며, 몇 백 년의 그림과 음악, 몇 백 년의 발견, 투쟁, 책들이 모두 무너져내리리라. 불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인간은 자기 자신의 개념 자체를 잃어버릴 것이고, 파악도 이해도 불가능한 인간의 역사는 의미를 상실한 도식적인 몇 개의 기호로 축소되어 버리고 말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