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농담>

D-29
루치에를 통해서 나는 동료들도, 하사관들조차도 가지지 못한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다. 나는 사랑받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그렇게 사랑받고 있었다.
농담 152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3부 끝까지 읽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루드빅이 20대 초반의 젊은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됩니다. 그 사실을 의식하고 읽으면,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데 말이죠. 3부 전체적으로는 당 퇴출 후 “텅 빈 시간”을 살게 되고, 또 루치에로 인해서 그 시간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등등, 시간이 마치 공간처럼 인식되는 표현들이 좋았고, 젊음의 어리석음와 실수들을 “연기” “역할” 같은 키워드로 풀어내는 부분이 좋았어요. 루치에에 대한 실수(?)와 이후 이별하게 되는 장면들은 몰입도 최상이었고 그래서 덩달아 많이 슬펐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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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그저 민속에 미쳐버린 사람인 것만은 아니란다. 좀 그런 면도 있기는 할 거야.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벽을 넘어서서 보다 깊은 어떤 곳을 향하고 있지. 민속 예술을 통해서 아빠는 수액이 올라오고 있는 소리를 듣는 거야. 이 수액이 없다면 체코 문화는 그저 말라비틀어진 나무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리고 말 거란다.
농담 186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그들은 우리가 존재할 권리가 없으며, 단지 체코어를 말하는 독일인일 뿐이라고 믿게 만들어놓으려 했다. 우리는 우리가 존재했으며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어야 했다.
농담 18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루드빅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감정은 감탄과 반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가 너무 자신만만한 것이 거슬렸다. 그는 그 시절 모든 공산주의자들이 과시하고 다니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우리에게 그는 언제나 좋은 녀석, 매사에 빈정거리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거리낌없이, 거창한 말들로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우리 중에는 공산당원이 아무도 없는데 우리 악단의 운명을 당연한 듯 곧바로 공산당의 운명에 결부시켜 말하는 것도 분명 언짢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끌었다. 그의 생각들은 가장 깊숙이 감추어진 우리의 꿈과 만나고 있었다. 그 생각들은 갑자기 우리를 위대한 역사의 차원으로 높이 올려놓고 있었다.
농담 200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우리 음악은 오늘날의 삶 속으로 들어와 이 현재의 삶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재즈가 그랬던 것처럼, 원래 특성을 견지하면서, 자기 고유의 멜로디와 리듬은 유지하면서, 우리 음악은 늘 새롭게 변화하는 자기 스타일의 양상을 발견해야만 한다. 어려운 일이다. 막중한 과업이다. 오로지 사회주의 안에서만 성취될 수 있는 일이다. - 사회주의가 거기 왜 들어가는데? 우리가 항변했다.
농담 202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꽃을 위해서인가요, 열매를 위해서인가요? (…) 누구나 다 알지요, 아름답고 찬란하게 꽃은 피어나고 우리를 기쁘게 한다는 것. 하지만 꽃은 달아나고 열매가 오지요.
농담 211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우리 삶의 모든 중대한 순간들은 단 한번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완전히 알고 있어야만 인간은 인간일 수 있다.
농담 213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이 마술적인 순간부터 그녀의 매력은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듯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가리라 생각하였다. 그녀에게서는 곧 떨어질 나뭇잎의 모습이 보였다. 이미 나뭇잎의 추락은 시작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가 이제 단지 한 송이 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며, 지금 이 순간에 벌써 앞으로 도래할 열매의 순간이 그녀 속에 현전한다고 생각했다.
농담 21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4부를 읽었습니다. 야로슬라브라는 또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루드빅이라는 인물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탄탄하고 입체적인 서사가 너무 좋네요. 루드빅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아 갈수록, 그럴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이 참 안타까워요. 그저 개인적인 좋지 않은 사건/기억 내지는 개인 취향에 대한 문제 정도가 아닌, 그 모든 순간순간이 당과 공동체와 국가와 연결지어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특히 그 어떤 것으로부터라도 해방되고 자유해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존중되어져야 하는 예술이라는 영역에서까지 말이죠. 지구상 어디에나 이런 시대는 있었던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4부를 읽고난 후 다시 3부 초반의 루드빅 시점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야로슬라브의 결혼식 장면도 다시 읽어 보았는데, “나는 클라리넷을 집어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느꼈다. 민속 의식이라는 이 모든 난리 법석이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역겨운가를…” (72쪽) 이 부분이 전보다 더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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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속으로, 내가 그토록 루치에를 사랑했어도, 그녀가 그렇게 완벽하게 “유일한” 존재였어도, 그녀는 우리가 서로 알게 되고 매혹되었던 그때의 “상황”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농담 231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나는 한 여자를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의 등장 인물로서 사랑한다. 햄릿에게 엘시노어 성, 오필리아, 구체적 상황들의 전개, 자기 역할의 “텍스트”가 없다면 그는 대체 무엇이겠는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하고 환상 같은 본질 외에 그에게 무엇이 더 남아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루치에도 오스트라바의 변두리가 없다면, 철조망 사이로 밀어넣어 주던 장미, 그녀의 해진 옷, 희망 없던 내 오랜 기다림이 없다면, 내가 사랑했던 루치에가 더 이상 아닐지도 모른다.
농담 232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내가 얼마나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가 하면, 누가 자기는 무어가 좋고 무어가 싫다는 등의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으면 그것을 절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농담 25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인간은 믿기 힘들 만큼 그렇게 자기의 이상형대로 현실의 모양을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데 대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농담 25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내가 그 누구로부터도 훔쳐내지 못한 육체, 나로 하여금 그 누구를 정복하게도 파멸시키게도 만들어주지 못한 육체,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남편에 의해 버려진 육체, 내가 이용한다고 나섰으나 결국은 나를 이용해 버린 그 육체, 그리하여 지금 버릇없이 승리감을 만끽하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기쁨에 겨워 펄펄 뛰는 그 육체.
농담 28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헬레나와 반대로 너무도 감미롭게 비물질적이며 추상적이고, 갈등이나 긴장, 극적인 것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루치에. (…) 나는 루치에가 이번 이틀간의 하늘 위를 지나간 이유가 무엇인가를 짐작하면서, 내가 맹신하는 수수께끼의 끝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오로지 내 복수를 무(無)로 만들어버리기 위해서,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던 모든 것을 안개 속에 흩어지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농담 290-291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5부를 읽었습니다. 사실상 타임라인으로 생각해 보면 이제서야 1부끝/2부시작 시점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루드빅은 헬레나가 제마넥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했던거더라고요. 저도 스포를 통해 알고 있긴 했었는데 루드빅도 처음부터 알고있었는지 몰랐습니다. ㅎㅎㅎ 2부에서 읽었던 헬레나의 이야기와 현재 상황을 떠올려 보면, 루드빅의 이 복수가 아무런 의미없는 허탈한 복수일텐데 싶어서, 이번 5부를 읽는 내내 안타깝고 조마조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 루드빅은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음을 깨닫고 괴로워합니다. 그렇게 다시 루치에를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이제는 앞으로 루치에와 다시 재회하게 될지가 궁금해지네요.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6부를 이어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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