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농담>

D-29
나는 또한 알고 있다. 그 경계를 넘는다면 나는 나이기를 그칠 것이며 어떤 사람일지는 몰라도 하여간 다른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 그 끔찍한 변화가 나를 두렵게 한다, 바로 그래서 나는 사랑을 찾아헤매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집요하게 나는 사랑을 찾는다, 내가 언제나 나였던 대로, 지금의 나 그대로, 옛 꿈들과 내 이상들을 가지고 살아나가게 해줄 그런 사랑, 내 삶이 환경에 의해 토막나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 나는 내 삶이 하나로 온전히 남아 있기를 원한다,
농담 35-36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인생의 라이트모티프가 다시 들려왔다, 멀리서 나의 젊음이 내게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로 내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농담 3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많은 세월과 걱정, 슬픈 일들, 수많은 회색빛 껍질들이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농담 3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1부와 2부를 읽었습니다. 화자가 루드빅과 헬레나로 각각 다르고, 서술 스타일이 캐릭터에 맞춰 달라지는데 그 차이가 한눈에 봐도 굉장히 뚜렷하네요. 헬레나는 좀더 의식의 흐름에 가까워서, 쉼표로만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 구조 등이 개인적으로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ㅎㅎ 오히려 루드빅의 성격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마음에 드는데, 특히 그의 인간관계 스타일과 저와 많이 비슷한 듯 해요. 책의 첫 장면인 고향땅을 15년만에 다시 밟는 순간은 눈앞에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또 거기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 묘사에 제 개인적인 고향과 고향사람들에 대한 관계가 겹치면서 이입이 많이 되네요. 아직까지는 술술 쉽게 읽히고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나는 내 기억들로부터 달아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기억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농담 4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그렇다, 그 시절은 그 어떤 때보다도 기쁨이 넘치는 때 라고 스스로 선언하고 있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즉시 노동 계급의 승리를 애통해하는 자라거나 또는 개인주의자로서 자신의 내밀한 슬픔 속에 빠져버리는 자(이런 과오가 덜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심을 받았다.
농담 46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데?” - “언제나 묘하게 웃잖아” - “그래서? 난 즐거움을 표현하는 거야!” - “아니야, 너는 혼자서만 마음에 담아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웃어”
농담 4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내 행동과 미소가 지식인(당시 또 하나의 유명한 경멸어) 냄새를 풍긴다고 동료들이 판단을 내렸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오류를 범하고 있고 혁명 자체가, 시대 정신이 틀릴 수도 있으며, 나 하나가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으므로(감히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 말을 믿게 되었다.
농담 4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나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증가해 갔다.
농담 4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농담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말일 뿐이었고 그저 당시 내 기분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등등. 그들은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농담 5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이 이미지(아무리 나와 비슷하지 않다 해도)는 나 자신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실제적이며, 그것은 결코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 바로 나 자신이 내 이미지의 그림자였다. 왜 나를 닮지 않았냐고 그 이미지를 탓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이미지와 다른 것은 내 잘못이었다.
농담 7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진짜로 나는 나의 그 다름을 짊어지기를 원했다. 즉 내가 아니라고 판정된 그 사람으로 계속 사는 것이었다.
농담 7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한마디로 의미 있는 인생의 행로 전체가 끝난 것이었다. 내게 남은 것은 시간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 그것을 나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더 내밀하게 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알았던 (...) 그런 시간이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옷을 다 벗고, 그 자체로, 자신 본래의 진짜 모습으로 내게 오고 있었고, 나로 하여금 그것을 자신의 진정한 이름으로 부르게 만들어(이제 나는 순수한 시간, 순수하게 텅 빈 시간을 살고 있었으므로), 내가 단 한순간도 그것을 망각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그 무게를 느끼도록 하고 있었다.
농담 79-80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음악이 들릴 때 우리는 그것이 시간의 한 양태라는 것을 잊은 채 멜로디를 듣는다. 오케스트라가 소리를 내지 않게 되면 우리는 그때 시간을 듣게 된다. 시간 그 자체를. 나는 휴지를 살고 있었다.
농담 80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이러한 부조화가 마음을 어지럽혔다. 단지 부조화가 이 풍경의 공통 분모 같아 보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거기에서 나는 나 자신의 운명, 여기에 유배된 나를 암시하는 어떤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나 또한 거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 (…) 바로 내가 이곳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악할 만한 부조화의 도시, 이질적인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무자비하게 끌어안고 있는 이 도시,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하는 내 자리라는 것을.
농담 96-9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슬픔, 우울의 공감보다 사람을 더 빨리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말없이 고요하게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이런 분위기는 그 어떤 두려움이나 방어도 잠들게 하며, 섬세한 영혼도 속된 자도 모두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서, 사람을 가까워지게 만드는 방식 중 가장 쉬운 것이면서 반면에 가장 드문 것이기도 하다.
농담 102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가로등 하나가 루치에를 환하게 빛으로 감싸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작은 밤색 외투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얼굴이나 머리카락이 아니라 이 감동적인 외투의 다 닳아버린 천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농담 103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나의 내면은 마치 방처럼 휙 청소가 되고 어떤 사람이 거기에 살게 되었다. 여러 달 전부터 바늘이 마비된 채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갑자기 다시 똑딱거리기 시작했다.
농담 10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루치에, 그녀가 이 역사의 거대한 날개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었겠는가? 그 날개 소리가 희미하게 그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면 아주 어렴풋이 짐작이나 했을까. 그녀는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역사 아래에서 살고 있었다. 역사에 대한 갈증도 없었다. 거대하고 일시적인 일들은 전혀 몰랐고, 다만 작고 영원한 자신의 문제들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나, 나는 그렇게 단번에 해방이 되었다. 그녀는 나를 자신의 회색빛 낙원에 데려가려고 찾아온 것 같았다.
농담 10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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