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D-29
중력이 약한 지점만을 파고드는 날벌레라. 문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퍼뜩 떠오를 만한 문장은 아니기에.
피터팬이 정말 그 자리에 있었을까? 아무도 목도하지 못한 그가, 다만 그 자신만이 불투명한 유리창에 되비친 어렴풋한 반영을 목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오르톨랑의 유령 p.88, 이우연 지음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끄덕이는 것은 가장 끔찍하고 불온한 반항임을, 마치 불청객에게 그를 기다려왔다고 속삭이는 것처럼. 사랑에 빠진 목소리로 그를 꿈꿔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교사가 그녀를 완전히 증오하게 될 때까지 그녀는 계속해서 끄덕였다.
오르톨랑의 유령 98, 이우연 지음
그들이 다시 잠들기를, 새로운 잠 속에 그가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오르톨랑의 유령 <침실>, 이우연 지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교사는 그녀가 끔찍하다고 말했다
오르톨랑의 유령 교무실 p 97, 이우연 지음
앨리스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지 못하는 착한 아이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것이 규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오르톨랑의 유령 p.110, 이우연 지음
개 아이만큼 많은 친구를 가진 아이도 이 교실에 달리 없을 것이다. 개 아이는 그 애가 모은 먼지만큼이나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중에서 은밀하게 녹아가는 눈처럼 나는 혼자다.
오르톨랑의 유령 교실. p86, 이우연 지음
여행으로 참여가 조금 늦었습니다. 열심히 따라가 보려합니다.
2-1 이번 글들도 저번 글들처럼 모두 외롭고 슬프네요. 저는 [동아리실]과 [교실]이 인상적입니다. 모두 함께 생활하는 공간속, 작은 공동체 사회안에서 왕따와 무시로 일관된 너무나 잔인하리만치 외로운 고통이 잘 드러나 있는 듯 합니다. 공간은 공유하되 철저히 배재된 존재. 군중속의 고독보다 더 지독한 무시로 인한 존재부정은 존재하지 않는 부존재보다 더 비참한 상황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1 [동아리실]과 [교실]에서
그녀는 왜 이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바둑판 위에 펼쳐지는 불가해한 모양이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만큼 그것은 매혹적이었기 때문에……..그녀는 끔찍한 무력감을 느꼈다. 혹은, 하얗고 검은 무력감이 그녀를 느꼈다.…바둑판 어디에도 네 자리는 없을꺼야. 아무도 너를 들어주지 않을 거야. 저 애들은 네게 관심이 없으니까. [동아리실] p.40-41
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내게 그 애들은 날카롭고 비정한 가시였지만 서로를 감싸 안은 내밀한 도형 내부에서 그 애들은 천사처럼 착하고 상냥했다. …….그들은 그들 도형 내부의 희고 부드러운 그림자에 충실했다. 나는 홀로, 어떠한 도형도 만들지 못한 채 축축한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오르톨랑의 유령 [교실] p.55, 이우연 지음
2-3 <고래의 뱃속>의 피노키오가 할아버지의 진실을 믿으려 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희망을 위해서이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의 진실(그가 믿는 세계,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믿는 일은 오로지 자신의 신념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데 이는 철저히 자기 중심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나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면, 그 사람을 믿지도 않고 용서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바다사자의 저택은 한편의 잔혹동화를 보는듯 했어요. 굴들이 바다사자의 목구멍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부분부터는 ..이제 굴 먹기 힘들지도 ㅠㅠ
3-1 이우연 작가의 짧은 단상과 같은 작품들이 마치 연작처럼 이어져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교실과 교무실이라는 학교의 울타리 . 1장 제목을 곱씹어봅니다.“교실 속의 미로는 새들의 우주를 닮았다.” 앨리스의 등장도 자꾸 기대되네요. 이 번 읽기 작품 중 <침실>이 인상적이었어요. 피터팬이 아이들을 깨우지 못해 밤하늘을 날아오르지 못한 상황. 밤새 계속 창문밖 외로이 잠든 아이들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다 유령처럼 사라지는 피터팬. 작가님의 외로운 피터팬에 대한 상상력이 신선했습니다.
언제쯤 현실이 그의 꿈을 수용할 수 있을까? 그런 순간이 결코 찾이오지 않을 것임을, 단호한 잠에 빠진 아이들의 얼굴로부터 예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들의 잠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지는 순간까지 집요한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희망하는 것은 어린시절의 천성과 같은므로. 스치지도 못한 그들의 시간이 새로운 꿈으로 태어나기를 그는 소원했다. 그들 사이에 놓인 유리창, 그것이 갈라놓은 불모의 거리 속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함을 알고 있음에도.
오르톨랑의 유령 <침실> p.89-90, 이우연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 4. <달>111쪽부터 <생일 파티> 145쪽까지 ■■■■ ● 함께 읽기 기간 : 8월 31일(토) ~ 9월 3일(화) 어느덧 책의 절반을 넘어갑니다. 8월 중순부터 시작한 비욘드 북클럽 9기가 9월을 함께 맞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작품을 많이 읽지 못하셨다면 완독에 대한 부담을 잠시 놓으시고 후루룩 책을 훑어보시면서 마음에 드는 제목이나 문장 하나를 캐치해서 그 작품만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초단편 소설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읽으셔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고, 작품 전체가 아닌 한 작품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상이 있으니 그 지점을 즐겨 주셔도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4-1. 7편의 작품 어떻게 읽으셨나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골라주셔도 좋고 전반적인 느낌을 자유롭게 들려 주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교실>이 한 작품 더 나오더라고요^^ 더불어 제목인 오르톨랑이 나오는 <주방>이라는 작품이 머리에 남습니다. 끔찍하고 잔혹한 요리에 이어지는 오르톨랑의 진실이 섬뜩해서요.
'생일 파티'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내가 존재함을 깨닫게 해준 대상을 존재의 지속을 위해 없애버리는 모순이 참 인상 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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