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D-29
21편을 읽으니 대략 주제가 유사한 글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 계단’이 인상깊었는데 ‘다락방’에서 고양이가 가해자냐 피해자냐 고민했던 생각이 나서입니다. ‘지하철 계단’의 남자 역시 비슷한 캐릭터네요. 서사 위주가 아닌 소설을 읽는 것 자체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재미는 덜 하지만요. 이우연 작가 님의 글들은 권장하신 방식대로 읽으면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징성이 강해서 의미 파악이 안 되는 어려움은 여전히 있습니다. 창작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글을 어떻게 구상하고 썼나 싶어 놀랍습니다.
'침실'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보통 우리가 잠들었을 때 피터팬이 와서 만나지 못했다고 여기잖아요. 보고 싶었는데 못 만났다고 아쉬워 하면서요. 이때 누군가를 갈망하는 자는 우리, 갈망의 대상은 피터팬이죠. 근데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만 피터팬을 기다린 게 아니에요. 피터팬도 우릴 기다렸어요. 오히려 우리가 피터팬을 만나고 싶어했던 것보다 더 많이 피터팬이 우리를 만나고 싶어했을 수도 있죠. 우리는 네버랜드에 가지 못해도 괜찮아요. 지금 두 다리를 딛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피터팬은 네버랜드에서만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친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만 구할 수 있어요. 그럼 이제 아쉬운 쪽은 피터팬이 되겠네요. 우와, 이야기를 반대로 생각하니까 느낌이 확 달라졌어요.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교실'이 인상적이었어요. 일단 '개 아이'라는 명칭이 특이해서 눈에 들어왔고요. '개 아이' 외로움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슬펐어요.
저는 <바다사자의 저택> 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생각보다 현실적인 것 같아 소름이 돋았어요.
<울타리 안>이라는 작품이 뭔지 모르지만 느낌적으로 와닿습니다. 내부와 외부가 다른 세계, 투명한 울타리에서 저는 쇼윈도의 마네킹이나 유리관 속의 인형이 떠올랐습니다. 우라노스 거시기가 뿜어낸 피덩어리인 거품. 아프로스(거품을 뜻하는 그리스어)의 상징과 거미가 겹쳐지며 괴기한 이미지가 저에게 와닿습니다.
<교무실>편에서 97p 어째서 혼나기 시작했는지, 어째서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인지 앨리스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고등학교 시절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인상이 깊었습니다. 다같이 하는 대청소 시간에 유리창을 떼어내고 한쪽에 잘 세워놨었는데 저는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떼어낸 유리창을 발로 밟았고 유리창이 깨졌습니다. 그런데 고무줄 놀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제 기억속에는 저 혼자 교무실에 불려가서 혼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너가 깡패야?!"라는 질문을 계속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체 왜 그런 상황이 된 건지 알 수 없는채 혼나기만 한 것 같아요 지금이라면 "어디 다친곳은 없는지 묻지않으시는거죠?"라고 여쭤보고싶네요
바다사자의 저택편은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읽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요? 오잉? 집에서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김진아야 안경은 왜 가져가려는거야~ 도수있는 안경은 어차피 너에게 쓸모도 없는데 말이야
저도 교무실편을 인상 깊게 받습니다 아이가 선생님께 혼나고 있는 장면을 좀 특이하게 본 거 같습니다 저도 어렸을때 어머니께 혼난적이 몇번 있었거든요....
<교실 책상>이라는 작품에서 앨리스가 김진아의 친구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절의 욕구를 숨겼던 것처럼 동일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약 보름 전에 읽었던 '레지스탕스'라는 작품에서 기윤이 학교에서 일진인 상민의 일행과 어울리게 되며 자신도 그들과 같은 부류임을 착각하게 한 것이 앨리스의 감정과 오버랩됩니다. 누구나 자신의 동경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소속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나의 지위나 위치를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교실 책상>에서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살리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레지스탕스이우의 장편소설 『레지스탕스』는 현대 사회의 억압과 갈등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스물아홉 살의 기윤의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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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하는 것은 어린시절의 천성과도 같으므로, 스치지도 못한 그들의 시간이 새로운 꿈으로 태어나기를 그는 소원했다.
오르톨랑의 유령 <침실> 89p, 이우연 지음
중력이 약한 지점만을 파고드는 나뭇잎색의 날벌레들도 그녀의 사유나 행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오르톨랑의 유령 100쪽, ‘울타리 안’, 이우연 지음
중력이 약한 지점만을 파고드는 날벌레라. 문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퍼뜩 떠오를 만한 문장은 아니기에.
피터팬이 정말 그 자리에 있었을까? 아무도 목도하지 못한 그가, 다만 그 자신만이 불투명한 유리창에 되비친 어렴풋한 반영을 목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오르톨랑의 유령 p.88, 이우연 지음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끄덕이는 것은 가장 끔찍하고 불온한 반항임을, 마치 불청객에게 그를 기다려왔다고 속삭이는 것처럼. 사랑에 빠진 목소리로 그를 꿈꿔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교사가 그녀를 완전히 증오하게 될 때까지 그녀는 계속해서 끄덕였다.
오르톨랑의 유령 98, 이우연 지음
그들이 다시 잠들기를, 새로운 잠 속에 그가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오르톨랑의 유령 <침실>, 이우연 지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교사는 그녀가 끔찍하다고 말했다
오르톨랑의 유령 교무실 p 97, 이우연 지음
앨리스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지 못하는 착한 아이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것이 규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오르톨랑의 유령 p.110, 이우연 지음
개 아이만큼 많은 친구를 가진 아이도 이 교실에 달리 없을 것이다. 개 아이는 그 애가 모은 먼지만큼이나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중에서 은밀하게 녹아가는 눈처럼 나는 혼자다.
오르톨랑의 유령 교실. p86, 이우연 지음
여행으로 참여가 조금 늦었습니다. 열심히 따라가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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