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저편

D-29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평범한 정상인은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자기에게 소중하거나 자기가 가진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진 게 별로 없거나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거나 그것이나 현실에서 떨어져,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사람이 바른말을 할 수 있다. 그가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는 그것과 상관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그나마 진실을 그대로 말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뭔가 이해관계에서 떨어져 그것에서 한 발 떨어진 사람이 그 속의 진실을 말할 수 있다. 자기는 그것과 별로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자에 의한 조직의 치부 폭로나 남한으로의 귀순자에게 북한의 실상을 아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핵심 동기(속사정)를 파악하는 것도 동시에 중요하다. 그들의 주장대로 신빙성을 더하려면 그들의 관련성이 느슨할수록 그들에게 유리하지만 말이다. 상관이 있으면 자신에게 돌아올 몫이나 자기 이익의 영향을 생각하며 진실을 자기에게 맞게 충분히 조정해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권에 욕심이 있는 자는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그가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자기 목적을 향해 거짓말도 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진실을 가공(加工)해 잘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 속의 진실을 알고 싶으면 그 속의 구조와 조직의 생리, 외부와의 관계를 잘 알면서도 그것과는 상관없는, 이제 그것으로부터 초연한 사람에게 물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자기가 봤고 눈에 보인다고 정답은 아니다. 진실과 정답은 속에 숨겨져 은폐되어 있을 수 있다.
일본은 골목을 지나도 여기에 사람이 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남의 개성이에간섭없이 관대하다. 경쟁력이 한국보단 확실히 덜해 스펙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혀영심도 적어 카푸어들이 거의 없다. 다 소형차이고 소형 주택이다.
소설에서 한 마디 대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데, 이게 영화화되면 그 중요한 한 마디를 어떻게 표현할까도 많이 걱정될 것 같다. 소설처럼 그렇게 중요하게 그 한마디를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하려면.
말을 잘못하면 어른도 애 취급을 해 반말을 한다. 외국인이 나이가 많아도 한글을 잘 못해 꼭 애 같아서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말은 익은 성숙도와 일치하는 것 같다.
작가는 남의 불행을 조심히 다뤄야 문학상을 받으려고 소설에서 주인공의 자식을 죽이는 경우가 많다. 그 후, 부모는 불행 속에 살아간다. 꿈에서나 깨어서나 하루도 즐거운 날이 없다. 자식 없는 세상이 아무 이상 없이 돌아간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원망스럽다. 세상도 같이 끝장났으면 한다. 자식이 없는 데도, “그렇게 목숨은 부지하고 싶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부부는 마음 놓고 웃을 수도 없다. 멍한 눈으로 TV만 볼 뿐이다. 자식이 없는 걸 아는 게 두려워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잊어 볼까, 결국 부부가 갈라서기도 한다. 2007년 전도연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보면 자식 잃은 부모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겪지 않고 감히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교회 신도들이 같이 기도해준다. 마침내 결심이 서서 용서하러 교도소로 향한다. 그러나 내 자식을 죽인 살인범은 이미 하나님께 용서받아 얼굴이 그렇게 평온하고 차분할 수가 없다. 감히 내게 충고 비슷한 걸 지껄이기도 한다. 나는 아직 이렇게 고통 속에 사는데, 그놈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뭔가 한참 잘못됐다. 신애(전도연)는 당황하며 큰 충격을 받는다. “내가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작가는 조심해야 한다. 이런 부모는 세상에 많다. 그들은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남의 불행을 소재 삼지 마라.” “다 이해하고, 아는 것처럼 굴지 마라.” 그러나 또 사람 목숨은 어쩌지 못해 그 하늘 아래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 “어쩌겠어. 인명은 재천인 것을.” 부모는 아직도 자식이 있던 때와 같을 수가 도저히 없다. 버티고 살아갈 수 있게, 부부 둘은 언젠가는 부둥켜안고 오열과 통곡을 쏟아내야 한다. 땅에 묻은 자식을 가슴속에도 묻고 견디며 겨우겨우 살아간다.
일본은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한국의 모든 것의 수렴이 가족인 게 더 이상하다. 너무 집착이 심하고 가족끼리 뭔가 자꾸 하려고 한다. 가족보단 사실 개인이 먼저여야 한다.
생각 없이 열심히만 하면 나중엔 남는 게 없다 조직에 생각 없이 충성만 한다고 다는 아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생각 없는 거로 벌을 받을 수도 있다. 김정은이나 푸틴 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것하고 같다. 나라가 패망하거나 그가 권총 자살을 하면 자신을 지탱해주던 튼튼한 끈이 갑자기 툭 끊어진 기분이 들 것이다. 한국이라고 다를 건 없다. 지자체 때문에, 기관장이 치적에 혈안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시키는 우두머리가 감정이 없는, 그래, 강해 보이고 신념 있는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다. 대갠 이런 인간들이 선한 얼굴을 하고 뻔뻔하게 그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충성하는 게 맞나? 나만 희생될 뿐이다. 대신, 내 자리를 열심히 찾아 거기서 즐기는 게 남는 것이다.
나는 책을 잘 읽기 위해 밥을 많이 안 먹는다. 그러면 위로 에너지가 다가 머리의 에너지가 모자라 책이 잘 안 읽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방향이라고 남을 같이 가자고 이끌면 안 된다 이젠 이것도 무너져 가고 있다. 여자들은 자식과 가족에 모든 노력의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다. 가족이 붕괴하고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여자들의 노력에 남편이 안 따라준다고 원망한다. 그런 건 다른 나라에선 잘 없다. 우리나라 정서가 그래서 그런 것뿐이다. 어떤 한 사람의 방향이, 아니 집단 여러 사람의 방향이 그쪽이라고 그쪽으로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같이 가자고 하면 안 된다. 그게 전에 옳은 방향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그냥 자기 기질과 성정에 맞게 자기를 중심으로 사는 게 나중에 시대가 바뀌어도 후회를 덜 한다. 이건 시대나 장소가 바뀐다고 변하는 게 아니라 거의 인간 사회에서 영원히 부르짖을 수 있는 진리에 가까운 원리이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이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게 가장 우선이다. 아니, 우선이 아니더라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최소한, 그걸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작가는 그 기분에 젖어 글을 쓴다. 그러는 그 책을 읽는 독자는 지금 그 기분이 아니다. 그래서 글은 독자에게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힌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가족과 지식에게 그렇게 매달리는 건 전통적인 것도 있지만 주체적으로 살지 못해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걸 찾아내 거기에 몰입하지 못해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 인간들은 집단주의가 강해 다 같이 한 가지 생각만으로 획일적으로 가려고 한다.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 개성도 없고 창의력, 상상력도 떨어져 노벨 문학상도 못 타는 것이다. 그런 것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안 읽어 점점 더 그럴 것이다. 희망이 없다.
소설에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론을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해서 하는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읽으면서 이렇게 사소한 것도 유명인을 꼭 불러올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문제 우리나라 여자들이 가족과 자식에게 그렇게 매달리는 건 전래적인 것도 있지만, 주체적으로 살지 못해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걸 찾아내 거기에 몰입하지 못해 그런 것이다.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걸 모르고 안다 해도 거기에 투신할 용기도 없어 그냥 가족과 자식 이데올로기에 묻혀 살아 그런 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기 사상과 마음을 쏟을 곳이 없으니까 그저 겉으로 보이는 자식과 가족에 매달리고 나중엔 그것에 대한 보상을 꼭 받아내려고 한다.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하며. 주체적인 프랑스 여자들이라면 절대 안 그런다. 보상을 받아내려는 건 진정으로 그 가족이나 자식도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어도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한 것이다. 방향 설정이 잘못되고, 자기의 구현이 안 돼 그런 것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고 그걸 실컷 즐겼다면 그런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서 한일인데 그걸 하며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해 달리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간들은 집단주의가 강해 다 같이 한 가지 생각만으로 획일적으로 가려고 한다. 일본도 집단주의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존중하고 남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그건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남이 나 때문에 뭔가 움직였다면, 그건 그에게 폐가 되는 것이다. 내 개성이 중요하니까 남의 개성도 존중하고 포용한다. 그래 선진국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러나 우린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 결국 각자의 개성도 없고 창의력, 상상력도 떨어져 노벨 문학상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안 읽어 점점 더 그럴 것이다. 성인 절반 이상이 일 년 가야 책 한 권 안 읽으니 무슨 미래와 희망이 있겠는가? 참, 큰일이다.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게 뭐가 잘못인가?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게 뭐 잘못된 것인가? 아니, 내 눈에는 밝고 희망차게 안 보이고 삐딱하게 보이니까 솔직하게 삐딱하게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순수하고 긍정적으로 안 보인다. 나는 그냥 보이는 대로 볼 뿐이고 그렇게 보인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긍정적으로 지금은 안 보이는데 긍정적으로 보도록 노력한다는 건 자기기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희망 고문이다. 그냥 지금 보이는 대로 나는 세상을 순수하고 긍정적으로 안 보고 뭔가 거기엔 안 보이는 걸 숨긴, 꿍꿍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단은 보이는 대로 안 믿고 의심부터 하고 본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솔직히 나도 그러기 싫어.” 진짜는 나는 세상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래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다고 나만 골탕먹기 때문이다. 언제나 뒤통수 맞는다. 오히려 기대를 안 했는데 뭔가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면 더 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나는 무한 긍정으로 앞으로도 볼 생각이 전혀 없다. 지금으로선 내 주장을 꺾을 수 없다.
어리석어 상대방의 의도를 모른다 논란이 될 것은 더럽게 어렵게 빙빙 돌려 말하면 잡음이 없다. 그러나 그 논란거리를 친절히 쉽게 잘 풀어 설명하면 바로 공격이 들어온다. 그래, 야비한 인간들은 논란이 될 것 같은 것은 엄청나게 빙빙 돌려 어렵게, 별것도 아닌데 뭐나 있는 것처럼 엄청나게 난해하게 설명한다. 그래야 잡음 없고 조용하기 때문이다. 인간들, 작가나 독자나 이렇게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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