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공공도서관 '도도한 북클럽' 8월 모임

D-29
'도도한 북클럽' 8월 선정도서는 휴가철을 맞아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입니다. 여행하는 동안 책 한권씩은 꼭 들고 다니시죠? 여행은 자주 다니는데 여행을 하는 이유, 다녀와서 느끼는 점 등등 다양하게 들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2019년도에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선택해서 읽고 있는 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복복서가에서 개정판이 나왔구요, 작가의 여행의 이유와 나는 어떻게 다른지, 많은 이야기 나눠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 읽기 전 수다로 나의 여행 스타일에 대해 말해볼까요? 1. 여행가기 전 완벽한 계획을 짜고 가는 편이다 2. 항공권만 끊고 뭐든(숙박, 식당 등) 즉석에서 결정하는 편이다. 저는 혼자 간다면 즉석에서 결정하겠지만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은 계획을 짜지 않으면 힘들더라구요. 자유롭게 대화 나눠보아요!
저도 누구랑 같이 가느냐에 따라 달라요 가족이랑 갈 때는 세부적인 것까지 정해놓고 부모님 컨디션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선택지도 몇개 생각해놓구요. 편한 친구들과 하는 여행은 정말 큰 틀만 잡고 세부적인 건 상황에 따라 즉흥성을 더 넣죠. 오히려 저 혼자 갈 때 가장 자세하게 계획을 짜고 갑니다. 계획대로 되면 만족스럽고, 가끔 제 기분에 따라 확 틀어버리면 일탈하는 느낌이 나서 그것도 나름대로 좋습니다 ㅎㅎ 계획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좀 받는 편이어서, 역으로 저는 계획을 잘 안짜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남이 짜준 계획 따라가는게 제일 편하긴해요. 적다보니 저도 저를 잘 모르겠네요 ㅠㅠㅠㅠ
혼자 여행할 때 장소를 정하고, 항공권과 첫날 숙소만 정해서 떠나는 편입니다. 타인과 함께 하는 여행은 제가 모든 것을 다 계획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로 여행을 혼자 합니다. 하하
저도 큰 틀은 짜놓고(교통편, 이동거리와 시간, 숙소) 그날 하루하루는 몸 상태와 상황 보면서 조절해요. 지도에 일단 추천 장소를 많이 저장해놓죠. 혹시라도 문 닫은 가게가 있으면 그 근처에 갈만한 대안을 염두에 두어야 하니까요. 호캉스라든지 종일 어떤 한 장소에 오래 머물지는 못하는 편이예요. 계속 이동을 하다가 숙소에서 좀 쉬다가 다시 나오는 편입니다.
저는 집 떠나면 무조건 좋습니다. 친구들이랑은 해외 여행은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고요. 그래야 서로 편하게 친구들이랑 구경하고 수다떨다가 사진 찍고합니다. 국내여행은 계획을 어느 정도 세우고 여행을 떠납니다. 개획대로 안되면 현장에서 가볍게 바꾸고 놀다 옵니다. 덥지만 설레는 8월 비행기 타고 떠나고 싶은데요. 떠날 계획이 없어서 아쉽네요.
저는 집순이이지만 여행 가면 계속 걷고 또 걷는 스타일이에요~ 되도록 현지 음식 위주로 먹고 랜드마크는 꼭 둘러보는 편이에요. 시간까지 세세하게 계획하는 건 너무 힘들고 굵직한 곳들만 지도 어플에 저장해놓고 가는 편입니다~ㅎ 그리고 저도 가족이랑은 꼭 패키지로 가는 게 낫더라구요.
오래전 홀로 갔을때는 무계획으로 떠났습니다. 나라만 정하고...현장에서 마음과 상황이 가는데로 때로는 현지에서 추천하는 곳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혼자일때는 자유로운 일정이 편했습니다. 일말의 기대나 긴장감도 있고~ ㅎ, 가족들과 갈때는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안전하고 평가가 확실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야 어른들과의 편안한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네요. 일전에 우리 가족만을 위해 셋팅된 여행사 일정을 선택해보니 중간중간 일정 조율도 자유롭고 안정감도 있고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 새삼 ㅎ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그야말로 '뜻밖'이여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걸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각성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22-23쪽, 김영하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1. 위의 문장처럼 여행을 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거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던 경험이 있나요? 2. 또는 '아버지는 여행은 배움이어야 한다는 인류의 오랜 믿음을 따랐다'(29쪽) 처럼 작가의 아버지는 여행 내내 열심히 필기를 하며 공부하는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나의 첫 여행은 어떤 것이었고, 어떤 마음으로 다녀왔는지 첫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봐요.
1. 여행 때 마다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기회를 갖을 수 있어서 여행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찌질한 모습이나 황당할 정도로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쭐하기도 합니다. 2. 첫 여행은 친구가 유학 중이던 곳으로 갔습니다. 항공권도 구입하고, 비자신청도 하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가는지도 미리 알아보고(그때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서요 ㅎㅎ) 꼭 봐야 하는 것들도 찾아보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여행을 했습니다. 친구가 함께 해서 편하긴 했지만 자유롭지 못해서 혼자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득했습니다. 이 후 여행은 혼자하는 도보배낭여행으로 바뀌었죠.
첫 월급을 받고 드디어 어른이 된 기분으로 혼자 여행을 갔었어요 온전히 제 선택으로만 진행되는 여행인데도 부담감보다는 마음이 편했고..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공간에 있다는 게 의외로 자유로움을 주더라고요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과 더 빨리 친숙해지는 상황들이 참 색달랐어요
대학생 시절 졸업 후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취직을 하고, 운이 좋아서 결혼을 하고, 운이 좋아서 자녀가 생기고나면 나는 떠날 수 있을까? 떠나고자 하는 시간에.... 답을 어렵겠다 였습니다. 해서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하고 돈을 모아 전혀 가본적 없고 잘 알지도 못하고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미지의 곳에서 수개월을 지내다 온 적이 있습니다.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저질렀던 그때의 무모함이 그리워 집니다~ㅎ
관광지에서 걷다가 제 발 앞으로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데구루루 굴러들어 온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많아서 어디서 굴러들어 온 건지, 누가 발로 차서 굴러 온건지 알 수가 없는 상태임에도 그 작디작은 돌멩이를 실수로 찬 어떤 한 분이 손인사로 실례했다는 표시를 한 게 7~8년 정도 지난 일인데 이상하게도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저에겐 짧지만 강렬했던 인상이었나봐요. ㅎㅎ 사소한 경우라 그냥 넘어갈 법도 한 상황인데 놓치지 않고 마음을 표시해 줬다는 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과연 나였으면 어떻게 했었을까? 그 사람은 그런 매너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이더라구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외국인도 겁나 불친절할 수 있구나 깨달았어요. 2. 첫 해외여행지는 파리였어요.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이던 소르복 대학 뒷골목과 햇살, 성당 계단에 앉아 꺼낸, 디저트 가게에서 수줍게 골라 온 밤타르트, 푸르고 평평한 잔디가 넓디 넓게 펼쳐져 있고 조금 북적북적하고 싱그러웠던 뤽상부르 공원의 모습이 생각나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행에 대해 정의하기를, 데이비즈 실즈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에서 달아나기 위해서(64-65쪽)라고 했으며, 실뱅 테송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아 떠나는 것"(179쪽)이라고 했습니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라 정의하며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87쪽)고 했구요. 이렇게 인간이 여행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 같은데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다녀오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현실이 막다른 벼랑처럼 느껴질 때 떠나게 됩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면 내 시야가 좁았구나를 느끼게 되고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몰랐던 세상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그곳에 대처해가는 스스로 모습에서 나를 알아갑니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는 자들만 사용하는 단어 같네요. 여행 갔던 곳에 오래 머물면 그곳이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여행을 끝내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면 여전히 변하지 않는 저와 새로운 것을 알아버린 제가 함께 공존하면서 여유가 생깁니다.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을 다룬 소설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오래 살아온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64쪽, 김영하 지음
저는 이 부분이 많이 와 닿았어요. 요즘 제 심정이랄까요...그래서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해보았어요. 나를 위해서 잠시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혼자든 함께든....다녀오면 '뜻밖'의 어떤 것을 깨달을 수도 있을테고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며 나를 잠시 잊어버릴 수도 있을테니까요. 여행지에서 환대를 받아 보는 경험을 통해 사람을 무한 신뢰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잃어버린 '그림자'도 다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돌아오면 다시 어지러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요...(올 여름 휴가를 못 다녀온 자의 주저리주저리였습니다. ㅎㅎ)
혼자 한번도 안 가본 지방에 가는 게 집 떠난 기분이 확 들면서 일상 속 큰 환기가 되던걸요. 누가 나를 알겠어요. 여기 사람인지 아닌지. 그 기분이 은근히 이상하고 좋더라구요. 추천해봅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바로 체력과 여유가 있을 때, 일부러라도 새로운 곳에 가보려는 거 같아요. 나중에는 여행 가고 싶어도 못 갈 수 있으니. 가끔씩 옛날 여행 장면이 생각나요. 나 거기에 갔었지, 나도 해봤지, 나도 할 수 있구나 싶어져요. 그때 내가 참 어리고 용기 있고 무사히 잘 다녔구나, 그것도 복이구나 싶어지다가도 그냥 평소 일상을 살 때는 지루하고 심심하고 괴롭고 힘들고 짜증나고... 새로운 장면 보면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보며 마음 다독이기도 하고... 여행 많이 다녀도 인격이나 견문이나 마음이 크게 커지지도 않고. 인간 잘 안 바뀌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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