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공공도서관 '도도한 북클럽' 8월 모임

D-29
대학생 시절 졸업 후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취직을 하고, 운이 좋아서 결혼을 하고, 운이 좋아서 자녀가 생기고나면 나는 떠날 수 있을까? 떠나고자 하는 시간에.... 답을 어렵겠다 였습니다. 해서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하고 돈을 모아 전혀 가본적 없고 잘 알지도 못하고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미지의 곳에서 수개월을 지내다 온 적이 있습니다.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저질렀던 그때의 무모함이 그리워 집니다~ㅎ
관광지에서 걷다가 제 발 앞으로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데구루루 굴러들어 온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많아서 어디서 굴러들어 온 건지, 누가 발로 차서 굴러 온건지 알 수가 없는 상태임에도 그 작디작은 돌멩이를 실수로 찬 어떤 한 분이 손인사로 실례했다는 표시를 한 게 7~8년 정도 지난 일인데 이상하게도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저에겐 짧지만 강렬했던 인상이었나봐요. ㅎㅎ 사소한 경우라 그냥 넘어갈 법도 한 상황인데 놓치지 않고 마음을 표시해 줬다는 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과연 나였으면 어떻게 했었을까? 그 사람은 그런 매너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이더라구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외국인도 겁나 불친절할 수 있구나 깨달았어요. 2. 첫 해외여행지는 파리였어요.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이던 소르복 대학 뒷골목과 햇살, 성당 계단에 앉아 꺼낸, 디저트 가게에서 수줍게 골라 온 밤타르트, 푸르고 평평한 잔디가 넓디 넓게 펼쳐져 있고 조금 북적북적하고 싱그러웠던 뤽상부르 공원의 모습이 생각나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행에 대해 정의하기를, 데이비즈 실즈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에서 달아나기 위해서(64-65쪽)라고 했으며, 실뱅 테송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아 떠나는 것"(179쪽)이라고 했습니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라 정의하며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87쪽)고 했구요. 이렇게 인간이 여행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 같은데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다녀오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현실이 막다른 벼랑처럼 느껴질 때 떠나게 됩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면 내 시야가 좁았구나를 느끼게 되고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몰랐던 세상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그곳에 대처해가는 스스로 모습에서 나를 알아갑니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는 자들만 사용하는 단어 같네요. 여행 갔던 곳에 오래 머물면 그곳이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여행을 끝내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면 여전히 변하지 않는 저와 새로운 것을 알아버린 제가 함께 공존하면서 여유가 생깁니다.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을 다룬 소설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오래 살아온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64쪽, 김영하 지음
저는 이 부분이 많이 와 닿았어요. 요즘 제 심정이랄까요...그래서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해보았어요. 나를 위해서 잠시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혼자든 함께든....다녀오면 '뜻밖'의 어떤 것을 깨달을 수도 있을테고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며 나를 잠시 잊어버릴 수도 있을테니까요. 여행지에서 환대를 받아 보는 경험을 통해 사람을 무한 신뢰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잃어버린 '그림자'도 다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돌아오면 다시 어지러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요...(올 여름 휴가를 못 다녀온 자의 주저리주저리였습니다. ㅎㅎ)
혼자 한번도 안 가본 지방에 가는 게 집 떠난 기분이 확 들면서 일상 속 큰 환기가 되던걸요. 누가 나를 알겠어요. 여기 사람인지 아닌지. 그 기분이 은근히 이상하고 좋더라구요. 추천해봅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바로 체력과 여유가 있을 때, 일부러라도 새로운 곳에 가보려는 거 같아요. 나중에는 여행 가고 싶어도 못 갈 수 있으니. 가끔씩 옛날 여행 장면이 생각나요. 나 거기에 갔었지, 나도 해봤지, 나도 할 수 있구나 싶어져요. 그때 내가 참 어리고 용기 있고 무사히 잘 다녔구나, 그것도 복이구나 싶어지다가도 그냥 평소 일상을 살 때는 지루하고 심심하고 괴롭고 힘들고 짜증나고... 새로운 장면 보면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보며 마음 다독이기도 하고... 여행 많이 다녀도 인격이나 견문이나 마음이 크게 커지지도 않고. 인간 잘 안 바뀌는듯.
내가 여행하는 이유라~? 예전의 여행을 떠올리며 생각해보니... 장시간 운전하는 차 안에서 중간에 답답하다 느껴질때 창문을 내리면 들어오는 외부공기의 신선함을 느끼며 심신이 가벼워짐을 느낄때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하는 ~ 다녀오고 나면 뭔가 새로워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것 같습니다 ~ ㅎ, 삶의 휴식, 전환 등등등
예전엔 의무감으로도 여행을 갔었어요. 취업하면 여행 길게 못간다, 한살이라도 어릴때 나가야한다 그런 말들 많이 듣잖아요. 지금은 확실히 여행을 자주 가진 못하지만 그래도 시간내서 갈땐 자유로움을 찾게됩니다 나를 얽매던 것들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자유, 계속 눈에 보이는 치워야하는 것들에 대한 자유, 신경써야할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서 느끼는 해방감도 있고요. 그렇게 다녀오면 며칠은 후유증도 있지만 잠시 놓았던 것들에 대한 열정도 다시 생기기도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소소한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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