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읽기 세번째

D-29
세페트네키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 둘 중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얼마나 증명하고자 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지금 미하이의 아내를 사랑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르지는 이런 세페트네키의 욕망 속에서 약하고 홀로 남겨진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위안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세페트네키의 욕망과 그것을 깨달음으로써 그녀는 진정한 미하이의 아내가 되는 것이며, 지금 그 마법 같은 모임, 미하이에게는 유일한 현실이기도 한 그 울피우 시의 모임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와 달빛 215,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도 에르지는 내적인 욕망에 이끌려, 불타는 호랑이들을 찾아 아마도 그의 집으로 밤을 보냈을 것이기에.
여행자와 달빛 219,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그의 향수의 항구는 바로 에버라는 것도 이제, 아니 벌써 그는 알았다. 에버라는 항구......
여행자와 달빛 232,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고독은 어쨌든 피할 수 없는 것, 운명과 그 기다림에 해당하는 것, 로마에서 다룬 유일한 것, 그리고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지긋지긋하고 몽환적인 기다림과 상실감 속에서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심연 속의 독특하고도 불가사의한 존재를 향해 수초로 뒤덮인 미하이를 끌어 내리는 것 같았다. 미하이는 갑자기 물 위로 박차듯이 머리를 내밀고 올라와 숨을 내쉬었다.
여행자와 달빛 239,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이 에트루리아인들은 죽어가는 것이 에로틱한 행위라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거야.
여행자와 달빛 253,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갑자기 묵직한 피로감과 이탈리아의 여정 중 역에서 역으로 전해지던 그때의 향수가 다시 느껴졌다. 하지만 피로는 이제 그가 종착역에 가까워졌음을 알리고 있었다.
여행자와 달빛 309,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이었어. 그때 내게서 그 모든 악령, 나의 청춘 시절, 그리고 향 수와 반항심이 터져 나왔던 거야. 향수에는 어떤 치료제도 없어. 어쩌면 이탈리아로 오면 안 됐었는지도 몰라. 이곳은 황제들과 시인들의 향수로 세워진 나라야. 이탈리아는 지상의 낙원이지만 단테가 봤던 그대로일 뿐이야. 지상의 낙원은 연옥의 산정에 있는 임시 정거장이자 저승으로 가는 항구일 뿐이야, 베아트리체가 베일을 벗고, 영혼은 '오래된 욕망의 거대한 힘'을 느끼는 그때, 영혼들은 그 항구로부터 저 멀리있는 천계를 향해 떠나는거야…….
여행자와 달빛 320,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끝난 것이다. 에르지가 인간 세상과의 마지막 관계였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사람만 있다. 에버, 에버…… 언젠가 에버가 가버리게 된다면 파멸만이 남을 것이다.
여행자와 달빛 325,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에버는 변한 것 없이 그대로였다. 사랑은 한순간을, 그 사랑이 태어났던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한다. 그리고 사랑을 받는 사람은 늙는 법 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항상 열여섯 살로 머문다. 그 운명적인 순간에 불었던 바람은 그의 삶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와 똑같은 친근한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여행자와 달빛 330,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에르지는 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성 전체가 비현실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실주의 연극처럼 느껴졌다. 이 두 명은 계속 여기 램프 아래에 앉아 말없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거나 자신들이 그곳에 도착했던 바로 그 순간에 나타난 듯했다. 에르지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여행자와 달빛 345,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에르지는 이를 떨며,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눈물이 났고, 지독히 피곤했다. 이 통찰의 순간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 앞에서 일어났던 이 일을 스스로 미화하지 않았다. 페르시아인을 자신의 방으로 들이지 않은 것은 굴욕적인 주변 상황들에 상처받았거나 그녀가 단정한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겁쟁이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계속 찾고 있던 그 신비로운 것이 그녀에게 다가 왔고, 그녀는 그 비밀 앞에서 도망간 것이다. 에르지는 평생 부르주아 여성으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행자와 달빛 354,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미하이는 우울해졌다. 머리에는 온갖 것이 떠올랐고, 일상적인 그 상황은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영세식에 참석하자며, 그들은 유서를 작성하고 있는 미하이를 방해한다. 그는 갑자기 이렇게 사랑스럽고도 엉뚱한 일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끔찍하거나 숭고한 인생의 순간에 항상 사랑스럽고 엉뚱한 일들이 발생했으며, 사랑스럽고 엉뚱한 때에는 항상 끔찍하고 숭고한 것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인생은 정해진 형식이 없는 것이거나 최소한 뭔가 매우 복합적인 장르다.
여행자와 달빛 363,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밤 내내 깨어 있는 상태로 환영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에버를 생각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휴지기. 그의 삶에서 가장 큰 휴지기였다. 밤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은 한 여자, 그녀를 위해 죽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 것도 '그 밤'에 말이다!
여행자와 달빛 373,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그가 살면서 하얀 것을 검게 본 적, 그리고 그의 심중과 근거 없는 믿음이 객관적인 사실과 전혀 일치하지 않았던 적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여행자와 달빛 374,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아버지는 잠들었고, 미하이는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 속에서 토스카나 산들의 굽이진 능선을 읽어내고 있다. 살아남아야 한다. 폐허 속의 들쥐처럼 그 또한 살아남을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 인간은 살아 있어야 항상 뭔가가 여전히 뭔가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자와 달빛 382,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미하이는 이제 열여덟의 열병을 지나 다른 얼굴의 사람이 되었다. 흔들리는 등장인물중에 에르지가 중심을 잡아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호랑이는 위험해!
열심히 읽었는데 진도가 안나가는 책이었다. 유대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을 했음에도 유대인임으로 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한 작가. 8월 15일 광복절을 지나면서 전체주의의 잔인함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유서를 쓰기위한 날에 반니나의 방문을 받은 미하이. 세례식의 대부를 서면서 이 소설의 흥미가 더해진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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