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다 취했는데 혼자 제정신으로 쳐다보는 친구가 있으면 민망할 것도 같은데 또 그런 친구가 꼭 택시도 잡아주고 뒤처리를 해주는 고마운 친구더라고요~ 저는 형조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눌러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완서 선생님 소설의 한구절이 생각나네요.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 <박완서, 그 남자네 집 中>"
하하, 저는 우선 취중진담은 비겁한 거라 생각하는데요(지나친 비약인가요). 썸이라는 걸 타다가 술 때문에 흐지부지 오해가 생겼던 적은 있어요. 물론 그 사람과는 술이 아니었다면 그만큼 친해지지도 않았을 테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썩 그렇게 건강한 관계는 아니었는데, 그때는 또 뭐가 그렇게 좋았던지... 결론은 제가 먼저 고백했다 차였습니다(다행히 맨정신일 때 고백했어요). 오히려 차이고 나니까 미련 없고 후련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악수나 한 번 하자고 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하하하). 아 제가요. 근데 또 재미(?)있는 건 그 뒤부터는 그 사람에게 계속 연락이 왔어요. 저는 이미 그의 애매한 태도(위에 제가 수집했던 "이도 저도 아닌 남자, 헷갈리게 하는 남자들. 한마디로 한심한 겁쟁이들이죠."라는 문장처럼) 때문에 정이 떨어져 연락을 받지 않았지만요. 이 글 쓰다 보니까 문득 그분이 떠오르네요.
저도 취중진담은 반대~ 진담이 술로 희석되었는데 진담일 수 없지요..
저도 취중진담은 다 술주정에 불과하다고 여기긴 하는데, 간혹 상대방의 마음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때도 있긴 하답니다 ㅎㅎ 그렇지만 썸타는 관계에서 취중진담은 좀... 곤란할 것 같네요!
형조와 주리의 사랑을 열렬히 응원하지만, 현실적인 벽에 여러 번 부딪칠 것 같기는 합니다. 주리는 어학연수와 외국계 기업 취업 준비, 형조는 1년 동안의 공무원 준비와 군대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 두 사람이라면 그 모든 순간을 함께 직시하며 차근차근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둘의 온도가 확 타오르기보다는 뭉근하게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주리편에 등장한 고등학생 신입 상담사와 종구의 관계도 흥미로웠어요. 소설 속에서 오가던 말처럼, 저러다 둘이 커플이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다만 책 속에서 시현이 했던 말. "왜냐고? 콜센터에서 만났으니까. 난 거기서 일하는 거 싫어. 블랙컨슈머들도 다른 곳에선 정상적으로 행동할걸? 우리는 그곳에 전화를 걸어대는 사람들의 배설 도구라고. 배설 도구 노릇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싶겠어? 난 아니야."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걸리기는 합니다.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낸 사랑이라 더 끈끈해질지, 처한 환경 때문에 서로 더 싸우는 일이 늘어날지...
맞아요 천천히 오래 서로를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파트너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파트너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쩌면 둘이 헤어져도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전한(?) 이성친구랄까요(하핫).
하지만 주리는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지금 형조와 함께하는 시간도 언젠가는 손에 잡히지 않는 과거가 될 테니까.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222, 김의경 지음
A1. 술을 좋아해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신 적이 많지만 다행히 사랑고백한 적은 없어요. 대신 후배들에게 제 비밀을 털어놓은 경험이 있죠. 진짜 술이 문제입니다😭 A2. 예쁘게 잘 사귀겠지만 결혼까지는 힘들 것 같아요. 주리가 호주로 떠나고 형조가 시험에 합격하면 이전과는 또다른 세계가 펼쳐지겠죠. 바쁘기도 하고 주변에 새로운 사람도 나타나고. 그러다 결국 명수가 용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주리나 형조 중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이별 아닌 이별을 고할 것 같습니다.
현실의 취중진담은 아무래도 불편한 구석이 훨씬 많죠. 하지만 저는 너무 진상부리지만 않는다면 취중진담 하는 분들께 왠지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Q1. 여러 분은 젊은 날 형조처럼 취중진담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꼭 사랑고백이 아니라도,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은 술주정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은 술주정은 엄청 많습니다. 그런데 술김에 시작한 일도 있기는 했고, 그 중에 잘된 일도 최소한 두 개는 있습니다. 하나는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한 것, 또 하나는 지금 아내와의 연애. 취중진담이라기보다는 고백 공격 비슷한 게 있었는데 공격을 당한 사람인지 저인지 아내인지는 자세히 이야기하면 제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일생일대의 주요 고백 두 가지를 취중에 하셨다니 놀랍습니다!
늘 맥주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애용해야지... ^^
우하하... 저는 15년 전인가 대낮에 저의 자취방에서 가까운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제정신에 사귀자는 말을 들었는데 맥주 한잔 한 상태였으면 덜 어색했을 거 같아요. 남녀사이에는 술이 필요한것 같아요 ㅋㅋ 그날 술을 먹었으면 남편이 제가 고백했다고 우길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절대 우기는 게 아닙니다! 맥주 한 잔 한 상태가 아니라 2리터쯤 마신 상태였지만... ㅎㅎㅎ
취중 공격이란 말씀에 '취권' 생각이 나서 혼자 한참 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백을 술 안 마시고 하시는 분들이 더 대단한 거 같아요. 근데 2리터라니....혈액검사하시면 피가 금빛으로 빛날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역시 @siouxsie 님. 취권이라니요. 가만히 읽다가 저도 같이 빵 터졌네요.
취권을 아시다니!! ㅎㅎ 이 모임은 끝나지만 다른 모임에서 또 만나융~~
Q2. 여러분은 형조와 주리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 저는 형조와 주리의 사랑이 오래 갈 것 같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 이 소설 속 등장인물 모두가 결말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끝난다는 느낌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저는 그 느낌이 좋습니다. 소설은 마무리됐지만 해결된 것은 없고, 여전히 그들의 삶은 ‘보호 받지 못하고 떠도는 임시 상태’에 머물러 있고요. 그렇게 끝나야 하는 작품 같습니다. ‘아쉬운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는 가끔 불안해졌다. 우리는 2년후에도 함께 있을까’ 하는 주리의 독백이 나오는 걸 보면 작가님도 그걸 의도하신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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