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세상의 발전에 발맞춰 가지는 못해도 관심을 갖고 알고는 있으려고 노력은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햄버거를 사기 위해 키오스크를 처음 사용하던 순간 머뭇머뭇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세상 변화의 빠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 싶었던.. 나이를 별로 생각하고 살지 않는데.. 그 순간 나이가 들었구나 그것도 많이.. 새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알아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따르는 걸음이 늦어서 그렇지.. ^^; 지금도 키오스크로 주문할때는 아주 빠르고 심플하게 아는 것만 주문합니다..ㅎ
1등이라니. 무언가에서 1등을 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금세 침울해졌다. 서류 통과도 못하고 있는 취준생 처지라 고작 이런 것에 기뻐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12, 김의경 지음
콜센터의 모습으로 제 첫 사회생활의 모습이 기억이 났습니다. 관리직으로 들어간 건설 설계회사에서 꼴랑 여자라고는 저 포함 두명이였던 회사였거든요. 거기서 일하는 언니가 저랑 띠동갑이였는데 매번 저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담배를 태우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걸리지 않으려고 매번 담배를 태우신 뒤 양치와 향수를 뿌리고는 했는데요.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이 묻어나는 편이였습니다. 제가 인생에 혼자 뒤처지거나 소외된 듯한 경험이 바로 이 언니와 다니던 첫 직장에 언니가 뭐가 기분이 상해서 회사를 나오려는데 저도 한꺼번에 퇴사를 하자는 씩으로 이야기를 해서 타인에 의해 퇴사를 경험하게 되면서인데요. 제 인생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닌데 왜 따라 퇴사를 했는지... 상고를 나와서 회계 쪽 회사를 가거나 아니면 관리직 사무실을 입사를 해야하는 이력서 제출의 취준생의 나날에서 화장품 회사에 들어갔더니 거의 다단계 마냥 네트워크식 업무였습니다. 밖에서 설문조사 후 받아온 연락처에 일일히 전화를 걸어서 피부진단 체험을 시켜주겠다라는 전화를 돌리는 업무였는데요. 정말 그때의 처절함이란 지금생각해도 암흑기가 따로없었습니다. 화장품 회사라 그런지 콜센터의 여자분들처럼 다같이 모여서 담배태우는 분들도 굉장히 많았구요.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던 20대 초반의 시절이다보니깐 참 모든게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오래는 못하고 빠르게 나오긴 했어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는다는게 얼마나 무서운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십대에 백화점에서 알바를 했는데 거기도 여자들끼리 모여서 담배를 많이 폈습니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는 것 같아요. 서비스직이나 감정노동은 여성이 주로 담당해오기도 했고요. 사실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감정노동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죠.(육체노동보다는 나은 걸까요?) 여담이지만 이십대 초반에는 담배를 피우는 언니들이 왜 그리 멋져 보였는지 모르겠어요. 간지도 나고 시크해 보였달까요.
전 보수적인 환경에서 주로 지낸 건지 이상하게 주변에 간지나고 시크한 분들은 잘 뵙지 못한거 같아요. 어쩌면 보고 싶은 것만 편향적으로 보며 산 건지 이 시점에서 살짝 의심이 드네요..^^;;
그 언니가 유난히 간지 나는 스따일이었어요 ㅋㅋ 시원시원하게 생겼고 키도 컸고 담배를 피우며 사회비판을 하는 모습이 멋졌죠. 윗사람들한테도 할 말을 하고요. 그 시절에는 여성들이 담배를 피면 욕을 했기 때문에 여성의 흡연이 저항의 의미를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백화점 근처 아파트에서 산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저도 담배를 피울 때였습니다. 담배를 피우러 건물 밖 흡연 구역으로 가면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 분들을 거의 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멍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셨어요. 맛있게 피우는 것도 아니고 멋있게 피우는 것도 아니고, 한숨을 쉬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담배를 피웠던 적이 있는데요. 저는 정작 흡연구역에서도 여성분들을 마주친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다들 어디서 숨어 피우고 계신 건 아닌가 싶어 오히려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오래전 일인데 제가 백화점에서 알바했을 때만 해도 언니들이 비상구 계단에서 피웠어요. 계단참에 있는 창문은 늘 열려 있었고요. 그때만 해도 건물안에서 흡연이 가능해서 비상구 문 열고 들어가면 담배 냄새가 났어요. 손님들도 거기서 흡연을 했고요. 직원 휴게실에서 피우는 사람도 있었어요. 휴게실에서 화장도 고치고 담배도 피웠죠.
그런데 담배 피우는 한나 아렌트는 지금 봐도 멋있긴 합니다. 후두염 걸려서 의사가 금연하라고 했는데 ‘나는 건강을 위해 살아온 게 아니므로 옳다고 믿는 걸 하겠다’는 궤변을 늘어놓으셨다고 하죠. 담배 피우는 게 왜 옳은 일인지... ^^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작가님의 소설 제목으로도 인용 되었던)."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던데, 그 글도 떠오르네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3종이 출간되었다. 김영하라는 이름을 문단과 대중에 뚜렷이 각인시킨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분단 이후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빛의 제국』,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이다.
오... 멋지네요 ㅎㅎ 담배 피우는 한나 아렌트는 간지 납니다~ 홍콩영화를 좋아했던지라 담배를 멋지게 피우는 배우(주윤발 양조위 오빠)가 진짜 배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하고 남자고 여자고 간에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싫어하는 중년이 되었네요.
"귓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배설물을 홀로 외롭게 처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주리는 콜센터 직원들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단어 하나하나에서 주리가 겪고 있는 감정 노동의 고됨이 진하게 느껴지네요. 도입부터 콜센터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바로 보여주는 게 인상 깊었어요.
저도 이 문장이 슬펐습니다. "시현아... 이 새끼.." 조금의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슈퍼진상들의 무례함에 기가 찹니다. 그들은 왜 콜센터 직원들에게 투사해서 인생을 소모하는지... 이건 형조가 말했듯, '정신과 의사가 할 일(p.47)' +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사람이 해선 안 될 일을 부려서, 기업이 돈을 벌고 있었네요. 그리고 이제 진상들은 흉기를 휘두르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등 사회에서 더 큰 범죄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할일+국가가 할 일'을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빠져나가 기업들이 국가에서 버림받은 진상들을 상대로 약자들을 방패막이로 썼던 거 같아요. 옛날 굿에서 인신공양같은 건지 액막이 같은 건지.... 눈에 보이는 신체적 산재만 인정하던 때라 이런 정신적 산재는 피해자들의 그냥 예민함으로 묻어버렸던 거 같습니다.
감정노동을 하다가 담배를 피워서 폐암에 걸려도 산재인정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힘들 테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담배를 안 피우던 사람이 콜센터에 들어가면서 피우게 되었다면 원인제공을 한 것이긴 하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이 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니까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거겠죠. 알코올중독이나 우울증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겠죠. 육체노동은 감정노동에 비해서 비교적 산재인정 받기가 쉬운데 정신적인 병은 어려운 것 같아요. 결국 스트레스 관리는 상담사의 몫이라는 건데 불합리하게 느껴집니다.
인생에서 혼자 뒤처졌다고 느끼는 때가 종종 찾아옵니다. 멀게는 동기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도 그랬고, 가까이는 지난해 섬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친한 친구와도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30대 중반까지는 또래들과 성취가 비슷하지만 40대가 되면서 서로 가는 길이나 이룬 게 너무 달라져서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갱년기 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겠느냐면서.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SNS가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 같습니다. 40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 사람들에게요.
한 시간 동안 14통의 전화를 받자 2등이었던 주리의 이름이 1등 자리로 올라섰다. 주리는 후룸라이드를 타고 높은 곳에서 거침없이 빠르게 내려온 것처럼 짜릿했다. 1등이라니, 무언가에서 1등을 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2쪽, 김의경 지음
작은 부스에 여고생부터 사오십 주부까지 담담한 척 앉아 있지만 귓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배설물을 홀로 외롭게 처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11, 김의경 지음
<콜센터>의 작품이 좀 충격이었던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생 실습을 앞둔 강주리, 1년에 천만원이 넘는 학비에 힘들어하는 부모님, 그래서 본인이 일을 하며 어느 정도 살아야 하는... 너무 일상적인 모습인데 왜 이들이 이렇게 무시와 좌절을 겪어야 하는지...어쩌면 사회는 이미 이러한 모습부터 차별을 나누어 외곽으로 밀어내고 있는건 아니지.. 아주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한 7년 정도 콜센터에서 일한작이 있는데 워낙 말 수가 없는 친구라 그런지 전혀 내색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혀 부당한 대우가 있었으리라 생각 못 했어요 그렇게 참을성 많은 친구가 장애인복지센터에 5년전부터 일하고 있는데 정말 힘들어하더라구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각자의 자리에서 내 손톱아래 가시를 살피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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