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그러한 바늘 구멍을 뚫고 입사한 아나운서의 고충과 고민을 다룬 책도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빈틈의 위로>라는 합동 에세이집인데요. 여기에는 <실화탐사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BC 강다솜 아나운서의 글도 실려 있습니다. (이전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같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알게 돼 현재까지도 육아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분입니다.) 이 책의 챕터 가운데 한 제목이 '매일 뺨을 맞는 기분'인데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방송국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입사했을 땐, 갓 입사한 신입사원, 특히 신입 아나운서는 많은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관심만큼 수많은 조언이 이어졌다. 당연히 나도 여러 조언을 듣곤 했는데, 문제는 그 말들이 대부분 참 모질고 날카롭고 아팠다는 것이다. 특히 '아끼는 후배니까 얘기해주는 거다'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폭언에 여러 번 마음이 무너지곤 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이다.
'다솜이 네가 솔직히 미인상은 아니잖아? 화면에서 호감도를 높이려면 너만의 매력을 찾아야지. 근데 넌 뭐가 장점이냐?' / '쇼핑 좀 해. 스타일이 촌스럽다. 너무 걱정 마. 촌기는 금방 빠져.' / '회사 생활이라는 것은 말이야.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야. 너를 두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나니까 얘기해주는 거야.'
(......) 마음을 할퀴는 말들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해주는 조언들이 서로 상충될 때는 더 힘들었다. 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과 달리 방송은 정해진 답이 없었다. 눈썹을 일자로 그리라는 사람, 눈썹에 산이 좀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 톤을 높여라, 낮춰라. 목소리가 너무 밝다, 어둡다. 웃어라, 덜 웃어라. 바지가 어울린다, 치마가 어울린다. 쨍한 색만 입어라, 파스텔톤이 너에겐 딱이다 등등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 그 시기 나에게 위안을 주는 곳은 회사에서는 화장실, 집에서는 책상 밑이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비좁은 공간에서 두 다리를 안고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비로소 제대로 숨이 쉬어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못 했다. 그냥 직장인이라면 이 정도는 겪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최시현'이 입사에 성공하여 아나운서가 된다고 한다면, 콜센터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상냥한) 언어 폭력'이 난무하는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눈물 흘리고 분투했겠지요. 방송국은 감정 노동+꾸밈 노동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