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취중진담은 다 술주정에 불과하다고 여기긴 하는데, 간혹 상대방의 마음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때도 있긴 하답니다 ㅎㅎ 그렇지만 썸타는 관계에서 취중진담은 좀... 곤란할 것 같네요!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김혜나

연해
형조와 주리의 사랑을 열렬히 응원하지만, 현실적인 벽에 여러 번 부딪칠 것 같기는 합니다. 주리는 어학연수와 외국계 기업 취업 준비, 형조는 1년 동안의 공무원 준비와 군대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 두 사람이라면 그 모든 순간을 함께 직시하며 차근차근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둘의 온도가 확 타오르기보다는 뭉근하게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연해
그리고 주리편에 등장한 고등학생 신입 상담사와 종구의 관계도 흥미로웠어요. 소설 속에서 오가던 말처럼, 저러다 둘이 커플이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다만 책 속에서 시현이 했던 말.
"왜냐고? 콜센터에서 만났으니까. 난 거기서 일하는 거 싫어. 블랙컨슈머들도 다른 곳에선 정상적으로 행동할걸? 우리는 그곳에 전화를 걸어대는 사람들의 배설 도구라고. 배설 도구 노릇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싶겠어? 난 아니야."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걸리기는 합니다.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낸 사랑이라 더 끈끈해질지, 처한 환경 때문에 서로 더 싸우는 일이 늘어날지...

김혜나
맞아요 천천히 오래 서로를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파트너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연해
파트너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쩌면 둘이 헤어져도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전한(?) 이성친구랄까요(하핫).
하느리
“ 하지만 주리는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지금 형조와 함께하는 시간도 언젠가는 손에 잡히지 않는 과거가 될 테니까. ”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222, 김의경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느리
A1. 술을 좋아해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신 적이 많지만 다행히 사랑고백한 적은 없어요. 대신 후배들에게 제 비밀을 털어놓은 경험이 있죠. 진짜 술이 문제입니다😭
A2. 예쁘게 잘 사귀겠지만 결혼까지는 힘들 것 같아요. 주리가 호주로 떠나고 형조가 시험에 합격하면 이전과는 또다른 세계가 펼쳐지겠죠. 바쁘기도 하고 주변에 새로운 사람도 나타나고. 그러다 결국 명수가 용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주리나 형조 중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이별 아닌 이별을 고할 것 같습니다.

김혜나
현실의 취중진담은 아무래도 불편한 구석이 훨씬 많죠. 하지만 저는 너무 진상부리지만 않는다면 취중진담 하는 분들께 왠지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장맥주
Q1. 여러 분은 젊은 날 형조처럼 취중진담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꼭 사랑고백이 아니라도,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은 술주정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은 술주정은 엄청 많습니다. 그런데 술김에 시작한 일도 있기는 했고, 그 중에 잘된 일도 최소한 두 개는 있습니다. 하나는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한 것, 또 하나는 지금 아내와의 연애. 취중진담이라기보다는 고백 공격 비슷한 게 있었는데 공격을 당한 사람인지 저인지 아내인지는 자세히 이야기하면 제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김혜나
일생일대의 주요 고백 두 가지를 취중에 하셨다니 놀랍습니다!

장맥주
늘 맥주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애용해야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