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없는 밤

D-29
지금 여류 작가시대인데, 어디 그들의 말을 더 들어보자. 연령이나 성별, 빈부 계층 골고루 작가의 생각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소리가 경합을 벌여야 한다. 너무 한쪽 소리만 들이고 다른 쪽은 또 다른 쪽이 찍어눌러 자기 검열 탓에 소리가 작으면 그것도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글에 너무 기교를 부리면 어쩌다 글을 잘 써야 좋은 글 같지, 전체 문장이 모두 그러면 질릴 수 있다. 그냥 말의 트릭 같다. 언어유희, 말장난처럼 들린다. 사람이 너무 고기만 계속 먹으면 속이 느끼하다. 된장찌개가 화룡점정(畵龍點睛) 역할을 해야만 고기의 제맛도 살리고, 그 식사가 훌륭한 식사로 완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글 자체를 아름답게 다듬은 시(詩)는 제외지만, 글의 진정성이 사라지고, 메시지 전달보다는 말의 기교에만 힘쓴 것 같아 오히려 글이 저급해진다. 뭔가 있어 보이려다가 글이 천박해지고 싸구려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들면 독자도 집중하기 어렵다. 작가와 글을 사랑해야 몰입한다. 글에 고저강약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고와 강만 있어 그런 것이다. 그럴 리도 없지만 글로 남을 설득하려 들면 그게 겉으로 드러나서 오히려 거부 반응만 일으킨다. 독자는, “어디 한 번 설득해 보시지?” 하고 팔짱 낀 채 방어 자세를 취한다. 글을, 자기표현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야만 우연히 그걸 접하는 어느 독자가 그 글로 인해 어떤 계기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면 족하다. 자기표현이 주이고, 없어도 그만인 설득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논란이 될 내용은 작가가 일부러 현학적(衒學的)으로 어렵게, 자기만 아는 언어를 사용해 애매모호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미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그것으로 모두 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까지 행간(行間)에다 모두 넣은 것이다. 그걸 친절하고 쉽게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표현하면 바로 공격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실질적이고 결과적으로 더 독자에게 도움이 되고 솔직한 사람일 수 있다. 적어도 독자는 작가의 의도와 글의 내용을 알 수 있고 비판이든 뭐든 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작가만 충분히 소원 성취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는 독자는 애먼 자기 머리만 탓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알고 보면 별 내용도 없는 걸 갖고-너무 기름칠하고 번지르르하게 표현하면, 그 내용까지 진실되게 안 보이고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연상되어 꼭 사기꾼에게 말려 이용당하는 느낌, 딱 그거로 보인다.
요즘은 날이 너무 더워 구름이 없는 하늘을 보기도 싫다. 빨리 에어컨 있는 건물로 들어가고 싶다. 여유가 없다. 산이나 하늘을 볼 틈도 없다.
남자, 안 그럴 것 같은데 여자조차도 죽을 때가 되면 자기 이상형이었던 사람과 깊은 사랑 행위를 하는 것을 꿈꾸며 죽는다는 말이 있다.
설레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고, 아니 그냥 우연히 만나는 사이여도, 그를 본다는 심정으로 화장하고 옷을 입을 때가 여자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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