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1> 혼자 읽어볼게요.

D-29
제일 빨리 마시는 테리사는 빈 맥주 캔을 하나씩 마룻바닥에 굴려 댔고 나머지 얘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어 댔다. 그렇게 재미있는 얘기도 아니었기에 이페멜루는 의아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어떻게 아는 걸까?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1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예전에 이페멜루가 태어나서 한 번도 볼링을 쳐 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때에도 재키와 앨리슨은 어떻게 볼링 한번 쳐 보지 않고도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랐는지 궁금하다는 듯 엘리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 삶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냉장고, 화장실, 얄팍한 친밀감을 공유하면서. 느낌표 속에서 사는 사람들. "굉장하다!" 그들이 자주 하는 말이었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16,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당시의 그녀는 미국인의 친절이 끝나는 경계선을 마주할 때마다 당혹감을 감추느라 힘들었고 팁 문화 역시-총액의 15 내지 20퍼센트를 웨이트리스에게 주는-일종의 뇌물이 아닌지, 강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뇌물 공여 제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19,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미국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팁 문화가 매번 어렵다. 아깝다는 생각도 들면서 안 주긴 미안하고 여행 자금은 아껴야하고.. 이렇게 생각한 게 흥미로웠다.
이페멜루는 훗날 알게 될 것이다. 킴벌리의 눈에 빈민들은 죄가 없다는 것을. 가난은 빛나는 것이었다. 가난이 빈민들을 성스럽게 만들어 줬기 때문에 그녀는 그들을 사악하거나 더럽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성인은 외국인 빈민들이었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53-254,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이페멜루가 방종한 룸메이트의 따귀를 때리려고 했던 이유는 군침 흘리는 개가 그녀의 베이컨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세상과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얼굴 없는 적의 무리를 상상하며 멍든 가슴으로 잠에서 깼기 때문이었다. 내일을 마음속에 그릴 수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58,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문 닫고 가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그녀는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몸은 무겁고 둔했으며, 마음은 진흙으로 꽉 막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홀로 세상 속을 떠다니는 작은 공이 된 것만 같았다. 세상은 넓디넓은데 너무나 작고 하찮은 그녀는 공허하게 그 안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파트에 돌아온 후 너무 뜨거운 물로 손을 씻는 바람에 데어서 엄지손가락에 작은 물집이 생겼다. 그녀는 옷을 전부 벗어서 공처럼 뭉친 뒤, 구석에 던져 놓고 한동안 쳐다보았다. 다시 그 옷들을 입지도, 만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침대에 앉아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았다. 공팜이 핀 카펫이 깔린 이 작은 방, 탁자 위의 100달러 지폐, 그리고 혐오감으로 들썩이는 자신의 몸. 거기 가지 말았어야 했다. 나와 버렸어야 했다. 샤워를 하고 싶고, 몸을 박박 씻고 싶었지만 자기 몸을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6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이페멜루는 처음에는 킴벌리의 사과가, 불필요한 경우에조차 상냥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욱하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킴벌리의 반복적인 사과가 자기만족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과를 하면 세상의 모든 우툴두툴한 표면이 매끄러워지리라고 믿는 듯했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76,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이 책에서 가장 찔렸던 대목들은 킴벌리에 대한 대목이었다. 책에 안에서도 가게에서 도움을 준 직원을 물어볼 때 어떤 직원이었는지 인종을 이야기하지 않고 에둘러 다른 인상착의를 물어본 일화가 있었다. ㅇㄹ님이 대학 주변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밤에 마주치면 핸드폰을 빼앗기고 그랬었다는데 흑인 인종을 언급해서 말을 꺼내면 안되는 분위기였다고. 이건 또 어쩌지 싶다. 영 아닌 거 같은데.
이페멜루는 그토록 외모도 닮고, 불행한 것까지도 닮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킴벌리의 불행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내적인 것이었고 모든 일이 순리대로 되길 바라는 그녀의 욕망과 희망에 가려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믿었다. 그래야 자신도 언젠가는 행복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로라의 불행은 그와 달리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영원히 불행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도 모두 불행하길 바랐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77,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읽은 지 좀 돼서, 킴벌리와 로라의 불행이 뭔지는 기억이 안난다. 킴벌리는 정말 착한 사람, 그 착함이 이페멜루를 건드리는 사람. 로라는 성격 개차반인 사람. 당연히 싸가지 없던 사람인데 두 사람의 차이의 연원을 이렇게 설명한 게 인상 깊다. 내가 친구와 이야기할 때도 우리가 비슷한 느낌으로 친해진 거 같은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너무 너무 다르다. 그게 종종 서운하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땐 피로할 때도 있다. 킴벌리와 로라처럼 불행을 어떻게 대하는지 미묘한 차이 때문에 파고 파면 완전히 달라지겠지.
이 책을 읽어보려고 도서관에 비치여부를 확인해놓고 까먹고 못 빌렸다. 다른 의견을 어떻게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다른 의견 - 싸우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만족스럽게 대화하기 위한 9가지 원칙저자는 인질 협상가, 경찰, 이혼 중재자, 외교관처럼 불편하고 어려운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최고의 의사소통 전문가들의 경험과 여러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생산적 의견 대립을 위한 9가지 원칙’을 만들고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제시한다.
로라가 그런 일은 당연히 브루클린에서나 일어날 뿐 자기가 사는 미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79,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최근에 딥페이크 문제에 대해서 친구랑 연락을 할 때도 친구는 와닿지 않아서 그리 관심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그러지 속상했다... 피해자가 10대~20대 여성이 대다수이고 딥페이크 방에 이용자가 많으면 40만 명이 있다고 하는데.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07185 이런 형국에 연애니 결혼이니 이 말이 더 현실성이 떨어지게 느껴진다.
이페멜루는 킴벌리에게 카펫 청소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킴벌리가 허둥대며 자기 잘못도 아닌 일을 사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주, 너무 자주, 로라 대신 사과하는 것처럼.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8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킴벌리가 옳은 일을 하려고 안달하면서 정작 뭐가 옳은 일인지는 모른 채 휘청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난감한 일이었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8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ㅋ... 너무 찔렸다.
"이거 갖고 싶니, 아가?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중에서 어느 것으로 줄까? 어느 걸 갖고 싶어?" 그냥 아무거나 하나만 줄 것이지, 하고 이페멜루는 생각했다. 네 살짜리 아이한테 선택이라는 부담을 주는 것, 결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어린 시절의 행복을 빼앗는 일이었다. 어차피 그 아이가 더 암울하고 암울한 선택들을 해야만 할 성년기가 이미 성큼 다가와 있는 마당에.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83,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어렸을 땐 선택의 기회가 작고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싫었다. 주관은 뚜렷한 데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 때문에 마트나 다이소에 가고 혼자 충분히 가성비, 활용도, 사용기간을 고민한다고 오래 걸린다. 성인이 되고 혼자 다니는 걸 연습하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슬슬 귀찮을 때도 느끼고. 그냥 내가 겪은 건 다 불만이고 싫고 하찮고, 안 해본 건 다 좋고 멋진 걸까. 내가 가진 문제를 싹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확실히 타협하지도 못하고(현실감각이 아직 많이 모자라다) 끙끙 앓다 그냥 지쳐서 포기한다.
그들의 자선심에는 그녀가 동조할 수도 없고, 가지고 있지도 않은 사치스러움이 있었다. '자선'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흥청망청 자선을 베푸는 행동은 아마 자신에게 어제가 있었고,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을 거라는 확신에서 나온 듯했다. 그 점에서 그녀는 그들이 부러웠다.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p.286,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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