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기> 클레어 키건 - 푸른 들판을 걷다

D-29
실제로 제가 자랄 때도 저런 말을 하는 친척이나 이웃 어른들이 많았어요. 물론 죽이겠다는 극단적 단어는 아니지만 겁을 줘서 바로잡으려는 언어폭력을 많이 구사하셨어요. 그 당시의 어른들이 악의를 가지고 그랬던 것도 아니라, 장난치듯 한 말이었지만 아이에게는 강렬한 언어로 기억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 또한 어른이 되고 나서 간혹 떠오르긴 하더라구요. 지금도 종종 들리는 말 중에 '이러면 너 여기 놔두고 간다.' 라던지 '너 버리고 간다'같은 말이 어린 아이들에게 훈육이 아니라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냥 하는 말임을 알았다라는 게, 참 슬프게 들려요. 어릴 적 경험한 다양한 어른의 폭력이 사실은 '그냥' 그 사람의 삶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말이기에 더 아픈 것 같네요. 그걸 깨달은 자의 마음도 먹먹하고요. 저는 내일 책이 와서ㅠㅠ 열심히 따라가볼게요~ 좋은 문장 공유 감사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만드는 상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문장이었어요.
아버지는 방을 옮겼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의 생일날 섹스를 해주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서 거기서 했다.(중략) 그러다가 그 역시 멈추었고 대신 당신이 아버지의 방에 들여보내졌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였고, 유진이 집을 비운 사이였다.
푸른 들판을 걷다 p. 16,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일반적인 가정폭력도 끔찍한데, 아버지의 성폭행의 시작이 어머니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섬뜩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이것을 싫어할 것이 분명한 유진(단편의 마지막에 유진은 주인공을 지켜주려는 입장임을 보여줍니다)의 시선을 피해 은밀히 이루어진 폭력. 클레어 키건의 문장이 이 폭력성을 단백한 문장으로 아주 밀도 있게 적어 전달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푸른 들판을 걷다> 단편으로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이번 단편에서는 지금까지의 클레어 키건 작품과는 결이 조금 다른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불편, 안쓰러움, 따듯한 손길 같은 것들을 느꼈다면 이 단편에서는 불쾌가 중점적으로 떠도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사제의 행실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은데요. 물론 사제가 되기 전에 겪었던 것들이지만, 사제라는 직책을 떠나서 과연 그가 과거에 했던 행동이 도덕적으로 허용될 일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만 했습니다.
빨리 따라 읽어야겠네요! 이제 <작별 선물>을 시작했어요. 오늘도 좋은 문장 공유 감사합니다~
따라오시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거예요! 다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랄까요ㅎㅎ
다들 잘 알지만 흰 옷이 얼룩지기 쉬운 법이지
푸른 들판을 걷다 p.45,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두 번째 단편을 한줄로 요약하면 이 문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사제가 자신의 욕망에 이끌려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용서될 행동은 아니었지요.
어머니는 겁쟁이처럼 살짝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 자신을 남편과 같이 여기 남겨두고 떠나는 당신을 용서하는 날이 올까 궁금하다.
푸른 들판을 걷다 P.22,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못 배운 부모와의 화해는 평생 불가능하다.'라는,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글이 생각나는 단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했기에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부모로부터, 온전히 해방될 수 있는 자식이 얼마나 될까요.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키건의 작품 속 부모들은 모두 자식을 키울 '자격'의 한 부분이 결여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검은 말>은 정말 몇장 안되어 금세 다 읽었네요! 읽은 세 편 중에 가장 좀 난해한 작품이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정말 아침에 휘리릭 읽어버렸네요ㅎㅎ 굉장히 정직한 글이라 문장의 숨은 뜻이 있나 나중에 다시 봐야겠어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브래디에게 찾아온 여자는 어떤 의미인가, 상처였어도 브래디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줬으니 결국 그라는 땅을 풍요롭게 해준 검은 말이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도 잔잔한 묘사가 좋았네요!
검은 말의 숨은 뜻을 저는 못찾았습니다ㅋㅋ;;
...세상에서 두 사람이 같은 순간에 같은 것을 바라는 일은 거의 없다. 때로는 바로 그 점이 인간으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푸른 들판을 걷다 P.52,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첫부분은 이상하게 집중이 안 되고 어수선했는데, 사제의 사연을 알아채면서 모든 묘사에 집중이 되었어요. 단순한 서사에 회화같은 묘사가 좋았던 작품입니다.
맞아요. 앞 부분은 뭔가 결혼식치고는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마냥 기뻐하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어딘가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얽혀있음을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었는데 뒤로가서 사제의 과거 얘기가 나오면서 어째서 결혼식이 그런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사제가 주변 인물들에게 왜 그런 모욕을 당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지요. 이야기의 불쾌함과는 별개로 마지막의 물리치료(?) 장면은 조금 웃기기도 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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