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기> 클레어 키건 - 푸른 들판을 걷다

D-29
네!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지긋지긋한 마음이 담긴 말처럼요. 디건 또한 자기만의 꿈을 꾸고 깼으면서 마사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이 남자도 참... 타인에게 말을 거는 법을 모르는구나 하고요!
그에게는 일이 있고, 이건 그저 집일 뿐이고, 그들은 살아있다.
푸른 들판을 걷다 P.141,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마지막 장면에서 <길버트 그레이프>가 생각 나기도 하네요ㅎㅎ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각자의 갈등과 각자의 욕망으로 끝나는 점이 흔미로웠어요. 그럼에도 이들은 아하울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씁쓸한 안도감도요. 이게 가족이지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공황이 덮치지만 시간이 지나자 평화로운 무언가로 바뀐다. 왜 정반대는 항상 이렇게 가까이 있을까?
푸른 들판을 걷다 p.157,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매 단편마다 이렇게 마음 깊게 새겨지는 문장이 있음에 놀라울 뿐입니다. 정말로 살다보면 정반대 혹은 정답이 정말 가까이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멀리서 찾는 사람들이 많고, 저 또한 그런 적이 많았었거든요.
할머니는 다시 인생을 산다면 절대 그 차에 올라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느니 거기 남아서 거리의 여자가 되겠다고.
푸른 들판을 걷다 P.156,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그는 어머니의 어머니를, 그렇게 먼 길을 가서 시간이 한 시간밖에 없는데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던 할머니를 생각한다. 강에서는 수영을 그렇게 잘했는데 말이다. 그가 왜 그랬냐고 묻자 할머니는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몰라서 그랬다고 말했다.
푸른 들판을 걷다 P.160,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이 단편은 이 문장으로 요약되네요!
내가 잘하는 게 있음에도 그것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서 눈에 띄는 안정을 택한 할머니... 라고 저는 이해했었습니다.
벌써 <굴복>을 이야기할 시간이군요! 기존의 '가족'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야기들과는 달리 좀 더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단편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사는 자신이 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마을 사람 모두에게서 뒷담이 돌 정도로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이었으며, 심지어 처음 받았던 편지(이후 개봉하고 편지의 목적이 드러납니다)로 인해 아내와도 헤어질 위기에 처한 남자. 그럼에도 쬐그마한 권력 하나 쥐고 있다고 보초병의 생계를 쥐고 닥달하는 장면을 보니 참 못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를 모욕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중략) 아내는 때로 누군가를 모욕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고, 그리스도인이라면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할 약점이라고 대꾸했다.
푸른 들판을 걷다 p.166,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지금도 통용되는 말 아닐까요? 남을 비방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강아지는 키운 방식 그대로 개가 된다.
푸른 들판을 걷다 p.167,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처음에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앞뒤 설명이 없어서요. 그런데 문장만 딱 떼어놓고 보니 바로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게 부모님을 욕하는 것이더군요. 부모가 이렇게 키웠으니 이런 성인이 된 거다... 이걸 강아지는 키운 방식 그대로 개가 된다고 표현할 줄이야. 물론 다르게 해석하신 분들이 있다면 그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도 비슷하게 해석했어요. 문단 내에서는 도허티를 뜻하지만, 뒤에 중사가 어릴 때 당한 폭력을 보면 중사 자신을 뜻하겠네요!
그녀가 부엌 식탁에서 돈을 셌고, 그가 돈을 더 주면서 빵을 팔라고 하자 그녀가 아이를 보았다. 이제 아이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피부가 분필 같았다. 아이가 갈색 종이로 빵을 싸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푸른 들판을 걷다 p.172,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중사의 못난 마음을 더욱 부각시켜준 장면이었어요. 아이를 주려고 만든 빵인데, 아이를 주지 않으려고 그 빵을 산다고 해버리는 중사의 심보란... 그 와중에 돈에 굴복하여 아이의 빵을 냉큼 팔아버리는 여인을 보면서, 중사는 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굴복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어했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저도 여기서 작은 분노를 하며 읽었습니다. 약간 한국의 놀부 캐릭터 같았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끌리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남들의 굴복에 쾌락을 느끼며 사는 중사가 이제 여자에게 굴복하러 가는 이야기일까요? 제가 맞게 읽었는지 모르겠네요!ㅎㅎ
드디어 마지막 장 <퀴큰 나무 숲의 밤>을 읽었습니다. 가장 판타지적 요소가 많고, 실린 단편 중에서는 가장 온기가 느껴졌던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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