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책증정] 2024 젊은사자상 수상작 <해방자들> 함께 읽어요!

D-29
저는 이런 부분들에서 숨이 턱턱 막혀요...
내가 말했다. "저는 그냥 기다리기만 했어요. 상황이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기를, 행복해지거나 슬퍼지기를요. 그러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더 이상 기다릴 게 없는 거예요. 아무것도요. 제가 기다려왔던 건 이미 저를 지나쳐간 거죠." 여기까지 말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너무 고집스럽게 기다리기만 하다 죽겠다 싶었는데 말이죠. 사람에게는 뭔가 남겨둘 만한 게 있어야 해요. 근데 저한테는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으니 잃을 것도 없네요."
해방자들 121쪽,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그가 말했다. "모든 나라는 내전을 벌일 권리가 있죠. 제가 두려워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끝을 부정하는 일이에요."
해방자들 123쪽,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바깥세상의 삶이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질수록, 나는 더더욱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갔다. 마치 지금처럼, 내 위로는 라일락 정원이 허리께부터 휘어져 있었다. 만약 내 표정을 보았다면, 내가 포기할 수 있었다는 걸 누구도 믿지 못했으리라. 그 무엇도 더는 내게 상처를 줄 수 없었으므로. 나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와 호랑이가 돌보는 정원 한가운데서 빛나는 빛이 되었다.
해방자들 125쪽,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그 무렵에는 전쟁이 추억처럼 길어질 수도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 사이의 전쟁은 어마어마하게 잔혹해질 수 있었다.
해방자들 137쪽,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로버트의 어머니인 고일의 서사도 참 마음이 아파요. 강제동원과 43과 전쟁... 추억처럼 길어진다는 문장이 아픈 느낌입니다.
헨리는 너무나도 사라지고 싶은 듯했다. 아무도 아니게 되어도, 그 무엇도 아니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그는 자기자신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웠다.
해방자들 207-208쪽,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한국의 모든 기억은 국경에서 비롯될 것만 같았다. 국경에서 멀어질수록 기억은 그저 딱 한 번 돌아보고는 숲속으로 달려가는 코요테처럼 흐려졌다.
해방자들 217-218쪽,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3장 빛의 군락 마지막에서 로버트의 선택이 인상깊어요. 그에게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양은 잔해와 물 위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이와 모든 곳에 여전히 빛을 비춰주기 때문에.
해방자들 264쪽,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오늘 완독했습니다. 아름다운 문장도 좋았지만,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바라본 분단... 그리고 한국이 현대사에서 겪은 여러가지 상처들이 인상깊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개인의 혼란과 상처를 다루는 내용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펼쳐보니 더 큰 상처, 더 큰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이 감동이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가라앉은 배 이야기가 나올 때는 슬퍼서 마음이 뜨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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