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장르읽기] 7.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벽돌 앤솔러지 읽기

D-29
나는 형태가 어떻든 모들 위대한 '내러티브'는 위대한 동화라고 주장하고 싶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머리말 - 케이트 번하이머,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동화는 교활하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쓰인 기원이며 종말론이다. 동화는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밝게 빛나는 눈부신 삶의 양면인 어둠에 말을 건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막을 올리며 - 그레고리 머과이어, 조이스 캐롤 오츠 외 40인 지음, 케이트 번하이머 엮음, 서창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이 두꺼운 책에 실린 41편의 글을 어떻게 정리해보면 좋을 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은 각각의 작품 분량이 길지 않지만, 한 편씩 요약하거나 감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의미들을 조금 더 깊이 느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선, 조이 윌리엄스의 <바바 야가와 펠리컨 아이>입니다.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동화적 상상력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존 제임스 오듀본이 램프를 꺼내달라거나 개와 고양이를 가둬 달라거나 하면서 점점 수상쩍어지는데, 그걸 눈치 못 채는 바바 야가의 마음은 무엇일까 상상해봤습니다. 순진함일까요, 허영심일까요? 이야기의 결말은 좀 의외였습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바 야가는 아마 신이었나 봅니다.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복수를 꿈꾸는 대신 사람들을 일깨워주러 다녔으니 말입니다.
다음은 조너선 키츠의 <열정>입니다. 매 해 겨울 기억을 잃은 채로 나타나는 미스테리한 숲 속의 여인에게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겨울'에 '열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여인이 더 이상 수줍어하지 않고 잔인해지는 모습을 보면서는, 인간에게 학대당해 점점 잔인해지고 있는 현대의 자연이 떠올랐습니다. 겨울이 끝나지 않게 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16년 만에 처음 뗄감을 구하기 위해 홀로 숲으로 간 왕의 아들이 등장합니다. 왕의 아들은 열정에게 다가가고, 열정은 왕의 아들을 데리고 사라지죠. 그 후로 겨울은 영영 사라집니다. 이제야 왜 그 여인의 이름이 '열정'이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이 이야기의 원작이 러시아 동화이니, 겨울이 사라지길 기원한 러시아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추측도 해봅니다.
오늘의 마지막 작품은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난 여기 있잖아요>입니다. 올가와 남편, 시골집 할머니가 나오는 이 이야기는 현대물인 것이 신선했습니다. 세 편 중 가장 긴 이야기인데, 다 읽고 나서도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어느 쪽이 진짜 현실인지 모르는 영원한 루프에 갇혀 버린 것 같습니다. 왜?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이해하셨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오늘은 <오빠와 새>, <헨젤과 그레텔>, <반쪽 룸펠슈틸츠헨의 어느 하루> 이 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앨리사 너팅의 <오빠와 새>는 참 기괴한 이야기입니다. 아빠가 사워 브라튼을 저녁 식사로 먹는 장면에서 이 책의 제목,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를 떠올렸습니다. 역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네요. 이 작품은 그림 형제의 '노간주 나무'를 원작으로 합니다. 왜 계모는 그렇게 사악한 존재가 되어야만 했을까요? 부인을 두 번이나 들여 아들을 죽게 만든 남편은 어째서 아이들과 남을 수 있는 걸까요? 최근 읽은 책 한 권이 생각납니다.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친부모이며, 계모나 계부인 경우는 3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프랜신 프로즈 <헨젤과 그레텔>은 원작을 떠올리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유명한 작품을 다시 쓴다는 것은 꽤나 큰 위험을 부담하는 일입니다. 심지어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가 어째서 '헨젤과 그레텔'인지 알 수 없었네요. 하지만 작품 마지막의 이 문장은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 소녀에게 너는 구원받을 것이라고,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와 행동에 따른 일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케빈 브록마이어 <반쪽 룸펠슈틸츠헨의 어느 하루>는 한마디로 재밌었습니다. 몸이 반쪽 밖에 없어서 깡총깡총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이 마네킹 대신 서 있는 업무를 하다니 시작부터 기발, 혹은 기괴했죠. 반쪽 룸펠슈틸츠헨에게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반쪽이 있다는 건 더 흥미로웠습니다. 계속 읽다보니 드디어 룸펠슈틸츠헨이 누군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쪽 룸펠슈틸츠헨은 왕비에게 짚을 황금으로 만들어 주는 대가로 첫 아기를 달라고 했던 동화 속의 인물이었나 봅니다. 이름을 들키자 너무 화가 나서 발을 쿵 구르는 바람에 반쪽으로 쪼개졌다니... 이보다 더 동화적일 수 없네요. 이야기 끝에 작가의 말이 붙어있는 것이 점점 더 마음에 듭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알고 나니 이야기가 훨씬 더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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