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전 영국 당시 copyright law에 대해 몰랐는데 이렇게 마구 작품을 날조했다니...! 전 그 후의 싸구려 프랑켄슈타인 영화들 때문에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단순하게 왜곡된 줄 알았더니 이미 한첨 전 영상의 시대 전 연극부터가 이렇게 변형되었던 거군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4. <메리와 메리>
D-29

borumis

장맥주
좀 열 받기는 하는데 아마 창작자로서 메리 셸리는 그래도 그렇게 연극이 상연되는 것 자체는 기뻐했을 거 같아요. 저자 이름을 가리는 식의 도용도 아니고요. 저도 그런 기분이라서요.
참, 당시와 지금 연극 위상이 달라서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도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다고 하면 작품 이용료는 거의 안 받거나 아주 소액으로 받습니다. 그냥 표로 대신 받는 경우도 있고요. 뮤지컬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흰벽
추석연휴 이후 영 못 읽다가 이틀 전부터 열심히 따라가는 중입니다. 아직도 200쪽가량 남았네요. 울스턴크래프트가 임레이로 인해 보이는 모습들은 조금 속이 터졌어요. 이해를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마도 제가 울스턴크래프트에게서 보고 싶던 모습이 아니어서겠지요…? 나중에 임레이와 사는 여배우에게 보이는 계몽적 태도도 좀 거슬리고요. 역시 속 터지게 하는 인물인 고드윈과의 연애를 비교적 성숙한 자세로 이끌어가는 모습은 멋지지만 울스턴크래프트의 삶이 안타깝다는 마음이 자꾸 드네요. YG님 메모를 보니 사후에는 더 복장 터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짐작되어 더욱… 이토록 멋진 여성인데 말이죠. ㅠㅠ

장맥주
오늘 내일로 모임이 끝이군요. 정신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14장부터 20장까지는 밑줄 칠 겨를도 없이 푹 빠져서 읽었어요. 한심한 남자들이 줄줄이 나와서 혀를 차게 되는 가운데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 임레이와 어머니 메리의 결혼 생활을 응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20장 결말이 아주 찜찜하네요. 임레이 너 인마 한눈 팔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라...!

오구오구
앗 ㅠㅠㅠ 지금쯤 임레이 혼나고 있나요?

장맥주
26장을 막 다 읽었어요(오늘 남은 300페이지를 읽을 생각입니다). 임레이에 대해서는 찾아가서 혼내주고 싶은 마음까지는 안 들고, 만나게 되면 경멸 섞인 시선 던지는 정도로 끝낼 거 같네요. 임레이와 어머니 메리 사이에 벌어졌던 사건을 샬럿 고든은 편파적으로 묘사했다고 거의 고백합니다. 특별히 마음이 넓거나 대단히 명민하지 못한 남자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책임은 지려고 했고.
어머니 메리가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적입니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영웅적 자질과 성격적 결함, 드라마틱한 운명, 격론을 불러일으키는 아우라 때문에요.

borumis
그러게요. 혼낼 가치도 안 느껴 지는;;; 그저 메리의 통에 차지 않는 부족한 그릇이었던 것 같습니다.
셰익스피어 얘기하니 여기서 셸리의 마지막 배 '아리엘'도 그렇고 (폭풍우를 뜻하는 템페스트 작품에서 폭풍우를 만들어내는 요정 아리엘을 따서 배 이름을 지은 것 자체도 문제;;) 대항해 시대와 enlightenment의 순진한 낙관주의를 비꼰 듯한 여주인공 미란다 ("오, 멋진 신세계여!")도 그렇고 당시 혁명과 로맨티시즘을 이끌어가던 주인공들의 부족한 점을 그들의 삶과 작품을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셸리의 입장에서는 그런 점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더 성숙한 관점과 그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작가로서도 그렇지만 울스턴크래프트는 reviewer, 셸리는 editor로서 그런 객관적인 고찰을 더 갈고 닦았을 것 같아요.

장맥주
21장, 셸리만 ㅆㄹㄱ인 줄 알았는데 바이런 이 자식도 그냥... 클레어 편지 읽는데 마음이 미어집니다.

장맥주
“ 글을 쓸수록 점점 더 메리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자신이 임레이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로 여기게 되었다. 메리의 비탄은 사회적 관습으로부터의 자유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깊은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409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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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
“ 다행히도 울스턴크래프트는 죽기 전에 이미 충실한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 선택된 독자들은 그녀의 이름을 지우려는 조직적 운동에도 굴하지 않고 메리의 사상이 죽지 않도록 간직했다 (...) 여성 작가들도 울스턴크래프트의 용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메리는 세대를 이어주는 은밀한 생명선이 되었고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 말했듯이 문학의 '대 모'가 되었다. ”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38장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1797~1798, p669,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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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
“ 1951년에 뮤리얼 스파크가 획기적인 전기를 발간하고 나서야 독자들은 세련된 작가이자 빅토리아 시대의 주류 사조와는 다른 확고한 사상가로서 메리 셸 리를 접하게 되었다 (...)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자기 훈련을 거친 뛰어난 작가이자 독창적인 소설가, 진지한 정치 사상가로서의 메리 셸리의 참모습이 그녀의 이름을 영원히 지워버릴 듯한 안개에서 마침내 서서히 드러났다. ”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40장 메리와 메리, p696,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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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
1950년대 메리 셸리의 전기 이후에,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두 메리의 생애와 업적이 복원되고 연구된 이후에, 이 두 작가를 접했기 때문에 이들의 작품과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껍고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 나서야 그들의 시대와 장애물, 그 용기에 대해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네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언급되었듯, "영문학 선집의 목차에 그들의 이름은 찰스 디킨스 앞에, 존 밀턴 뒤에 실려 있고, 그들의 작품은 당대 남성작가들의 작품처럼 중요하고 비중있게 다루어"지긴 합니다만 그 남성작가들은 겪지 않아도 되었던 두려움과 비난을 알고 나니 그들이 제가 배웠던 영문학 교재에도 수록되어 있었다는 것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퍼시 비시 셸리와 로드 바이런의 시에 감탄했던 시간도요...

borumis
전 그동안 제가 읽어온 남성작가들도 그렇지만 여성작가들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어요. 실은 나중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여성작가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조지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 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성작가들인데 여기서 울스턴크래프트를 재발견한 작가들이라는 걸 알고 반가웠습니다. 확실히 그녀들의 작품과 인생에서 울스턴크래프트의 자취가 보이는 것 같아요.

장맥주
448쪽에 이저벨라 버드 비숍이 나오네요. "메리와 메리"에는 안 나오지만 이 분은 조선도 다녀갔고, 조선 여행에 대해서도 책을 썼습니다. 구한말을 외국인의 눈으로 본 아주 중요한 사료입니다.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국뽕을 바라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 개정판'한말 외국인 기록' 시리즈(전 23권)는 전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신복룡이 1973년부터 시작하여 27년에 걸쳐 번역·주석한 노작이다. 이번에 시대적 요 망에 맞게 새로운 체제와 편집으로 11책으로 전면 개정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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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어릴적 친구 이자벨라가 이렇게 다시 나오네요. 남편 때문에 계속 만나지 못했을텐데(이 남편도 고드윈처럼 자기가 한 elopement는 Mary의 스캔들과는 또 다른 레벨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옛친구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계속 도움주는 메리가 멋졌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작년(2023년) 8월부터 시작한 ‘벽돌 책 함께 읽기’는 알고 보면 나름의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 생명공학 같은 새로운 과학 기술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시점에 그런 흐름에 나는 또 공동체는 어떻게 대응할지 따져 묻는 지혜를 책에서 찾으려는 시도입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2023년 8월), 『권력과 진보』(2023년 9월), 『위어드』(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2023년 11월) 그리고 올해 읽은 『화석 자본』(2024년 6월) 심지어 이번 달(2024년 9월)에 읽은 『메리와 메리』마저도 그런 질문에 답하는 지혜를 주는 책들이죠. 이제 10월에 함께 읽어보려는 야성 황의 『중국필패』(생각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서 ‘나는 중국에 관심이 없는데요?’ 하실 분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맞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1980년대 이후 중국이 어떻게 부상했고, 2012년부터 중국을 다스리는 시진핑 시대 이후 이 제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나아가 이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지속 가능할지를 추적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서 확장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우선, 이 책은 독재와 민주주의 가운데 어느 쪽이 긍정적인 방향의 사회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수많은 정치철학자가 고찰했던 문제를 중국 사례로 탐구합니다. 시기는 6세기 수나라부터 21세기 시진핑까지를 아우릅니다.
당연히, 이 질문에 답하면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생명공학 같은 과학 기술 혁신을 내세우면서 중국 굴기를 선언하는 시진핑의 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 진단도 이어지죠. 이 대목에서 저자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도 던집니다. 19세기 이후 아시아 즉 중국이 아니라 유럽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중국은 당대의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구, 경제 나아가 상대적으로 낮은 문맹률과 높은 문해력과 수리력을 산업 혁명과 같은 혁신으로 이어가지 못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흥미로운 답변은 우리가 이 책을 작년(2023년) 읽었던 『권력과 진보』, 『위어드』 같은 책의 문제의식과 대결시켜 보게 합니다.
전체 624쪽, 본문 549쪽. 벽돌 책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모자라는 분량입니다만 책의 밀도가 높아서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읽는 게 장점이 많습니다. 내용의 전문성을 염두에 두면 서술은 놀랍도록 평이하면서도 재미있고, 1960년 베이징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중국학자로 명성을 쌓고 있는 저자의 박식함과 통찰 무엇보다도 유머가 책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10월에도 우리 벽돌 책 『중국 필패』 함께 읽어요. 10월 7일부터 31일까지 평일, 주말 꽉 채워서 읽는 일정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흰벽
저도 아직 끝까지 못 읽었지만 오늘... (어쩌면 내일)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만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여담이지만 어제 이정모, 이권우, 이명현 세 분 작가님의 '살아 보니, 지능' 강연을 들었답니다. '살아 보니~' 시리즈 모두 재밌게 읽고 있어요. 좋은 기획 해주셔서 또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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