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4. <메리와 메리>

D-29
뒤에 남겨진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뒤에 남겨진다는 것뿐 아니라 제멋대로 살거나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사는 것을 뜻한다. 18세기 사람들은 이 역설을 잘 알고 있었는데 홀로 남은 여성은 어떤 남성에게도 자기 행동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비명을 지를 때마다 메리는 자신의 독특함, 무법 상태, 독립을 선언하는 셈이었다. <중략> 연인을 잃으면서 어떤 자유가 찾아왔고 온갖 속박에서 풀려났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4장, 408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이 당시 과부나 사회에서 추방되거나 격리되는 등 이탈을 통하지 않으면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의 속박된 위치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차라리 버림받아도 자유로워질 수 있던 계기가 돌아온 것에 대해 무책임한 임레이에게 감사해야 할까요?
메리는 정치나 역사를 다루는 저서에 언제나 개인적 성찰과 구어체 표현을 끼워 넣었지만 이제는 표현방식을 거의 완전히 바꾸었다. 기본적으로 정치와 역사에 관한 글을 쓰면서 몇 가지 사적인 여담을 섞는 대신에, 임레이와의 사랑과 스칸디나비아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개인적 경험 안에 철학적 논평과 정치 이론을 합쳐 넣었다. 그 결과 개인적 이야기와 정치학, 여행기와 철학적 논평이 혼합된 독창적 스타일이 탄생했다. 메리는 인간 사회의 역사에 대한 생각을 논하면서 자신의 상처 입은 마음을 묘사했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4장, 417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놀라운 부분이었어요. 메리가 저때 얼마나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부서졌을지... 하지만 계속 쓰고 또 쓰고 또 쓰고. 그렇게 자신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만들어내다니요.
비관주의와 대조되는 낙관주의, 절망에 대조되는 희망, 메리와 대조되는 셀리. 두 사람은 각자 상반된 비극의 양쪽에 서 있었고, 그들의 갈등은 결혼 생활의 모든 면에 스며들었다. 그것은 상실에 대처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접근하는 방식과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까지 결정했다. 만일 이 부부의 철학적 단층면을 알지 못하면, 그들의 작품을 부부 간의 토론의 일부가 아니라 서로 무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셀리의 시는 인간의 창의력을 찬양한다. 메리의 소설은 제어되지 않은 야망의 결과를 경고한다. <중략> 그러나 이제 아내의 암울한 전망은 위험해 보였다.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을 제대로 다룰 수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아내의 주장에 대해 셀리는 질병과 재앙을 인간의 창의력으로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리의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프랑켄슈타인)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파괴한다. 셀리의 시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세상을 구원한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5장, 422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그들의 관계는 끝났다. “우리의 정신은 서로 맞지 않아요.”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6장, 432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메리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여겼던 남자가 실제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진짜 임레이는 훨씬 약한 사람이었다. 메리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녀의 이상주의에 고무되어 달라졌지만, 그녀가 사라지자 원래의 얄팍한 성향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6장, 442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일부 비평가들은 이 책이 감성과 철학, 개인적 경험과 정치를 비정통적인 방식으로 혼합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개인적 성찰과 감정을 포함하는 글쓰기 방식 덕분에 독자들은 메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고 동시에 아마 결코 가보지 못할 곳들에 대해 배웠다. 메리는 현명하고, 따뜻하고,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독자-메리의 미래 남편-는 “의도적으로 저자를 사랑하도록 만든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쓴 편지>는 매력적인 자화상이나 고드윈을 끌어당길 불꽃에 그치지 않았다. 이 책은 심리적 여정이자 작가의 내적 삶을 처음으로 명쾌하게 검토했고, 메리가 절망에서 자기 수용으로, 황폐한 마음에서 힘겹게 얻은 평정심으로 나아가는 길을 따라갔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6장, 445~446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메리는 자기 성찰을 정치적 역사적 진술과 통합함으로써 내적 삶에 대한 탐구 수준을 높였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26장, 446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두 권의 <옹호>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책에서도 나오는 가정의 영역과 공적인 영역, 가족과 정부가 연결되어 있다는 메리의 지적은 가장 뛰어난 통찰이고, 메리의 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향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이유이다. 메리는 여성의 권리 부정이 사회의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가부장제가 야기한 사회적 불의와 관련된다고 주장하는 현대 이론가들을 앞질렀다. 이 이론가들에게 페미니즘은 섹슈얼리티, 젠더, 재생산의 문제를 넘어서 계급, 인종, 장애, 인권의 대한 논의가 포함되도록 확대된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p.341,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임레이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강한 사람도 아니었다. 메리가 느끼는 고통의 무게를 지탱하려면 매우 강한 남자여야 했을 것이다. 메리가 짊어진 슬픔은 평생에 걸쳐 쌓인 것이었다. 임레이가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을 리 없다. 그가 보기에, 메리는 무엇인가에 홀린 여자 같았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p.381,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현대 독자에게는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저자가 눈물을 흘리며 편지로 전 애인을 지치게 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애인의 거절에 절망하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 행위로 보이고 다소 실망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메리에게 자신의 비탄은 하나하나가 임레이에게 제기하는 소송의 필수 구성 요소였다. 여성이 겪는 부당한 대우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글에서 이제 자신의 고통에 관한 글로 넘어간 것이다. 남자의 배신을 경험했으므로 이제 남자에 항의하여 증언할 것이고,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정신에 따라 자신의 소송이 기각되어도 우아하고 예의 바르게 순종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p.409,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20장에서 25장까지 따라잡았습니다. 마음 아픈 부분이 많았네요...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마음을 아프게 한 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패니를 출산하고, 패니와 시간을 보내는 일화였어요. 패니의 말로를 알아서 그럴까요. 메리가 패니를 대하는 장면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미어집니다. "어린 딸이 더욱 자랑스러웠던 메리는 외식을 하러 나가든 항구에 내려가든 시장에 가든 어디든지 딸을 데리고 다녔다. '아기가 너무 씩씩하게 젖을 먹어서 아이 아빠는 짖궃게도 딸이 <여성의 권리 옹호> 2부를 쓸 거라고 기대한답니다'라고 메리는 루스에게 말했다."
그러게요. 그녀의 결말을 몰랐더라면 이렇게 느껴지지 않았겠죠..ㅜㅜ
그나저나 메리 셸리의 작품집이 9월에 나왔었네요! 한번 꼭 읽어봐야겠어요.
강변의 조문객
메리 셸리의 작품 가운데 (제 어쭙잖은 독서력으로) 『프랑켄슈타인』만큼이나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책이 『최후의 인간』과 『포크너』(마지막 소설) 같아요. 『최후의 인간』은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포크너』는 요즘은 조금 식상하기까지 한 여성에 의한 구원 서사를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니까요. (『포크너』는 한국어판이 없는 듯해요.) 마지막까지 읽어보시면, 더욱더 느끼시겠지만 엄마도 딸도 정말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고 새삼 이 책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최후의 인간 1아고라 재발견총서 1권.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 <최후의 인간>은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최후의 인간 2아고라 재발견총서 1권.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 <최후의 인간>은 세계 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 할 수 있다.
(1826년 1월에 『최후의 인간』이 출간되어 혹평을 받았을 때)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모히칸족의 최후』(1826년)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의 꿈을 찬양하며 제국의 정복과 확장을 찬미하던 시대에, 『최후의 인간』은 전쟁과 정복에 항의하는 유일한 목소리로 돋보인다. 진보 같은 것은 없다고 메리는 말한다. 돛을 올리는 사람은 확장의 영광스러운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탐험은 무의미한 행동이며, 모든 제국이 쇠퇴하고 멸망하는 세상에서 헛된 몸짓이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35장 620쪽, 샬럿 고든 지음, 이미애 옮김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같이 최후의 인간 또한 인류의 진보와 자연의 정복을 찬양하는 제국주의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근대적 사고에 반기를 든 현대적 소설이었죠. 하지만 아직 너무 시대를 앞서갔나 봅니다. 아직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이런 것에 대한 의심조차 파렴치한 생각이었겠죠. 실은 아까 오구오구님과의 덧글에서 본 성공서사도 어찌 보면 이런 맥락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성공서사에 빠져 있는 사회의 부작용이나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와야겠죠.
15장 메리 고드윈의 휴가를 보내면서 딸 메리가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키는 부분을 읽고있는데요. 먹고사는데 급급한게아니라 사랑놀이(? 라고하기엔 과하려나요..)를 하다가 휴가를 가서, 그것도 여러 연애감정도 섞여있고. 그러면서 대단한 문학작품을 완성한건 대단하지만.. 이런것이 중산층 귀족들의 삶의 형태인건가요? 제가 현대인의 시선으로 봐서 그런거죠?
제 꿈입니다. 귀족처럼 살면서 걸작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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