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읽는 시간

D-29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어느 예술과의 만남에서든 첫 단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지켜봐야 한다. 자신의 눈에게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건 좋다', '이건 나쁘다' 또는 '이건 가, 나, 다를 의미하는 바로크 시대 그림이다'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상적으로는 처음 1분 동안은 아무런 생각도 해선 안된다.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pp.114~115) "모네는 시각으로는 길들일 수 없는 세상의 모습을 그렸고, 에머슨은 이를 "눈부심과 반짝임"이라고 표현했다. 이 그림 (<여름의 베퇴유 Vétheuil in Summer>)의 물결 속에서 흔들리며 녹아내리는 수백만개의 아롱진 반영들이 바로 그것이다. (...) 모네의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것의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산들바람이 중요해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중요해진다. 아이가 옹알거리는 소리가 중요해지고, 그렇게 그 순간의 완전함, 심지어 거룩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p.117) "돌이켜보면 그 장면은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 수확>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까지 펼쳐진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농부 몇몇이 오후의 식사를 즐기는 모습 말이다. (...) 너무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광경을 묘사하기 위해 피터르 브뤼헐은 일부러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의 맨 앞자리를 이 성스러운 오합지졸들에게 내주었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pp.164-166) 나는 그림과 음악에 관심이 많지만 사실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나마 아는 것도 정확하거나 깊이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진지하게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없는 시간 쪼개서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전시회도 다니지 않았을까? 그동안 특별히 그렇게 노력한 기억이 없어서 고상한 척 하고 싶은 욕망, 지적 허영심을 채우는 것이 나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향하는 목표가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 솔직하게 아니라고 못하겠다. 그래서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1분의 시간을 줘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이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 저런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 저자가 그림을, 문학을, 음악을 접하고 경험한 오랜 시간과 태도가 부럽고, 동시에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냥 1분 가만히 있는다고 그림을 더 잘 보게 되나? 나는 모르겠던데...' 싶어서 이해가 안간다.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경험한다면 나도 나름의 감상 철학을 가질 수 있을까? 오래 걸리겠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가능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예술이 '아름답게' 나의 삶을 도와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조각들 하나 하나가 반짝이기 때문에 드러난다는 사실, 내가 수십년 동안 살아왔고 또 운이 좋으면 한참을 더 살아갈 평범한 삶이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사실을 그림을 통해, 음악을 통해, 문학을 통해 아름답게 실감하고 싶다. 그래서 '잘난체 하는 미래의 나'를 조금 너그러이 받아 주고 싶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수집해 주세요.
과거에는 대부분 수동적인 태도로 메트와 메트의 소장품들을 일종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관찰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을 흡수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러는 대신 예술과 씨름하고, 나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동원해서 그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부딪쳐보면 어떨까? 미술관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덤벼볼 만한 가치가 있는 숙제 같다. 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사고하는 두뇌를 잠시 멈춰뒀다면 다시 두뇌의 스위치를 켜고 자아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pp.193~19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저자에게 궁금한 점을 적어 주신다면요?
뒤늦게 예술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어떻게 하면 '빨리 예술을 배울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박물관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책도 찾아 보지만, 너무 넓고, 깊고, 복잡해서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으로 실망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 최근 어느 전시회에서 "작품이 예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작가의 말을 읽었습니다.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는 브링리씨의 말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림을 보면서 안내책자의 설명,도슨트의 설명에 압도되기 때문에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나만의 언어로 물어볼 수가 없어요. <시모네티 양탄자>를 보며 현실의 어마어마한 밀도를 느끼고, <수피파의 더비시>의 고통을 알아채는 브링리씨의 능력을 도깨비 방망이에서 나온 듯 뚝딱 갖고 싶어하는 것은 욕심이죠? 아마 내 안의 감정, 욕망, 고통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앵무새처럼 '작품에 대한 지식'을 흉내낼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발가벗은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기가 한없이 망설여져서 예술작품을 마음껏 느끼고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언제 맛볼수 있을까 싶네요. 그때가 오리라 희망하면서도 아득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도우리의 질문을 앞에 놓고 몇일을 주저했다. 솔직하게 뭐라고 적어야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이런 질문이 가장 힘들다. 약한 독서근육과 생각하며 읽는 노력의 부족 등이 합쳐져 결국 '네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니?'로 해석되는 이런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힌다. "단순하고 고요하면서도 따분하고 위험하며, 견디고 낙담하고 고군분투 하면서도 즐기고 성장하는 삶이라는 과정의 평범하고 신비로운 순간들을 포착한 수많은 결정체들 사이에서 다시 기운을 되찾아 가는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의 부러운 이야기." 그게 무슨 말이냐고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 보라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이 문장 이상 할 말이 딱히 없다. 시간이 더 흐른 뒤 다시 이 책의 책장을 뒤적일 때는 덧붙이거나 지우고 싶은 부문이 더 선명해질지도 모르겠다.
완독한 자신에게 주는 축하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프레스코화를 그릴때, 새로 바른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날 완성해야 할 부분을 이탈리아어로 '조르나타 giornata'라고 한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도 그렇게 그려졌다고 하지. 조르나타를 세어보면 몇일을 작업했는지 알 수 있다고. 앨러배마주 지스밴드 지역의 퀼트 작품들도 매일 조금씩 헌옷이나 자투리 천에서 모은 조각을 이어 만든거래. 결국 삶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하루의 조각들이 모인 거지. 지름길은 없고 인내심을 가지고 한번에 하나씩 계속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야. 그러다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들어 보면, 건물 전체에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고, 집안 전체에 멋진 무늬의 양탄자가 깔려 있고, 테이블 마다 침대 마다 눈이 번쩍 뜨이는 퀼트 패턴이 빛나는 거야. 그렇게 한달 동안 모은 조르나타로 완독이라는 예쁜 그림 하나를 완성했구나. 짬이 날 때 잊지 않고 조각읽기를 해서 결국 한권을 다 읽어냈다. 잘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딱 하루치씩만 계속하자. 가끔씩 어떤 천장화가 그려질 지 마음속으로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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