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읽기 네번째 - 우나무노 《안개》

D-29
우리는 각자 자신의 역할만을 할 뿐이다. 모두가 페르소나고 모두가 가면이고 모두가 희극배우다! 아무도 자기가 말하고 표현한 대로 고통을 겪거나 즐거워하지 않는다. 아마도 자기가 즐거워하고 고통을 겪는다고 믿는 것일 뿐. 그렇지 않다면 살 수가 없을 테니까. 근본적으로 우리는 지극히 평온하다.
안개 169,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최악의 모욕은 별 의도 없이 저지를 때라고들 하지요
안개 174,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나는 나다! 내 영혼은 작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의 것이다!' 이렇게 아우구스토는 자신 속의 '나'라는 존재를 찬양함에 따라 이러한 '나'가 점점 부풀어 올라 집이 점차 좁아지는 것처럼 느꼈다.
안개 179,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그는 혼자 있을 때만 자신의 존재를 느꼈다. 그는 혼자 있을 때에만 자신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러니까 분주하고 정신없는 군중 속에서는 자기 자신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안개 180,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그래. 어느 누구도 자기 목소리를 알지 못한다고 하지…….
안개 207,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안톨린은 만약 호메로스가 다시 살아나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온다면 그를 난쪽하게 밀어젖혀 내쫓을 그런 호 메로스 연구자에 속했다. 왜냐하면 윈저자는 이제 죽은 텍스트로 된 작품을 연구하고 그 속에서 단지 한 번만 나타나는 낱말을 찾아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안개 222,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그래. 의심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야 " "생각하는 것은 의심하는 것이지. 단지 의심하는 것일뿐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도 믿고 알고 상상할 수 있지. 신앙, 지식, 상상 어느 것도 의심을 전제로 하지 않아. 의심이 그러한 것들을 파괴할 때까지는 말이야. 그러나 의심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어. 의심은 정적이고 고요하고 생기 없는 신앙과 지식을 역동적이고 깨어 있는 생생한 것으로 만들어."
안개 240,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이봐요. 돈 아우구스토, 지금 내 눈동자를 바라보시오. 당신이 얼마나 작은지 보일 겁니다……." 불쌍한 아우구스토는 자신이 용해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팔의 힘이 모두 빠지고 응접실 안이 눈앞에서 안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는 일어나 자기 앞에 와서 교활한 미소를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우리시오를 발견했다.
안개 256,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그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다시 홀로 남긴 자신을 보자 잔잔하게 보였던 폭풍우가 영혼 속에서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그에게 슬픔, 쓰디쓴 슬픔, 질투, 분노, 공포, 증오, 사랑, 동정, 경멸, 특히 수치심, 심한 수치심과 자신이 웃음거리가 됐다는 무서운 자의식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나를 죽였어!" 그는 리두비나에게 말했다. "누가요?"
안개 267,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에우헤니아의 생각이었을까? 마우리시오의 생각이었을까? 아님 둘의 공모.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낸 이가 있을것인데. 아우구스토가 사준 집의 월세와 아우구스토가 마련해준 직장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가진 에우헤니아. 마우리시오는 1년도 안 되어서 다시 백수가 될 것이다.
"농담하지 말라고, 응? 하지만 나는 하겠어. 농담이란 이런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거야." "농담에는 부식성이 있어." "부식시켜야지. 혼동시켜야 하고. 특히 혼동시키는 게 중요해, 모든 것을 혼동시켜야 해. 꿈과 현실을 혼동시키고 허구와 현실을 혼동시키며 진실과 거짓을 혼동시켜야 해. 단 하나의 안개 속에 모든 것을 혼동시켜야 해. 부식성이 없고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농담은 아무 쓸모가 없어. 어린이는 비극에 웃고 늙은이는 희극에 울어. 자네는 그녀를 개구리로 만들려고 했지. 그런데 그녀가 자네를 개구리로 만들었어. 그렇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직접 개구리가 되어봐."
안개 270,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그래, 나 자신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이것으로 나는 진정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해. 고통을 겪고 죽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 진정한 탄생인 제2의 탄생은 우리가 항상 죽어가고 있다는 끝없는 죽음에의 의식에서 비롯되는 고통 속에서 탄생하지. 그러나 네가 너 자신의 아버지가 되었다면 마찬가지로 너 자신의 아들이 됐다는 거야." "믿을 수가 없군, 빅토르. 그녀! 그녀가 내게 그런 일을 저지른 후에…… 지금 내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 이런 미묘한 말들, 이런 관념의 유희, 이런 신랄한 농담을 침착하게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난 믿을 수 없네. 게다가 더 심 한 건……." "더 심한 건?" "내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한다는 거야. 난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안개 273,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전혀 그렇지 않아!" 나는 기분이 상해 소리쳤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우나무노 선생님." 그는 내게 항변했다. "침착하세요 당신은 내 존재에 대해서 의심하셨습니다……. " "의심이라고, 아니야." 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네가 내 소설적 산물 밖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사실이지."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제가 당신의 존재에 대해서 의심하고 나 자신의 존재를 의심치 않는다고 해서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당신은 여러 번에 걸쳐서 돈 키호테와 산초는 이미 너무 실제적이기보다는 차라리 세르반테스보다도 더 실제적인 인물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안개 283,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주인공은 자신을 창조(?)한 작가 우나무노를 만나러 간다. 주인공과 작가의 설전이라니 누가 실존적인 존재인가? 끝내 남는 것은 작가가 아니가 등장인물이라고 말하는 아우구스토.
네. 어떤 인생일지라도, 비록 다시 조롱을 당할지라도. 비록 또 다른 에우테리아와 마우리지오가 제 가슴을 발기발기 찢어놓는다 할지라도 저는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살고, 살고 싶습니다…….
안개 290,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아우구스토는 자살을 결심하고 우나무노를 찾아가지만, 우나무노는 자살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존에 대해서 설전을 벌이다 오히러 우나무노는 아우구스토에게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모두가 죽을 것입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소설적 허구의 실체인 나, 아우구스토 페레스는 여러분들에게 말합니다. 나의 창조자 돈 미겔 당신도 하나의 소설적 실체에 지나지 않으며 당신의 독자들도 당신의 희생물인 나 아우구스토 페레스와 똑같이 소셜적 실체일 뿐입니다……." "희생물?" 나는 소리쳤다. "네, 희생물! 나를 죽게 하려고 창조한 것! 당신도 역시 죽을 것입니다! 창조한 자는 창조되고 창조된 자는 죽게 됩니다. 돈 미겔,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당신은 죽을 것 입니다! 나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죽을 것입니다! 죽는 겁니다. 결국은!" 생명에의 열정과 불멸에의 갈망을 담은 이 최상의 노력은 불쌍한 아우구스토를 극도로 피곤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를 문밖으로 밀어내자 그는 고개를 숙인 채나갔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더듬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안개 292,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나도 마음이 아프네.
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내 생애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만일 내가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환상 속에서 산다면 단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허구적인 삶의 이야기가 저장되어 있는 책 페이지에서 뛰쳐나와, 아니 나의 생애를 읽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지금 이 순간 내 생애를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의 -뛰쳐나와 영원한 영혼으로써 영원히 고통받는 영혼으로써 내가 왜 존재할 수 없단 말인가? 왜?'
안개 294,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죽을 수 없어……. 나는 불멸하는 존재야! 태어나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나와 같은 존재의 불멸보다 더한 불멸은 없지. 허구의 실체는 하나의 관념이다. 그런데 하나의 관념은 항상 불멸이지…….'
안개 296,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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