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미국 출장 다녀오는 길에 레이오버로 20시간 남짓 머물렀던 뉴욕은 어쨌든 미국에 가게 되면 제일 가고 싶은 첫번째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애틀란트 출장의 환승공항을 뉴욕 JFK로 했었고요.
성공적(?)으로 출장의 과업을 완수하고 귀국편에 들른 JFK 공항에서 마주한 활주로에 펼쳐진 석양은 지금까지도 눈을 감으면 그려질 정도로 생생한 벅참이었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20시간을 밀도있게 보내며 다닌 그 중력에 끌리듯 마주한 공간들은 사진첩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지만, 머리 속에 생생하게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짧아서 절실했고 그래서 간절했던 그날의 공기와 마주한 사람들, 그리고 발길이 닿았던 그 길과 골목, 광장, 잔디밭의 여유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의외로, 뉴욕 퍼블릭 라이브러리를 보고 나와서 맞은편의 평화롭게 대화하고 체스를 두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순간입니다. 바로 브라이언트 파크.
20시간에 쫓기 듯 헐떡거리며 동선을 찍고 다니던 제게, 망치로 머리 한방을 얻어맞은 기분을 느끼게 한 공간이었습니다. 여유와 사색, 호흡과 음미... 그래서 계획에도 없던 "브라이언 파크 밴치에 1시간 앉아있기"를 감행했었습니다.
지금도 간혹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이 쏙 빠지도록 분주할 때, 그날의 그 공간을, 거기 머물렀던 1시간 속의 저를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 사는 건 별거 아니야. 이렇게 숨도 쉬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렇게 지긋이 눈 감고 멈춰보는 거. 그거거든! 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회복합니다.
